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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로컬크리에이터에게 듣는 로컬크리에이터 육성 방안”

(인터뷰) 김종현 제주더큰내일센터 센터장

이연지 기자 승인 2020.02.29 22:41 | 최종 수정 2020.05.21 20:55 의견 0

<다음카카오>를 필두로 혁신기업의 제주 러쉬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본사를 이전한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다. 제주는 아름다운 자연이라는 돈으로 구할 수 없는 환경을 갖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필요한 비즈니스 입장에서는 고립된 공간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라이프스타일의 혁신’의 관점에서 <다음카카오>의 본사 이전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게임기업 <넥슨>마저 제주에 이전시킨 인물이 있다. 지금은 <제주더큰내일센터>에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김종현 센터장이다.

2011년 이색 카페 <닐모리동동>을 성공시킴으로써 로컬콘텐츠를 비즈니스화하기도 했다. 이때는 로컬크리에이터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의 시기다. 이런 면에서 그를 1세대 로컬크리에이터라 부른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된다. 김종현 제주더큰내일센터 센터장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로컬크리에이터 육성방안에 대한 제언을 들어보았다.

2019년 11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개최한 <J-Connect Day 2019>에서 발표중인 김종현 제주더큰내일센터장  (사진: 윤준식 기자)

▶김종현 센터장님의 경력을 살펴보면 최근까지 제주에서 분식점과 레스토랑 등 요식업 창업을 거쳐 <제주더큰내일센터>의 센터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어떻게 보면 출신회사인 <다음카카오>나 <넥슨>과 협력해 더 큰 비즈니스를 진행했을 수 있는데, 조그만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길을 택한 느낌인데요... 그렇게까지 진행하게 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김종현 센터장: 저는 원래 제주 출신이고, 서울에서 학교를 나와서 <다음카카오>에서 인터넷 비즈니스 기획자로 일을 했어요. 팀장을 맡고 있을 때 즈음, 회사를 제주로 옮기는 프로젝트가 시작됐어요. 제가 제주프로젝트를 실행하는 팀장이 됐지요.

처음에는 <다음카카오> 이재웅 대표가 회사 게시판에 “회사를 전주나 경주 쪽으로 옮기면 어떻겠냐”는 게시글을 농담처럼 남긴 건데, 거기에 제가 “기왕이면 제주도로 가자”고 댓글을 남겼거든요? 이재웅 대표가 “제주가 괜찮은 것 같다”면서 이주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다 보니 다양한 문제들이 나타났어요. 아무래도 제주 출신이 그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재웅 대표가 “처음에 제주 이전을 언급했으니 제주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이전하는 일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게 말했던 게 시작이에요.

그때는 제주와 관련된 뭘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단순히 “회사를 제주에 옮기면 제주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만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제가 가야할 길이 애매하더라고요. 처음엔 이재웅 대표가 “제주 프로젝트 6개월이면 계획 세울 수 있지 않겠냐”고 해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그게 6년이나 걸렸거든요.

처음에는 제주의 통나무 펜션을 개조해 20명 규모의 연구소를 지어 시작했고, 그 다음에 글로벌 미디어센터라는 건물을 지었는데 만들어지는데 2년 정도 걸렸어요. 그리고 본사 이전을 결정하는데 또 3~4년이 걸렸죠. 그런 상황에서 제가 다시 인터넷 비즈니스로 돌아가려니 산업은 그 사이 엄청난 발전을 했고, 조직도 이미 다 세팅된 상황이어서 제가 돌아가기가 애매하더라고요.

다음 진로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있었는데, 제가 제주 밖에 살다 돌아와 제주를 바라보니, 제주가 갖고 있는 장점, 한계, 문제 이런 게 조금 더 잘 보이는 거예요.

처음에는 경계인으로서 되게 힘들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내려오고 몇 년간을 제주도민 입장에서 바라볼 수도 없고 회사 입장으로 바라볼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을 계속 경험했고 힘들었는데, 어느 날 보니 이게 저한테 큰 장점이구나 싶은 거예요.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는 걸 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다음 진로를 선택할 때 제주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때부터 로컬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많이 시작했어요.

