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_이야기(54)] 빵이 좋은 사람들, 사람 좋은 빵집 아저씨
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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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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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게 자리는 천상 빵집이다.우리 동네에 처음으로 들어선 빵집이 이 자리였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이니 벌써 40년이 넘은 듯 하다. 물론 주인은 서너 번 바뀌었는데, 지금의 주인이 자리를 잡은 지가 꽤 됐다. 그리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성업 중이다.
골목 빵집인 <빵이좋은사람들>의 빵은 옛날에 먹던 그 맛을 고스란히 유지한다. 대기업들이 빵집 프랜차이즈에 진출하면서 대한민국의 빵 맛이 그들의 빵 맛으로 획일화 된지 오래다. 하지만 이 집에선 추억의 옛날 빵 그 맛을 볼 수가 있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고로께는 속이 알차고 맛이 풍부하다. 그리고 이 집의 대표적인 빵 중에 하나가 곰보빵인데, 곰보가 위쪽에만 덥힌 게 아니라 아래쪽에도 곰보가 있다. 단팥빵은 팥앙금이 꽉 차고 빵껍질이 얇다. 얼마나 달달하고 감칠맛이 도는지 모른다.
<빵이좋은사람들>은 오후시간이면 그 날 만들어 팔던 빵들을 가게 앞에 좌판을 깔고 저렴하게 팔기 시작한다. 제고가 거의 없이 다음날 오전시간이면 새로 빵을 굽기 때문에 늘 신선한 빵을 살 수가 있다.
<빵이좋은사람들>이 있던 건물이 재건축을 하는 바람에 빵집은 길 건너 영훈고등학교 앞으로 이전을 했다. 그 건물이 준공이 되면 지금 자리는 분점으로 두고 원래 자리를 본점으로 운영을 한다고 한다.
(이정환 작가)
빵집이 잘 되다 보니 공간이 부족해서 빵을 만드는 공간을 더 늘려야 했다. 그런데 이 동네의 권리금이 워낙 비싸다 보니 만만한 자리를 구하기가 쉽질 않았다. 우리 집 1층도 알아봤었다는데 성사가 되질 않았다. 어떤 이유로 성사가 안 된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 1층으로 왔으면 매일 달콤한 빵 냄새를 맡아서 좋았을 텐데 아쉽다.
한번은 여관 골목 입구에서 토스트 장사를 하던 할머니가 장사를 하던 건물의 입구를 리모델링하는 바람에 자리를 비워줘야 했다. 하루 아침에 장사할 자리를 잃은 할머니의 사정이 안타까웠다.
<빵이좋은사람들> 사장에게 그 사정을 얘기하며 ‘빵집 앞의 빈 자리에 그 할머니가 장사를 할 수 있게 하면 어떻겠냐’고 하니 흔쾌히 허락을 한다. 자기네와 아이템이 비슷한데도 말이다. 하지만 결국엔 그 할머니가 다른 자리를 구하는 바람에 그 일이 진행 되진 않았지만 마음 씀씀이가 참 고운 사람이다.
2년 전엔 이 집 바로 건너 편에 <뚜레쥬르>라는 프랜차이즈 빵집이 생겼었다. 하지만 뚜레쥬르는 1년 도 못 넘기고 문들 닫았다. 뚜레쥬르를 이길 정도로 동네에서 큰 경쟁력을 갖춘 빵집이다.
요즘은 천연발효종으로 빵을 만드는 등 고급화에 성공을 했다. 생크림케익은 하나에 만원이다. 우리 회사 대표님은 이 집에서 빵을 한번 구입한 다음엔 동네에 오면 무조건 2~3만원어치씩 빵을 사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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