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최근의 일본 뉴스는 기시다 총리에 대한 업적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상대로 기시다 총리에 대한 평가는 내각지지율처럼 호의적이지는 않으며, 항상 비교되는 건 아베 전 총리다. 9월 27일 새로운 총재가 선출될 때까지 며칠 남지 않은 임기 속에서, 한국을 방문하고 헌법 개정에 첫발을 디뎠다는 등 치적 쌓기에 열중하고 있는데, 이는 후임 총리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1. 기시다 정권 3년과 주요정책
9월 27일 자민당 총재선거 개표가 이루어질 예정인 가운데 선거 포스터 디자인을 보면 현직인 기시다 총리는 한 귀퉁이에 작게 위치하고 있을뿐이고, 아베 전 총리는 상단 중앙에 주먹을 불끈 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 밑에 “시대는 누구를 요구하는가?”라는 문구도 있어 누가 보더라도 차기 자민당 총재는 아베 전 총리 같은 인물을 요구하는 듯한 포스터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2021년 10월 4일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면서 일본의 총리로 지명되었다. 10월 11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국민의 목소리가 정치에 와닿지 않는다. 정치면에서의 설명이 국민의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는 상황을 감안하면 지금은 정말 우리나라(일본) 민주주의의 위기다”라고 강조했다. 스스로 아베 정권의 정치에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타개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아베 정권의 뒤치다꺼리만 하다 물러나게 되는 또 다른 총리에 불과했다. ①아베 전 총리의 업적이라던 아베노믹스를 마무리하기 위해 ‘새로운 자본주의’를 내걸었지만,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 결과 역시 좋지 못하다. 성과라고 내걸 수 있는 것은 ②2022년 12월 안전보장 관련 3문서를 개정하면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각의결정하였고, ②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의 방위비를 43조 엔으로 증가시킨 것이다. 이 문제도 아베 전 총리의 “타이완 유사는 일본의 유사” 그리고 아소 자민당 부총재도 중국과 “싸울 각오” 언급과 맥을 같이하기 때문에 기시다 만의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일본에서는 아베 전 총리가 자국을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로 이끌었다고 주장하는 한편, 기시다 정권은 아베 정권과는 달리 국가관을 나타내질 못했다는 비난도 받는다.
2. 자민당 총재선거
기시다 정권의 지지율은 장기간 바닥을 유지하고 있고, 이런 지지율 하락은 기시다 총리의 연임 불가능으로 이어지면서 스스로 총재선거 불출마를 표명했고, 9월 26~27일에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열린다. 투표는 1차와 2차로 나뉘는데, 1차 투표에서는 국회의원 367표와 당원 당우(黨友)표 367표 중 과반수 획득자가 선출된다. 만일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차 투표는 1차 최대 득표자 2명에 대한 국회의원 367명과 도도부현 47표를 합친 다수 득표자가 당선된다.
올해 자민당 총재선거는 후보자들이 난립(5명이 후보 출마 선언, 2명 선언 예정, 기타 출마 의지 표명 5명 등 12명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1차 투표에서 표가 분산되면서, 누구도 과반수 득표는 어려울 것이고, 2차 투표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①자민당에서는 아소파를 제외한 대부분의 파벌은 없다고 하나, 외형적으로는 ‘정책집단’으로 살아남았다. 그러므로 아소 타로 전 총리이자 현 자민당 부총재,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기시다 현 총리가 킹메이커로 이름이 거론되면서 총재 후보를 좌지우지하는 ‘야미쇼군’(闇将軍 : 막후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
②다른 자민당 국회의원들은 지금 국민이 실망하게 된 원인인 정치와 돈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뉴페이스를 찾는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길 수 있는 후보, 즉 ‘카치우마’(勝ち馬)찾기에 정보를 모으고 있다. 왜냐면 정치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속한 자민당에서 다음 선거 때 이길 수 있는가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는데, 누가 총재가 되느냐에 따라 자신들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③총재 후보로 입후보하는 데는 20명의 현역 국회의원 추천이 필요하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공직선거법’에 저촉되지 않으므로 과거에는 총재 후보 추천 때 2개 파벌로부터 돈을 받으면 ‘닛카’(ニッカ), 3개 파벌인 경우 ‘산토리’(サントリー), 모든 파벌로부터 돈을 받으면 ‘올드파’(オールドパー) 등의 은어까지 있을 정도로 돈이 오갔다. 물론 이번에는 인터넷 등을 이용한다고 하지만 전화를 이용한 선거 운동과 인쇄물 작성 및 송부 등의 비용은 개인도 부담해야 하므로 돈 없이 자민당 총재되기는 어렵다.