특히 2007년~2008년 무렵 그런 고민들을 많이 했어요. 제주의 자원을 가지고 제주의 미래를 만드는 일을 하면 좋겠다! 회사를 이전하는 일도 제주 밖에 있는 걸 제주로 가져오는 일이잖아요?

그러다가 마침 넥슨 그룹이 제주로 옮겨온다고 해서 2009년부터는 넥슨에 들어가 제주 이전을 담당했죠. 그 당시 넥슨이 지역에 대한 사회공헌활동을 하려고 하는데 뭘 할지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그게 또 제 업무가 됐는데, 저는 “제주의 콘텐츠를 가지고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걸 보여주면 좋겠다”고 주장했어요. 특히 넥슨은 문화기업이니 “넥슨의 문화적 역량을 제주도 자원과 결합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면 좋겠다”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았죠.

2011년 오픈한 <닐모리동동>이라는 로컬푸드 레스토랑 프로젝트는 제주자원으로 미래를 만들겠다는 7~8년간 저의 고민과, 넥슨의 사회공헌 고민이 섞여 나온 결과물 같은 거예요. ‘로컬푸드 레스토랑’이라는 말도 저희가 전국 최초로 쓴 것 같아요. 레스토랑이라는 건 외국문화인데, 거기에 로컬 개념을 섞는 거 자체가 이상한 조합이었거든요.

한라산빙수. 제주를 상징하는 한라산의 모양도 특징적이지만 제주 로컬푸드인 이시돌목장의 유기농 우유를 주재료로 삼았다.  (출처: <닐모리동동> 공식 블로그)

▶한 때 퓨전음식이 유행한 것과 같군요?

☞김종현 센터장: 퓨전음식이 약간 한국적인 것과 외국의 것들을 섞는 시도가 있었죠. 그걸 지역성을 대비시켜서 만들어보자 한 거예요. 원재료로 로컬푸드를 쓰고 이름도 지역 사투리로 하고 공간도 제주스러운 공간, 이를테면 ‘초가’라든지 ‘오름’을 모티브로 구성해보자. 제주도 모양을 가진 빙수라던가 하는 식으로요. 로컬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자연, 역사, 식재료들을 새롭게 표현해보는 작업을 처음으로 한 것 같아요. 지금이야 ‘제주 로컬푸드 레스토랑’ 검색하면 수백 개가 뜨는데, 그 당시에는 처음이었던 거죠.

▶스타벅스가 어쩌면 <닐모리동동>을 따라한 거네요

☞김종현 센터장: 그렇죠. 스타벅스도 제주의 로컬 성격을 가진 다양한 디저트라든가 음식들을 만들어내는데, 그전까지는 제주도에 향토음식은 있었을지 몰라도 제주적인 것을 새로운 형태의 음식이나 디저트로 표현하는 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 시작이 <닐모리동동>이죠.

그 때 저희가 ‘한라산 빙수’라는 눈 덮인 한라산 모양의 팥빙수, 거기에 분화구도 만들고 시럽도 뿌리고 하면서 눈 덮인 한라산 모양을 구현했는데... 이런 게 재밌잖아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이게 히트를 치면서 <닐모리동동>이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어요. 저희가 이 카페를 시작할 때 4억 정도를 투자했는데, 훨씬 더 많은 돈을 지역에 환원했어요. 단순히 4억을 기부한 것 보다 더 좋은 일을 한 거죠. 일자리도 만들고, 기부도 더 많이 하고...

이후 이런 일을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만든 회사가 <섬이다>예요. <섬이다>는 빛날 섬(閃), 다를 이(異), 많을 다(多)로, “빛나는 다름이 많다”는 뜻으로 지었어요. 로컬에 기반한 다양성들을 브랜드화 해보자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던 거요. 제가 넥슨에서 일하던 2015년에 설립했고 <섬이다>가 <닐모리동동>을 인수했어요. 그 다음 시작한 프로젝트가 2016년 ‘우유부단 프로젝트’였고, 2019년 2월에 <관덕정분식>을 오픈했습니다.

