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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아빠! 그냥아빠?(최종화)] 아이와 책 만들기

조연호 작가 승인 2021.07.13 12:35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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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첫째 딸, 안아와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방황했던 청년 시절, 결혼, 그리고 출산, 육아, 그리고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양육과 교육에 관련해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제 “좋은 아빠! 그냥 아빠?”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아이와 손잡고 다니게 되면서 종종 안아가 아름답고 예쁘게 표현하는 순간이 꽤 있었습니다. 어른이 절대 생각할 수 없는 표현과 언어였습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면서 무심코 듣고 넘겼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안아의 표현을 소중하게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커서 그 언어들을 본다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안아의 이야기를 제 글 주머니 속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 모아서 블로그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안아의 3살, 4살 때 이야기였습니다. 참 많은 이야기를 안아가 했지만, 제가 옮길 수 있는 글은 45편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아빠로서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원래는 안아의 표현을 블러그에 보관하다가 아이가 조금 더 컸을 때 프린트해서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책을 만들 게 됐습니다. 그것도 7살 아이와 함께 말이죠.

◇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일단, 저는 제가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모두 복사해서 수정이 가능한 “한글” 프로그램으로 옮겼습니다. 오타를 교정하고, 문장이 어색한 부분은 계속 읽으면서 수정했습니다. 다섯 번 정도 읽고 수정했습니다. 한 달이 넘게 걸렸습니다. 양이 많진 않았지만, 안아와 처음으로 만드는 책이었기에 때문에 기존에 혼자 출간했던 책보다 더 신중했습니다.

제가 원고를 수정하는 동안 안아는 45편의 글을 한 편씩 읽으면서 삽화를 그리고 간단한 영어 표현을 써서 영어 유치원 졸업 작품(자체)을 조금씩 완성해 나갔습니다. 그림은 1주일에 3편씩 완성해 나갔습니다. 총 45편이었으니 15주에 걸친 작업이었습니다. 7살 안아에게는 엄청난 인내력이 요구됐습니다. 한편을 그리는데, 스케치북 5장 이상을 사용한 적도 있습니다.

아빠와 안아의 책은 둘만의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가족들의 도움도 있었습니다. 시인이신 할아버지와 교사로 퇴직하신 할머니의 끊임없는 교정, 그리고 책이 나오기까지 지원한 엄마의 도움이 있었기에 안아의 첫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2019년 12월에 약 8개월의 노고 끝에 『아빠, 낮에도 달이 떴어요!』가 출간됐습니다.

◇ 책 만들기에 참여하기로 한 안아

위에서도 밝혔지만, 처음에는 제가 만든 글을 안아가 성장했을 때 주고,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습니다. 어린 시절 자신이 표현한 언어를 보면서 미소 짓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아빠는 글을 써서 모았습니다.

그러다가 아는 지인이 책으로 출간하자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이전에도 저 혼자 두 권의 책을 출간했기에 창작 동화 장르로 안아와 함께 출간하는 것도 좋을 듯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본격적으로 진행하려 마음먹으니, 1년 후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안아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안아가 성장해서 세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만들고, 사람들에게 작은 행복이라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세상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겠지만, 그중에는 좋은 글을 쓰는 작가나 좋은 음악으로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음악가의 삶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쓴 글에 ‘안아가 간단히 삽화 정도 그려 넣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후에 이런 생각을 출판사 대표와 나누는 도중에 한 가지 아이디어를 더 추가하게 됐습니다.

“어차피 영어 유치원 다니잖아요? 그러니, 뒤에는 아이가 영어로 쓴 엽서같은 형태의 제작물도 첨부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렇네요.”

이제는 삽화에 영어 엽서까지 추가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욕심이 더 커졌습니다.

‘어차피 영어 엽서를 넣을 거면, 삽화에 영어로 말을 넣는 게 낫겠다.’

이렇게 책 구성이 결정됐습니다. 제가 쓴 글을 토대로 안아가 삽화를 그리고 영어로 대사를 넣기로 한 것입니다.

일단, 책을 만들기 전에 안아한테 물어봐야 했습니다. 적어도 싫다는 건 시키지 않는 게 우리 부부의 원칙이니 아무리 아빠의 계획이 있다고 하더라도 안아가 원하지 않으면 도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안아야, 아빠가 안아 어렸을 때 안아의 말이 너무 예뻐서 글로 적어 놓았는데, 그 글을 읽고 안아가 그림을 그려서 책을 만들려고 해. 안아가 같이 할 수 있을까?”