현재까지 유력한 후보는 4명이다. 첫째가 코노 타로 디지털 대신이다. 아소파 즉 아소 타로 전 총리이자 현 자민당 부총재로부터 선거를 지원한다는 약속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코노 타로가 2차 투표에서 유력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는 확연하게 호불호가 갈린다.
①디지털 대신을 하면서 2022년 8월 플로피디스크 사용 종료를 선언했고, 우리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마이넘버 카드의 보급률을 약 7.5할 정도로 높였다. ②하지만 그는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 지원자를 SNS X에서 차단하면서 ‘블록 타로’라는 비난도 받고 있고, 방송에 출연해 “총리가 되더라도 이를 취소할 의지는 없음”을 강조했다. ③게다가 1993년 8월 4일, “일본군 위안부를 강압적으로 모집했고 일본 정부가 개입했다”는 고노 담화의 주인공인 고노 요헤이의 아들이며, 원전 불필요 등을 주장하면서 자민당 극우정치인들 속에서는 비국민 취급을 받는다.
다음은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대신이다. ①43세인 그는 부친인 전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로부터 40대는 빠르기 때문에 50대에 나서라는 만류도 있었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자금 문제에 대한 해결과 자민당의 개혁을 이룰 젊은 40대 총리로 적합하다는 여론에 힘을 얻고 있고, 무엇보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그를 지원하겠다고 표명한 상태다. ②또한 그는 지방 연설을 가면 그 지방 방언으로 인사를 하면서 노인층으로부터도 마치 손주를 보는 듯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다. ③하지만 2019년 뉴욕에서 열린 UN 기후변화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와 같은 큰 규모의 문제를 다룰 때에는 즐겁고(fun) 쿨하고(cool) 섹시(sexy)해야 한다”는 언급으로 ‘펀쿨섹좌’라는 비아냥 섞인 조롱도 받고 있으며, ④결혼 전인 2015년 6월 기혼 여성과 온천에서 불륜을 저질렀고, 국민의 세금인 정치자금으로 호텔비를 지급했다는 등의 의혹을 <주간문춘>에서 공개한 적도 있고, ⑤최근까지도 매년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지속하고 있어 향후 한일관계 악화가 예상되기도 한다.
기타 이시바 시게루, 다카이치 사나에 등이 유력 후보라고 거론되고 있지만, 이시바 시게루는 자민당내 강성 지지자를 포함한 매파 의원들로부터 아베 전 총리와 반대노선을 걸은 인물로 평가되면서 항상 2차 투표 때 낙선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타 다카이치 사나에는 아베파 등 자민당 강경보수지지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너무 강성이라 사고치기 딱 적합한 인물이므로 총리 그릇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는 등 오른쪽에 치우쳐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기타 ①일부 후보들 가운데는 20명의 추천인도 모으지도 못하는 정치인이 언론의 일시적인 집중을 받기 위해 후보자 표명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②다카이치 사나에, 코바야시 타카유키, 아오야마 시게하루 등 강경보수 정치인이 유력하다는 유튜브와 극우 언론의 선동 활동도 보이고 있어 ③향후 누가 당선되냐에 따라 한일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그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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