이런 시도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로컬 콘텐츠를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회사나 사람들이 생겨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따라하는 경우는 되게 많은데, 더 혁신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은 생각보다는 잘 나타나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무얼 다시 시작해야할까 고민하다가 사람을 키워야한다고 생각했어요.

2013년에도 넥슨에서 지역에 대한 사회공헌사업으로 청년단체를 지원했어요. 청년들이나 청년창업가가 활동하는 걸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요. <섬이다>를 설립한 이후에도 한 축에서는 청년인재를 키우는 걸 계속 해왔어요. 새로운 인재를 키우는 게 제주의 미래를 만드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 거죠.

요약해보면 처음에는 회사를 이전하고, 두 번째는 제주도 자원으로 미래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세 번째는 그걸 더 잘하기 위해 혁신가를 키우는 것으로 맥락이 이어진 거죠. 저한테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어요.

스타벅스가 2016년 제주 한정 메뉴를 시도한 이래, 지속적으로 제주의 로컬콘텐츠를 식음료로 선보이고 있다.  (출처: 스타벅스 홈페이지)

▶그렇다면 제주더큰내일센터에서는 혁신가를 키워내는 작업을 더 구체적으로 하시는거군요? 센터에 와보니 창업 인큐베이팅만이 아니라 창업사관학교 느낌이 들어요. 훈련 강도도 높고, 정예화된 인재를 양성해내는 느낌이 들어요.

☞김종현 센터장: 저희 기본과정은 누구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어요. 그게 직장인이어도요. 그래서 취업, 창업 구분하지 않고 선발해 스스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인재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프로젝트라고 하셨는데, 그 안에 혁신이라는 의미가 있는 거죠? 이곳에 있는 누구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는 뜻으로요?

☞김종현 센터장: 그렇죠. 그래야 기업에서도 혁신이 계속 촉발될 거예요. 그런 친구들이 역량을 발휘해준다면 창업도 이뤄질 거고요. 창업하는 친구들은 좋은 파트너, 코파운더 등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지역에 혁신적인 인재들을 많이 키우면 기존 기업 성장도 촉진하면서 새로운 기업의 창업도 촉진될 수 있다는 게 저희가 가지고 있는 기본 가정입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열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고, ‘백견불여이행(百見不如一行)’ 백번 보는 것보다 한 번 실행하는 게 나아요. 요즘의 청년들은 무언가 스스로를 만들어나가는 훈련들을 할 때 성장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주더큰내일센터>에서는 그걸 ‘프로젝트 기반 학습’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저희 교육과정은 총 2년인데요. 첫 6개월은 센터 안에서 상상의 프로젝트 형태로 20개의 프로젝트를 매주 하나씩 줘요. 그 과제를 잘 풀어내 새로운 기획안을 만드는 것 까지가 과정입니다. 또 교육 과정 중에는 매월 15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을 하고 있어요.

(사진: 윤준식 기자)

▶그런 맥락에선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직업교육 프로그램과 비슷하네요.

☞김종현 센터장: 보통 직업교육은 산업이 먼저 있고 그 산업에 맞는 기술을 가르쳐요. 근데 우리는 산업을 구분하지 않아요. 예를 들면 “제주 향토기업을 하나 선정해서 SNS 마케팅을 해라”, “감귤산업을 고도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라”, “마을기업 하나를 선정해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라”, “서울에 있는 스타트업을 하나 선정해서 기업문화를 분석하고 그 문화에 맞는 새로운 인사복지 시스템을 기획해라”라는 식으로 다양한 산업 영역과 기업에서 필요한 모든 요소를 과제로 줍니다.

