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거버넌스(8)] 거버넌스 이해와 허구성 : 실천이 어렵다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19.09.17 10:29 의견 0

문제 해결을 위해 거버넌스로 모이는 주체는 정부와 시민, 기업 등 다양하다. 어느 하나가 전체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참여와 동시에 공동 노력이 필수적이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거버넌스에서는 함께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며 평가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없으면 거버넌스가 아니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세상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실천보다는 말이 더 쉬운 법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실천 없는 배움은 허구이다.”라고 말했다.

거버넌스에 대한 이론은 무성하게 쏟아져 나왔고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포장은 수두룩했지만, 실천은 그리 쉽지 않았다. 행인지 불행인지 세계적으로 거버넌스가 트렌드가 되자 국내에서 거버넌스라는 언어는 유행이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흉내라도 내려는 시도는 계속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노력은 있었으나, 결과물은 초라했다.

거버넌스라는 말이 90년대부터 사용됐지만, 이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었던 국민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국외에서는 1980년대에 사용됐다)

※앎의 문제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후일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출처: 구로구 마을자치센터 블로그)

그리고 국내에서 사용된 거버넌스라는 언어에는 특이하게도 접두어처럼 ‘민관’이라는 언어가 붙었는데, 같은 말의 중복이나 다름없다. 거버먼트와는 달리 거버넌스는 당연히 정부와 함께 기업,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걸 전제한다.

그런데도 앞에 ‘민관’이란 말을 붙인 것은 ‘거버넌스’에 대한 주최자의 이해 부족일 수 있고, 긍정적으로는 “이제 관치가 아닌 국민과 함께 치리(治理)하겠습니다”라는 선언일 수도 있다.

어느덧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언어가 등장하고 학계에서 연구한 기간도 20년이 넘는다. 논문 검색이 가능한 학술연구정보 서비스(RISS)에서 거버넌스란 단어를 검색하면 1972년에 나온 <부산의 도시혁신과 거버넌스 : 도시성장전략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이 최초로 등장한다. 발행년도에 대한 서지 정보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정확히 확인하지는 못했다.

다음 논문으로는 1991년에 <地方財政 擴充을 위한 中央政府의 政策開發>이 등록됐다. 이밖에도 현재까지 9,276건으로 검색되는데, 단행본 등을 포함하면 건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거버넌스’라는 개념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본인이 ‘거버넌스’에 참여해 있으면서도 ‘거버넌스’라는 걸 모르는 참여자가 많기 때문이다. 엘리트 관료들조차 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일종의 ‘회의’로 생각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아직도 있을까?

거버넌스 연구와 더불어 관련 논문과 서적도 쏟아져 나왔다.  (교보문고 제공)

우선, 거버넌스의 호스트가 기존 거버먼트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호스트하기도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호스트하는 경우도 있다. 기존 정부가 자원을 활용해서 거버넌스를 조성하고 주도하기 때문에 형태는 거버넌스지만, 실제로는 거버먼트 산하 기구처럼 여기는 것이다.

둘째로 참석자의 수동적 태도이다. 거버먼트에서 요청이 왔을 때(이미 자발적이지 않다) 선택은 두 가지다. 참석하든지, 참석하지 않든지. 그러나 관료가 요청했을 때 대상자는 거절하기 쉽지 않다. 대신 적극적으로 활동하지도 않는다.

물론, 거버넌스에서 제안하는 목적과 주제가 참석자의 호기심을 충족한다면, 자발적으로 참석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능동적인 활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드물다. 왜냐하면, 구성원의 직종, 사회적 지위 등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이 말은 참석자의 참석 목적과 의미가 다름을 의미한다.

단일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토론과 논의가 충분히 있어야 하지만, 물리적으로 서로 다른 참석자들을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은 현실적으로 부족하다. 대체로 거버넌스라는 타이틀만 고수할 뿐 관이 생각하는 목표를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모여서 요식행사로 진행할 뿐이다.

 

세 번째 이유는 거버넌스를 조성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자원이 없는 개인이나 조직은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고 해도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하기 어렵다. 거버넌스 구성 자체가 최소한 정부, 시민, 기업 등 다자간 주체의 참여를 기본으로 하기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나 시민단체의 중책을 맡은 자들이 대체로 참여한다.

사실, 전문 기관 담당자의 참석이 중요한 건 아니다. 그리고 굳이 전문가에 의존할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우리 마을 공부방을 만든다고 할 때, 주민들의 자체적인 리서치(research)를 통해 공부방 참여대상과 필요한 과목 등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할 때 굳이 외부 강사를 초빙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을까? 거버넌스는 주제와 목적이 중요하지, 참석자의 직책이나 전문성이 중요한 게 아니다.

언제쯤 '민관'이라는 접두어가 떨어져나갈까? (출처: 구로구 마을자치센터 블로그)

거버넌스는 거버넌트와 다르다. 기존의 사업이 법이나 규칙을 따른다면 거버넌스는 공동의 노력이므로 협약, 협의를 따른다. 거버먼트의 주도하에 산하 기구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정부를 포함한 참여 주체가 함께 의논하고, 발전 방향을 고려하면서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다양하고, 더 쉽고, 더 밀접하고, 더 자연스럽게 모이는 협의체가 돼야만 한다. 이러한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거버넌스는 조성될 수 없으며, 이름만 거버넌스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전을 위한 이해와 실패를 각오한 실험은 계속되기를 바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