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9일, 기시다 총리는 미국의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CEO 알렉스 카프(Palantir Technologies CEO Alex Karp)와 만났다. 접견 당시 국가안전보장국 아키바(秋葉) 국장과 외무성 고베(河邉) 북미국장이 배석한 것으로 보아 대담 주제가 외교안보였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여기서 팔란티어社의 이름에 들어간 ‘팔란티어(Palantir)’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나온 세상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구슬이라고 하는데, 이 회사는 2003년 창업했으며 시가총액은 약 22조 5천억 원 정도가 된다. 주요 고객은 CIA, FBI, 영국정부 등인데, 911테러를 계기로 하는 안전보장 분야의 다양한 데이터 해석을 특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가 예상 밖으로 선전하고 있는 이유도 팔란티어社와 같은 민간기업이 배후에 있어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는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팔란티어社의 ‘갓썸(Gotham)’은 군사위성과 정찰기 등 서방측 군사고문단이 제공한 모든 정보와 함께 민간인들이 사용 중인 SNS 등에서 적의 위치정보, 피해상황 등 방대한 정보를 스타링크를 통해 수집해 AI로 신속하게 분석하고 효율적인 공격방법 등을 말단 제대의 단말기까지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한편, 기시다 총리 뿐 아니라 아베 전 총리도 총격사건으로 사망하기 약 한 달 전인 2022년 6월에 팔란티어社 CEO 알렉스 카프와 만났다. 이때도 동석한 국회의원이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중의원 의원인데, 그는 자민당 안전보장 조사회 간사장 및 총리보좌관(안전보장에 관한 중요정책담당), 방위대신 정무관 등을 역임한 자민당의 안보전문 정치인이다. 결론적으로 전직 및 현직 총리와 알렉스 카프와의 만남에 동석 혹은 배석한 관료 및 정치인들이 모두가 외교안보 전문가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왜 전직 및 현직 총리가 민간회사 CEO를 만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이 적기지 공격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보 및 판단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적기지 공격능력은 자민당의 염원일 뿐 아니라 아베 전 총리의 유훈이기도 한데, 아베 총리가 총리직을 사임하면서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관한 담화(2020년 9월 11일)를 다음 정부에게 당부(?)해 놓은 상태이었다. 특히 적기지 공격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정보는 일본을 향해 탄도미사일 공격을 착수했다는 정보인데, 이것 없이 탄도미사일 뿐 아니라 적 수뇌부까지 공격한다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국제법상 선제공격이 될 수 있다. 심지어 일본정부가 적기지 공격을 한다고 큰소리 쳤지만, 작년 10월 전국동시경보시스템(全国瞬時警報システム J-ALERT)의 오경보와 최근 발사한 북한 장사정포 발수 오판 등 일본 정보분석 능력의 한계가 계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작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본의 자위대 예비역 뿐 아니라 소위 국방족 정치인과 보수계 언론들은 2017년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는 것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이런 일본의 입맛을 정확하게 맞춘 것이 팔란티어社의 중국의 대만 공격 가능성에 대한 지휘결심을 조언하는‘국방 의사 결정을 위한 Palantir Gotham’이란 동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rxKghrZU5w8)인데, 이 동영상을 본 자위대 예비역 장군은 “훌륭하다(本当に優れたもの)”고 평가(TBS 報道1930, 2023.2.7.방송)한 바 있다.
*참고: Palantir Gotham for Defense Decision Making 유튜브
팔란티어社의 배포 전략담당가 멜로디스는 “미군과 동맹국 군은 팔란티어社에 의지할 것이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작년 12월 개정한 일본의 방위력정비계획에도 “AI에 의한 행동방침을 분석하고 지휘관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술을 (자위대)장비에 반영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자위대도 이같은 플랫폼을 사용할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오랜 기간 정보분야에 근무한 경함이 있다면 팔란티어社의 ‘갓썸(Gotham)’과 같은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은 생소하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AI를 이용한 다양한 위성 및 신호정보를 수집하는 첩보의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것이며, 모든 영역에서 수집된 넘치는 첩보 속에서 적국의 기만전술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전직과 현직 총리가 이처럼 높은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이들이 팔란티어社의 ‘갓썸(Gotham)’을 마치 어벤져스의 우주 최강무기인 ‘인피니티 스톤’처럼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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