프로젝트는 3개월 치 주제를 미리 공지하는데, 매주 하나씩 팀 프로젝트를 해결하려면 프로젝트 2~3개가 동시에 굴러가기 시작해요. 그러면 팀 내에서 서로 업무분담을 하고 방향설정하고,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이뤄지죠. 이렇게 6개월 간 주어진 문제를 분석해서 하나의 기획안을 만들어내는 훈련이 완성됩니다. 그 이후에는 실제 기업에 주 3일간 출퇴근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예를 들면 “제주에 소재한 호스텔 기업 <베드라디오>가 2호점 진출을 하는데 론칭 이벤트를 기획해라”같은 프로젝트를 가지고 <베드라디오>로 출퇴근하면서 3개월 정도로 프로젝트를 해보는 거죠.

▶그렇게 따지면 일종의 인턴십이네요.

☞김종현 센터장: 프로젝트 기반의 인턴십이죠. 보통의 인턴십은 기업의 루틴이 있고, 그 루틴에 인턴이 들어가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루틴한 업무의 특성 때문에 기업과 인턴 서로에게 도움이 안돼요.

하지만 프로젝트 기반일 때는 회사가 실질적으로 해야 하는 일에 한 명이라도 도움을 주고, 결과가 좋으면 기업이 인재를 데려다 쓸 수 있으니 서로 좋죠. 최소한 이 친구들이 시장분석, 사례조사, 아이디어 창출, 콘텐츠 제작 등의 일을 거들게 되는데, 일손이 필요할 때니 어설퍼도 도움이 되는 거예요. 참여하는 친구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되는 거고요.

▶나중에 취업을 하려고 해도 경력으로 말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사업에 도전할 때도 제안서에 들어가는 포트폴리오 어느 쪽으로도 쓸 수 있는 거군요?

☞김종현 센터장: 기업들도 프로젝트 단위가 편해요. 기업도 어차피 해야 할 일이고 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요. 이게 성공하면 일자리도 만들어지는거고요. 프로젝트 했던 기업이랑 뜻이 맞으면 이제 다음 1년은 그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거든요. 이 때도 저희가 매월 150만원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기업에도 부담이 줄어듭니다.

역량이 되는 친구들은 창업으로 유도합니다. 창업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 아이템 발굴하고 비즈니스 모델 구축하고 시제품 만들고 팀 빌딩하는 과정을 6개월간 해요. 공통 교육과정을 거치면 나머지 6개월은 그 사람이 원하는 산업 분야, 창업, 취업 분야 등에 따라 프로젝트에 맞춰 진행을 하죠.

그리고 나서 나머지 1년을 창업사관학교 프로그램 같은 걸 하는 거예요. 정부가 진행하는 창업사관학교는 아이템이 명확한 친구들이 가는 곳이거든요. 근데 그런 데는 사업비만 지원을 해주니까, 지원 합격한 친구들도 아르바이트를 해가면서 그걸 진행해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주더큰내일센터>가 그런 친구들을 위해 생활비를 지원해요. 본인 생활을 안정시키니까, 사업비로는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내는 게 1차 목표입니다.

그렇게 저희가 6개월마다 200명을 선발하는데, 5년이 지나면 1,000명이 됩니다. 혁신적인 근육을 가지고 있는 1,000명이 저희 센터를 중심으로 끈끈하게 연결되는 거죠. 그럼 ‘우주 최강 혁신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이 청년들이 활동하는 기업들까지도 저희 바운더리 안에 들어오는 거죠!

<제주더큰내일센터>의 큰 포부를 보여주는 이미지. 제주 안에 온 세계를 담았다. '탐라는 인재상'도 마찬가지다.  (사진: 윤준식 기자)

▶<제주더큰내일센터> ‘탐라는 인재상(*제주를 의미하는 '탐라'와 탐나는 인재의 합성어)’의 내용을 보니 ‘기업가 정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종현 센터장: 네, 우리 센터가 인재를 키워내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앙트러프러너십(entrepreneurship)의 요소들을 넣은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기업가 정신’이라는 게 기업하는 사람만의 정신이 아니잖아요? 업(業)을 만들어내는 사람의 정신이죠. 업을 일으켜 세우는 게 기업이니까. 

▶지원자 선발 기준에 제주도 외 청년들에게 25% 쿼터를 두는군요?

