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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_이야기(50)] 책임완수! 생선장수 최재욱 병장

이정환 기자 승인 2018.05.30 00:30 의견 0
2년 후배 진수네 왕돈까스집은 창문여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다보니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다. 가성비가 뛰어나서 가끔 한 끼 해결하러 간다. 주류도 팔기 때문에 간단하게 반주를 할 수가 있어서 좋다.

 

그날도 가볍게 한 잔 할 겸 저녁을 해결 할 겸 들렀더니 마침 백열 형이 보인다. 합석해서 시시 껄껄한 얘기를 나누는데 진수가 끼어든다.

 

“정환 형님 무슨 이상한 냄새 안나요”

 

“글쎄 무슨 냄새”

 

“아 생선비린내가 진동하지 않아요”

 

“야 이 사람아 냄새는 무슨 냄새가 난다고 그래” 백열 형이 끼어든다.

 

진수는 동기들 중에 제번 힘 꽤나 쓰던 친구고 성질이 고약한 편이다. 장사는 곰살맞게 잘 하지만 그 밖에 일에는 곧잘 흥분을 잘 한다.

 

“옆집에 생선가게가 생겼어요. 이제 음식장사하긴 끝난 거 같아요. 냄새가 나서 누가 밥이나 먹으러 오겠어요” 얘길 들어보니 생선가게에서 피해보상금을 받아 이사를 갈 심산이다. 충분히 그런 계산을 할 친구다.

 

백열 형과 간단히 마신 후 욕쟁이 탱자네 실내포차로 옮기면서 새로 생긴 생선가게를 흘끗 둘러봤다. 제법 꽤 큰 규모의 생선가게다.

 

최재욱 병장이 운영하는 형제수산은 동네 최고의 생선집이 됐다. 현재 최병장은 동생에게 가게를 물려주고 고향인 청양으로 귀향했다.

(사진 : 이정환)

 

‘근처 생선가게들이 타격을 입겠군’이라고 생각하며 탱자네로 들어섰다.

 

“조카 벌써부터 술 마시러 왔어 어 자지도 왔네” 탱자씨가 인사를 한다. 실내포차 주인인 욕쟁이 탱자씨는 성인용품점을 하는 백열 형을 자지라고 부른다. (앞에 올린 에피소드에 있는 내용이다)

 

“술 마시는 데 시간이 뭔 소용이당가” 백열 형이 앉으면서 동태탕을 주문한다.

 

“탱자씨 저기 새로 생긴 생선가게에 동태가 물이 좋아 보이던데 거기서 두어 마리 사다가 맛나게 끓아주쇼.” 내가 말을 이었다.

 

“아 씨벌 조카 그러면 안되지. 우리집 바로 옆에 생선가게가 있는데 의리를 배반할 수가 있나 씨벌” 역시 욕쟁이 탱자씨답다.

 

음식솜씨가 좋은 탱자씨네 대표 안주 동태찌게에 한잔 마신 후 집에 가는 길에 그 생선가게 안을 살펴봤다. 구석에 꼬질꼬질한 옷차림의 사내가 쭈그리고 앉아서 맥주를 패트병째로 소위 병나발을 불고있다.

 

자세히 보니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며 말을 걸었다.

 

“사장님 이십니까”

 

“네 제가 주인인디 왜 그러셔유” 귀에 익은 충청도 사투리다.

 

“사장님 혹시 군생활을 연천에서 하지 않으셨나요” 내 물음에,

 

“왐마 그걸 어찌 아신대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999대대 쌈구포대 맞죠 책임! 육군 병장 이정환입니다. 본부 내무반 꼴통입니다.”

 

“오메 참말이유 이정환 그 꼴통 완수!”

 

우리 부대의 경례 구호는 인사하는 쪽에서 "책임!"을 외치면 상대방이 "완수!"로 받는다.이렇게 우연히 이십여 년 만에 군대 고참인 최병장을 미아삼거리 방천시장 골목에서 만났다. 그와의 무궁무진한 에피소드가 있으나 그 중 몇 가지만 다음에 공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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