“응!”

책 만드는 게 어떤 과정인지 잘 모르는 안아였지만, 아빠가 쓴 책이 집에 있었기 때문에 아빠랑 같이 쓴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미술 학원에 다니고 있었고, 그림 그리는 게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안아였기에 고민하지 않고, 쉽게 수락했습니다.

◇ 시작

책은 크리스마스 전까지 출간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출판사와 상의해 보니, 10월에는 원고가 넘어와야 가능할 거 같다고 했습니다. 당시가 6월이었으니,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1주일에 3편씩 정리한다고 하면 15주가 걸릴 예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여름에는 휴가 등으로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기간도 있을 테니,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7살 안아가 얼마나 잘 따라와 줄지도 장담할 수 없었고요.

7월 첫째 주부터 시작했습니다. “시작이 반이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두 시작에 힘을 실어 주는 옛말입니다. 그러나 시작은 시작했더라도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작심삼일”, “용두사미”라는 말도 있습니다.

시작하고 나서 까마득한 끝을 생각하면 아찔할 때도 있습니다. 겁먹고 시작도 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완료할 수 없지만, 반대로 무턱대고 시작해서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하는 결과를 얻기도 합니다.

안아가 첫 번째 이야기를 읽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한 5번 이상 그리고 나니, 삽화로 넣어도 될 듯했습니다. 삽화 한 장을 위해서 스케치북 6장이 소모됐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20장이 넘는 스케치북에 단, 4편만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안아는 열심히 그렸습니다. 그리는 그림만큼 열심히 울었고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한 장 한 장 그려나갔습니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마!”

“아니야, 할 거야!”

아빠가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크게 화를 내도 안아는 또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꼬박꼬박 한 주에 3편씩 그렸습니다. 여름 휴가철을 제외하고는 정말 매주 3편씩 완성했습니다. 예정은 10월 말이었는데, 안아는 10월 중순 이전에 45편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20편을 넘어서고 나서는 삽화를 완성하는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확실히 철학자 칸트가 말했듯이 “인간은 학습의 동물입니다.”

◇ 완성, 그리고 기부

책은 안아의 7살 크리스마스 즈음에 출간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자비용으로 출판비를 부담하는 것이어서 판매를 독려해야 했습니다. 판매 수익금 전액은 안아 이름으로 기부하기로 했고요.

첫 작품의 수익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기부했다는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참신한 아이디어, 그리고 판매 수익이 좋은 일에 사용된다고 하니, 주변에서도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지역 방송국의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 방송에 출연 제의도 받았습니다. 책이 나오는 날은 안아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방송 출연하는 날이 됐습니다.

방송에 출연해서 책을 간단히 소개하고 질문을 받았는데, 안아는 첫 출연이라서 떨렸는지 제대로 답하지 못했습니다.

아나운서 : “앞으로도 계속 책을 쓸 건가요?”

안아 : “아니요.”

아나운서 :“계속 쓰면 좋겠는데.”

이 방송을 지켜보던 많은 지인이 다 같이 아쉬운 탄성을 질렀다고 합니다. 초등학생이 된 안아는 혼자서 동화를 꾸준히 그리고 쓰고 있습니다.

이후 많은 분이 구매해주셔서 수익을 낼 수 있었고, 안아 이름으로 ‘홀트’에 기부했습니다.

“사랑을 줄 수 있어서 행복한 안아가 되기를 바라며”라는 문구가 실린 기념 액자도 받았습니다.

안아도 책을 만들 때는 힘들었지만, 스스로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친구들한테 선물로 줄 때면

“내가 만든 책이야!” 라고 하면서 주고, 이후에 새롭게 사귄 주변 사람들한테 안아를 소개하는 좋은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 책 만들기로 다시 생각한 가족

주로 저와 안아가 노력한 결과물이긴 해도 우리 두 사람만의 작품은 아닙니다. 온 가족이 함께 만든 책이었습니다.

엄마는 안아가 힘겨워할 때마다 격려해 줬습니다. 특히, 그림 그릴 때, 함께 해주고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시인이신 외할아버지께서는 원고를 계속 교정해 주셨습니다. 다른 친척들도(이모들, 고모, 삼촌 등) 책 홍보와 판매를 도와주셨습니다.

핵가족 시대를 넘어서 핵분열 시대로 치닫는 시대에 책 만들기는 가족을 생각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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