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지진이 연일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3월이 되면 동일본대지진 12주년을 맞는다. 당시 간 나오토 총리는 자위대 10만 명 지원태세를 지시하여 유사 이래 최대 규모의 지원태세를 갖추고 8월 31일까지 연인원 약 1,058만 명이 투입돼 인명구조(19,286명), 사체수습(9,505구), 물자수송(13,906톤), 급수지원(32,985톤), 급식지원(5,005,484식), 입욕지원(1,092,526명) 등을 실시하였다. 또한 원자로 공중 살수, 원전 냉각 활동지원, 모니터링 활동 및 방사능 오염 제거활동 지원 등의 원전재해 지원은 12월 26일까지 총 291일간 실시하였다. 이는 한신·아와지 대지진시 연인원 2,254,700명이 101일간 지원한 것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다.
자위대의 헌신적인 노력 덕에 자위대에 대한 일본 국민 호감도는 상승하였지만 외부에 보도되지 않은 자위대의 고충도 컸다. 많은 자위대원들이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을 뿐 아니라, 피난민 목욕 지원을 하면서 정작 자위대원들은 물티슈 몇 장으로 샤워를 대신하거나, 작업복 세탁도 제대로 못했다. 심지어 현장으로 파견되는 자위대원들은 자대에서 재해 파견지까지 수일 걸리는 육로이동을 원칙으로 했는데, 신속한 이동수단인 공로 수송에는 구조 관련 물자가 우선시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재해지역에서는 통신기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개인 핸드폰을 이용해서 상부로 보고를 하였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상비약을 가지고 가야 하는 등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당시 언론에서는 동정과 격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대지진 상황 속에서의 어려움이었지만 평시인 최근에는 육상자위대 대원들이 평소 화장실 휴지도 자비로 지불해서 사용한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가 외부에 노출되었다. 사실 자위대 기지를 방문하게 되면 일부 수십 년이 경과된 오래된 건물도 볼 수 있는데, 이를 보고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 이런 건물이 아직도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은 적은 있지만 이처럼 자위대의 화장실 휴지까지도 자비로 충당한다는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같은 상황을 방위대신과 당시의 아베 총리도 보고를 받았고 국회에서 야당으로부터 질타를 받았으며, 이에 대해 방위대신은 이를 시정하겠다고 답변(2018.11.29.중의원 인전보장위원회)한 바 있다. 그렇게 진정되나 싶었는데 2021년 다시 국회에서 동일한 문제가 제기(2021.5.21. 중의원 안전보장위원회) 되었고 이것이 언론에서까지 보도(2021.2.11. 요미우리)하였다.
이러한 문제는 자위대원에 대한 복지 문제로 확산되었고, 가장 문제가 된 것이 자위대의 오래된 관사 문제였다. 일부 보수계 언론 보도를 통해 보도된 오래된 관사상태와 40여 년 된 메트리스 등은 사진상으로 보면 그야말로 비참한 상태로 보여진다.(ダイヤモンド・オンライン, 小笠原理恵, 2022.9.27.)
하지만 이러한 관사 문제는 일부 육상자위대의 문제로 국한되고, 해상자위대 및 항공자위대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며, 화장실 휴지도 육상자위대는 부대별 현지 구매가 아닌 중앙에서의 일괄 구매로 인해 각 부대 배포시 수송비가 포함되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한 것이라는 주장(日刊ゲンダイDIGITAL, 文谷数重, 2023.2.10.)도 있다. 이를 고발한 저자는 전 해상자위대 소령출신의 군사연구가이며 “그렇게까지 보도하는 이유는 자위대 옹호세력이 동정론을 유발해 방위비 증액을 하려는 악질 사기(人情を利用して防衛費増額を迫る悪質詐欺)”라고 주장하였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이같은 문제를 돌아보면, 첫째, 가장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는 현장 부대 지휘관과 인사참모의 관심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일본에서 집을 임대할 때는 집을 빌려준 주인에 대한 사례금이라 해서 통상 월세 1개월분에 해당하는 돈에 2개월분 월세에 해당하는 보증금, 첫 달 월세 등 월세 4개월분의 금액을 한꺼번에 내는 것이 관례다. 여기서 보증금은 나중에 집을 나올 때 다다미(畳, たたみ) 교체비용과 가옥의 손상된 부분에 대한 수리비용을 공제한 후 잔금을 받는다. 못 자국, 혹은 바닥이 긁힌 부분이 있으면 이러한 비용도 제외된다. 이런 사회 분위기가 육상자위대에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둘째, 아베 전 총리는 재임기간 중 자위대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총리의 지시마저 무시되는 자위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돌이켜 보면 ①2016년 9월, 남수단으로 파병한 육상자위대 PKO 부대의 정보보고서 공개요구에 대해, 파기했다고 답변하였던 ‘정보보고서 은폐사건’, ②2018년 4월, 통합막료감부(우리 합동참모본부 해당) 소속 소령이 헌법개정을 반대하는 현직 국회의원에 대해 국회 앞 도로상에서 “바보”, “기분 나쁘다”, “국익을 해한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과 역행한다”는 등의 폭언을 공개적으로 한 사건, ③2014년 발족한 육상자위대의 유일한 특수부대 ‘특수 작전군’의 초대 지휘관을 맡았던 아라야 다카시(荒谷卓) 전 육상자위대 대령이 자위대를 퇴직한 후 2018월 11월 미에현 구마노시의 산 속에 전투훈련을 위한 시설을 개설하고 현역 자위관과 예비 자위관을 모집해 ‘자위관 합숙’이라고 칭하며 전투훈련을 계속해왔던 사실이 2021년 1월에 밝혀진 바 있다. 이런 3가지 내용을 확대 해석하면 문민통제(シビリアンコントロール、Civilian Control)라는 민주주의적 통제활동이 제대로 먹히지 못하였다는 반증처럼 보여진다. 지금 일본은 안보정책의 가장 큰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는데 이같은 변화 속에서 그들이 국민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면 이같은 사건들이 반복되어서는 구군과의 차별을 못 느끼는 동일본대지진 이전으로 돌아가 국민들로부터 다시 무시 받는 천덕꾸러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