☞김종현 센터장: 혁신은 기본적으로 다양성에서 만들어집니다. 우리는 청년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려는 게 아니라, 서로가 학습하고 서로 성장하도록 돕는 기관이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게 아주 중요해요. 디자이너도 있고, 개발자도 있고, 회계하는 친구들도 있고, 제주도에서 육지로 나갔던 친구들도 있고, 육지에서 제주로 내려와 사는 친구들도 있고, 아예 제주랑 연관 없었다가 이번 기회에 해보려는 친구들도 있고요. 제주도 외부의 인재 25%를 반드시 뽑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센터장님의 스토리를 따라와 보면, 처음부터 이런 일을 하려던 게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공헌사업을 하다가 비즈니스가 파생되고 그 노하우가 다시 <제주더큰내일센터>로 오게 된 셈인데요?

☞김종현 센터장: 저는 소명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업으로 치면 기업의 미션? 대의라면 대의? 소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데, 제주의 미래가치를 만드는데 기여한 사람이라는 소명의식이 명확해요. 그걸 위해 내가 무엇을 할지 찾는 거죠.

처음 회사를 이전시키는 과정에서 이 소명이 형성됐고, 다음에 로컬푸드 비즈니에서 한 것은 부가가치를 올리려 한 거예요. 제주의 자원으로 미래를 만들 때, 그럼 제주 자원이 뭔지를 고민해야 하잖아요?

제주는 다른 지역보다 1차 산업 비중이 제일 커요. 그래서 1차 산업에서 혁신이 일어나지 않으면 제주 혁신은 만들기 어렵겠구나 생각해서 로컬푸드로 고민을 한 거고요. 부가가치를 올리려면 문화를 결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로컬푸드 레스토랑을 하게 된 거죠.

사람을 키우려고 한 것도 제가 생각한 만큼 혁신에 속도가 안 나더라고요. 그런데 저 같은 사람 10명을 만들면 10배 빨라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사람을 키우기 시작한 겁니다.

▶제가 그동안 만났던 로컬크리에이터들은 문화에서 출발해요. 뭐랄까, 힙스터 스타일이랄까요? 내가 자연에서 놀다보니 이 물에 맞는 물고기였고, 같은 물고기 친구들을 불러 모으거나, 같이 놀고 싶어 하는 물고기를 유혹하는 생태계의 느낌인데, 김종현 센터장님이 하시는 일들은 뭔가 공학적이에요. 모델링하고 건설해서 입주시키는 느낌이어서 그간 만난 로컬크리에이터와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자신이 1세대 로컬크리에이터라고도 말씀했는데요.

☞김종현 센터장: 제가 1세대라 주장하는 이유는 ‘로컬푸드 레스토랑’이라는 개념을 만든 게 처음이예요. <닐모리동동> 만들었을 때 문화카페, 복합문화공간이라고도 불렀는데요. 실제로 그 안에서 재즈공연도 하고 파티도 하고 그랬거든요.

제 흑역사 중 하나인데요... 2015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처음 생기고 나서 <섬이다>의 입주신청을 했는데 서류전형에서 탈락했어요. 당시만 해도 로컬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가 생소했던 거죠. 지원하는 분야도 주로 IT였고요.

▶그 당시만 해도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라 개념 자체가 없었을 거예요.

☞김종현 센터장: 제가 다음카카오 제주이전 협약을 마치고 난 뒤 서울로 돌아간 다음, 강당에서 전 직원을 모아 “왜 우리가 제주에 내려가야 하는가”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요. 그 때 “우리는 삶을 재구성하러 가는 거”라고 설명했어요.

“혁신은 일상을 재구성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다!”, “일단 자기의 일상을 새로운 공간에 집어넣어 우리 일상을 낯설게 만들어보자”, “그러면 새로 발전시켜야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게 보이고 그리고 나면 우리 삶을 재구성할 수 있을 거다. 거기에 혁신이 있다!” 이렇게요. 혁신을 촉진하려면 삶을 재구성해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일상생활의 변화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 거 같아요. 그 다음이 공간의 혁신이죠.

