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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의시대(4)]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로컬'을 창조한다

(기고) 비로컬 김혁주 대표 "로컬이 힙하다고?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할 뿐..."

비로컬 김혁주 대표 승인 2020.02.27 02:26 | 최종 수정 2020.05.21 20:54 의견 0

지난 회에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골목’에 주목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체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변했기에 ‘골목’을 재해석한 ‘로컬’을 창조하고, ‘로컬’ 영역에 ‘로컬크리에이터’가 존재할 수 있도록 했을까? 우선 ‘라이프스타일’의 정의부터 살펴본 후, 라이프스타일과 다양한 트렌드를 하나하나 다뤄보자.

◇ 심리학에서 출발한 라이프스타일 개념

원래 ‘라이프스타일’의 개념은 심리학 개념에서 출발했다.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개인심리학을 수립한 인물로, 개인에 초점을 맞추어 개인을 이해하는 중요한 심리학 개념으로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정립했다. 아들러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삶의 목표를 갖고 있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을 선택하고 반복하게 된다.

이를 개인이 아닌 사회로 확대해 적용하면, ‘라이프스타일’은 사회 전체나 특정 집단이 지닌 특징적인 생활양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각각의 사회집단은 고유한 문화에서 비롯된 생활양식을 갖고 있다. 집단의 구성원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생활양식을 학습하며, 구성원 개개인의 공통된 생활로 나타난다. 생활 그 자체로 표현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나며, 구체적으로는 돈을 소비하거나 여가를 활용하는 데서 두드러진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라이프스타일’이란 말이 소비자의 기호나 구매에 따르는 행동패턴을 지칭하는 말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물론 아들러의 ‘라이프스타일’ 개념은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구매’ 또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일련의 과정들이 상호 연결되고 반복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골목길 자본론>이 설명하는 골목산업의 등장

이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골목이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하기 시작한 국내 인물은 연세대 모종린 교수다. 지금까지 펴낸 저서 <작은 도시 큰 기업>, <라이프스타일 도시>, <골목길 자본론> 등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조명하고 ‘골목산업’의 등장에 대해 전하고 있다. 특히 <골목길 자본론>에서는 골목산업의 주체들을 설명하며 ‘골목’을 둘러싼 ‘라이프스타일’이 기존의 ‘라이프스타일’과 달라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골목길 자본론> (예스24 제공)

<골목길 자본론>은 “기성세대는 전통시장, 백화점, 대형마트 등 교통이 편리하고 가성비가 좋은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채널을 선호하지만, 젊은 층은 물질적 가치 외에도 골목상권의 상품이 주는 문화적, 윤리적 가치를 소비한다”면서 밀레니얼세대로 표방하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 골목이 뜨는 이유와 관련성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골목산업의 공급자에 대한 내용도 이와 상통한다.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가 아닌 독립상점 형태로 등장하는 공급자들이 소비자가 원하는 개성있는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 도시사회학에서도 독립상인이 한 지역에서 창출하는 도시문화를 ‘씬Scene’으로 지칭한다는 점을 들어 문화생산자로 변모한 새로운 세대의 상인과 장인의 등장을 말해주고 있다.

◇ 탈물질주의 시대 리포트 <밀레니얼의 반격>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전정환 센터장이 최근 펴낸 <밀레니얼의 반격>은 <골목길 자본론>에서 언급한 밀레니얼 세대를 ‘라이프스타일 혁신가’로 지칭하고 있다. 워라밸, 소확행, 갭이어 등 기성세대들이 당혹스럽게 여길 정도로 너무 다른 밀레니얼 ‘라이프스타일’은 단순한 세대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시대의 변화, 시대정신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들이라 말한다. 특히 <밀레니얼의 반격>은 대한민국 사회가 ‘물질주의 사회’ 단계를 거쳐 ‘탈물질주의 사회’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밀레니얼의 반격> (예스24 제공)

탈물질주의 사회는 경쟁, 성장, 노력, 신분을 추구하는 기존 사회와는 달리 개성, 다양성, 심미성, 차별성, 연대의 가치를 추구하며, 조직에 연연하지 않고 개인으로서 자유롭게 자기 삶을 살아간다. 탈물질주의 사회에서는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개인이 주도하는 산업이 성공하고, 도시도 이를 통해 번영한다.

서구의 선진국들은 이미 2세대 전인 1960년대에 반전운동, 반문화운동, 히피 현상 등의 혼돈과 갈등을 거치며 탈물질주의 사회로 이동했으나, 이와 달리 대한민국에서는 밀레니얼 세대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 <밀레니얼의 반격>에서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혁신가’, ‘밀레니얼 개척자’를 보여주고 있다.