(사진: beLocal)

▶아주 특별한 말씀을 해주신 것 같아요. 굳이 용어로 만들자면 ‘혁신형 로컬’이라고 할까요? 낯설게 보기 위한 공간으로 혁신을 도출하기 위한 개념인거죠. 지금까지 저희가 봐 온 로컬은 힙스터 느낌의 정서적 공감의 공간, 라이프스타일로서의 공간이었거든요.

☞김종현 센터장: 제가 제주를 보는 맥락이 탈물질주의 창조산업의 필요성입니다. 다음카카오 이전할 때 공간을 구축하고, 일상을 바꾸고, 그 연장선에서 비즈니스를 바라보면서 대한민국의 혁신은 로컬에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고, 라이프스타일의 혁신에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고민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 요식업에 도전했던 것도, 초기 회사 이전을 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가장 큰 불만이 “제주도에는 스타벅스가 없다”는 거에서 출발했어요. 그 때는 회사 근처에 카페 문화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다음카카오의 건물을 짓고 나서 바로 그 안에 ‘일리’ 카페를 운영했어요. 공간? 일상? 이런 변화들이 얼마나 혁신적일 수 있는지를 어느 정도 체험 한 거죠. 이 때 육지에서 ‘힙’한 것들을 제주에 적용해서 변형시키는 작업을 한 거라면, <닐모리동동>은 반대로 제주의 ‘힙’한 것들을 연결해 로컬의 형태를 만들고자 한 거예요.

▶<다음카카오>와 <넥슨>을 이전하며 해체와 재구성의 문화를 만든 게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김종현 센터장: 혁신에도 단계가 있다고 봅니다. 처음에는 주어진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 다음은 주어진 과제를 약간 다르게 내가 해석하는 것, 그 다음은 나만의 문제를 재정의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 이렇게 단계가 있는 거죠. <다음카카오>를 이전할 때는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것 – 본사 이전을 잘 시키는 것에 집중한 것 같고, <넥슨> 이전에서 해체와 재정의의 과정이 있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로컬콘텐츠와 넥슨을 연결하는 일을 하면서요. <섬이다>를 할 때는 아예 새로운 문제를 발굴해서 들어간 단계라고 생각해요. 이 모든 게 경험으로 비롯된 단계인거죠.

▶<더큰내일센터>에서 교육생들에게 프로젝트 20개를 과제로 주는 이유가 이것과 같은 거군요.

☞김종현 센터장: 맞아요. 주어진 것을 잘 해결해 보라는 뜻에서요. 처음에 주어진 프로젝트를 잘 해결하고, 다음에 기족 프로젝트와 다르게 보는 시야를 가지고 마지막에는 아예 새롭게 문제를 정의하는 기준을 만들어내는 거죠.

▶최근 로컬크리에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정부도 관심을 가지고 육성을 하려는 상황인데요. 로컬크리에이터로 성장하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고, 로컬크리에이터를 육성하려는 기관이나 센터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김종현 센터장: 저희 센터가 로컬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곳은 아니지만, 저희가 고민해서 내린 결론중 하나에 답이 있을 것 같아요. 많은 행정 조치들이 빠른 결과를 원해요. 빠른 열매따기를 하고 싶은 거죠. 그런데 지금은 밭 갈고 씨 뿌려야하는 타이밍이거든요? 사람을 키워야하는 시기에요. 로컬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일 ‘로컬푸드 레스토랑’을 만든다면 그 레스토랑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누가 만들었느냐에 주목해야 돼요. 그 사람에게 주목되는 스토리를 만드는 게 의미있는 거죠. 그래서 그 사람이 더 성장해서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하는 거예요.

지금 풋사과가 열렸다고 따먹으면 안 된다는 거죠. 지방으로 갈수록 사람이 없고, 육성 시스템이 더 취약해요. 그래서 지방일수록 제일 먼저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또, 결국은 우리가 왜 로컬이 미래의 희망인지에 대해 인식을 명확히 해야 해요. 로컬이 자기주도적이고 다양화된 구조라서 가능한 건데, 이를 지금 섣불리 구조화시켜 획일화하면 향후 만들어질 다양성이 다 죽어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은 절대 정형화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 정형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로 가야 하는 거죠. 근데 그동안 진행해왔던 것을 지켜보면, 어디서 뭐가 잘 됐다고 하면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 넣잖아요? 그 과정을 극복하려는 게 ‘로컬’이거든요! 서울이 답이라고 모두가 서울을 따라하는 시대에, 그와 다른 길을 가고자 했던 게 ‘로컬’의 시작이라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로컬크리에이터 육성만큼은 획일화된 구조를 가져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로컬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이 <제주더큰내일센터>에 지원하면 로컬크리에이터로 육성되는 것이죠?

☞김종현 센터장: 저희의 미션 중 하나는 제주에 대한 애정이에요. 애정을 가지고 제주의 미래를 만들려는 친구들이라면, 충분히 제주의 로컬적 요소를 갖도록 육성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로컬 콘텐츠가 꼭 로컬에서 오는 것만을 의미하는 건 아닐 수 있어요. 제가 인큐베이팅 했던 팀 중에 <키친플레이>라는 영화 학습 앱을 만드는 팀이 있어요. 여기까지만 보면 전혀 로컬스럽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 친구들의 회사 문화는 제주를 기반으로 한다는 ‘로컬’을 향하고 있어요. 로컬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만들어진 조직문화 형태까지도 로컬에 해당한다고 봐야합니다.

▶방금 말씀해주신 어학회사는 ‘제주’스러운 조직 문화가 있는 건가요?

☞김종현 센터장: IT기업은 재택기술이 가장 잘 발달해야 해요. 서울에 있는 사람들은 다 만나서 일하기 때문에 생활 반경으로 조직문화가 녹아드는 건데, 제주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나 전국 비즈니스를 하려면 출장도 자주 다녀야하고, 언제, 어디서든 작업을 할 수 있어야하면서 동시에 내부와 소통도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이런 게 훨씬 더 발달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제주에서 시작한 기업이 문화적 경쟁력을 더 가진다는 의미군요

☞김종현 센터장: 네, 그렇죠. 그리고 이 친구들이 일상적인 공간에서 다른 느낌을 가질 거잖아요. 그런 것도 궁극적으로는 프로젝트에 녹아든다고 생각해요. 동일한 사람들이 서울에서 만든 것과 제주에서 만든 결과물 느낌이 살짝 달라지는 거죠.

▶항상 산업과 도시가 결연을 맺으면 인력풀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항상 나오는데요, 각각의 지역에서 산업과 매칭되는 인재를 키울 수가 없어서요. 일반 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하면 지자체 혜택 때문인데, 막상 이전하고 나면 인재 때문에 고민을 하거든요. <제주더큰내일센터>에서 혁신가 1,000명을 만들어낸다고 하시는 건 굉장히 담대한 구상인 것 같습니다.

☞김종현 센터장: 1,000명을 만들어내면 시너지는 더 폭발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주도 인구가 약 70만인데 1,000명이면 700명 중 1명이 혁신가인거니까요.

▶게다가 1,000명 중 250명은 타 지역에서 오는 거잖아요. 제주와 교류할 수 있는 로컬혁신가를 탄생시키는 상상도 하게 됩니다.

☞김종현 센터장: 저는 제주의 강점 중 하나가 ‘융합’이라고 생각해요. 제주에 뭔가 고도화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융합은 잘 할 수 있어요. 특히 휴양지라는 개념이 있어서 각각의 것을 엮어 내거나 이질적인 것들이 결합될 때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 있어요. 제가 설립한 <섬이다>의 말 뜻, “빛나는 다름이 많다”는 것처럼 제주가 섞어내는 걸 잘하는 지역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현장취재: 윤준식 기자
▶정리: 이연지 기자

▲위 기사는 로컬트렌드 미디어 <비로컬>과 인터넷신문 <시사N라이프>가 공동기획·취재를 통해 독자 여러분께 제공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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