◇ 공간의 몰락 - 경험과 가치가 중요

<2020 팔리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기존의 공간을 몰락시키는 대신, 새로운 해석을 통해 가치있는 공간을 재탄생시키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현재의 고객들은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쉽게 제품정보를 습득하거나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매장을 활용하는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고객의 절반이 매장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모바일로 구매하는 ‘쇼루밍’, 모바일에서 정보를 확인하고 매장에서 필요한 물품 구매만 진행하는 ‘역쇼루밍’, 이 둘을 결합한 ‘옴니쇼퍼’형 구매습관을 보이고 있다. 이는 매장이 전통적인 기능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매장은 이미 몰락하고 있음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이런 시대에 고객이 매장을 찾는 건 쇼핑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쇼핑 플레이스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플레이스이기 때문이라든지, 다른 서비스와 결합해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든지 기존의 매장이 주지 못했던 고차원적인 경험이나 가치를 제공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 노마드 라이프스타일의 시작

<2020 팔리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공간의 재해석을 다루었다면 <디자인트렌드 2018>은 밀레니얼을 통해 드러나는 노마드형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며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기 시작했는지 변화의 방향을 보여준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동수단보다는 이동성을 중시하며, 일과 여가를 함께 즐기려는 경향이 강하다보니 페스티벌, 관광, 레저에 대한 관심이 많다. 퍼스널 모빌리티를 이용해 이동하며, 모바일을 활용한 스마트워크에 능숙하다. 일과 직장을 찾을 때도 개인적 가치가 중요하고, 현명한 소비를 통해 작은 사치를 추구할 줄 안다.

◇ 문화적 다양성을 지닌 MZ세대의 선택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다룬 <2020 서울>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세대의 현실을 아주 적나라하게 나열하고 있다. 어찌보면 현재 대한민국의 골목에 관심이 집중하게 된 건, 이들이 처한 현실적인 상황 때문일지 모른다.

정규직이 되기 어려운 불안한 취업환경은 주택마련이나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오며 밀레니얼 세대가 비혼과 1인가구화를 선택하도록 만든다. 이는 역설적으로 작은 공간을 중심으로 한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게 만들었고, 가성비보다는 가심비를 추구하게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주택, 차량 등을 소유하기 보다는 빌려 쓰거나 함께 쓰게 되었고, 창업 또는 노동의 환경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공유오피스나 리모트워크가 어색하지 않다.

식상한 공간보다 개인의 취향대로 즐기거나 자기계발 등 여가를 선용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며, 고급화된 공간보다는 실용적 공간이 이들에게 잘 맞는다. 또한 문화적 다양성은 옛 것도 새것으로 여기는 ‘레트로’와 ‘뉴트로’로 이어진다.

◇ 라이프스타일이 '힙'함을 만든다

지금까지 다양한 서적의 인용을 통해 최근까지 나타난 라이프스타일과 트렌드를 열거한 데는 ‘로컬’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사소한 오해를 풀기 위한 나름의 이유 때문이다. 뜨는 골목이 갖고 있는 ‘힙’함으로 인해 ‘로컬’은 ‘힙’한 곳이거나 ‘인스타 맛집’으로 오인되고 있어서다.

‘로컬’이 지금과 같은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은 ‘힙’함 때문이 아니라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이 갖는 가치로 인해서다. 라이프스타일을 리드하는 ‘로컬’이 ‘힙’하게 보여진다고 보는게 더욱 적절한 표현이다.

‘골목’이 뜨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밀레니얼 세대가 골목산업 생산자로 편입되면서 보다 앞선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문화적 ‘씬’을 연출했고, 이 라이프스타일에 이끌리는 같은 세대의 골목산업 소비자들이 이를 ‘힙’하다 여기고 적극적으로 소비해주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화적 변방에 속했던 골목이 문화적 대세이자 주류로 자리잡는 역전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 골목의 재해석: '로컬'의 창조

한편 대한민국의 새로운 세대가 처한 형편은 ‘골목’을 새로운 ‘로컬’로 재해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들의 경제적 상황이나 사회적 입장은 부모세대인 베이비붐 세대나 직장 상사인 X세대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평균 6평이라 불리는 도시형 원룸에서 1인가구로 생활하는 이들의 세태가 확장된 공간, 확장된 인간관계의 형태로 골목을 활용하게 했고, 골목을 재해석한 ‘로컬’을 창조하고 있다.

골목은 이들에게 확장된 주거공간이자 생활공간으로 작동하고 있다. 개인과 개인이 모여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커뮤니티빌딩community-building의 흐름이 골목을 새로운 ‘로컬’로 변모시키고 있는 것이다. ‘카공족’, ‘코피스족’의 등장이 카페라는 공간을 개인독서실이나 비즈니스 공간으로 재해석한 것처럼, 커뮤니티빌딩을 위한 공유거실로서의 ‘라운지 서비스’, 공유서재로서의 ‘독립책방’을 비즈니스로 성립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노마드 라이프스타일을 충족시키는 여건을 조성하는 한편, 개인의 취향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성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언제 어디론가 훌쩍 떠나 일과 여가를 선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으며, 이들 공간도 숙박과 편의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재해석을 통해 제3의 국가나 장소의 특징을 지닌 또 다른 로컬을 속으로 품으며 개인의 취향이 중심되는 일터와 쉼터로 기능하고 있다. (계속)

▲위 기사는 로컬트렌드 미디어 <비로컬>과 인터넷신문 <시사N라이프>가 공동기획·취재를 통해 독자 여러분께 제공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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