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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야스쿠니신사와 자위대의 구군(旧軍) 회귀(回歸)

정회주 전문위원 승인 2024.08.28 00:52 | 최종 수정 2024.08.28 00:53 의견 0

일본에서는 자위대가 “구군(旧軍)의 폭주를 허락한 전쟁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성립(自衛隊は旧軍の暴走を許した戦前の反省にたって成立) 된 조직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위대와 관련된 일부 인물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거나 이를 옹호하는 언급이 공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런 행위는 국민들 다수가 인정하는 사회적 통념과 다를 뿐 아니라, 과거에 대한 반성은 그만두고서라도 구군을 찬양하는 움직임으로 보여지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1. 자위대 관련 인물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혹은 평가 증가

대표적으로 ①지난 8월 15일 자위대를 지휘․감독하는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방위대신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관련된 최근 자위대 혹은 자위대 출신 예비역들의 사례를 보면, ②해상자위대 연습함대 사령관 이마노 야스시케(今野泰樹) 해장보 이하 초급간부 등 165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2023.5.17.)하였고, ②히바코 요시후미(火箱芳文) 전 육상막료장도 ‘일본의 숨결’(日本の息吹)에 ‘국가의 위령 추도 시설로서의 야스쿠니 신사의 부활을 바란다’(国家の慰霊追悼施設としての靖国神社の復活を願う)는 내용의 기고(2023.8)를 한 바 있다. ③이와타 키요후미(岩田清文) 전 육상막료장도 “자위관은 야스쿠니에 모셔지는가?”라는 내용을 기고했으며, ④육상자위대 고바야시 히로키(小林弘樹) 육상막료부장 등 십수 명은 항공안전기원 목적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2024.1.9.)했다. ⑤이와타 키요후미(岩田清文) 전 육상막료장도 “자위관의 야스쿠니 참배의 의미와 감상”을 기고(2024.1.31.)했고, ⑥오오츠카 우미오(大塚海夫) 전 해상자위대 해장이 야스쿠니신사의 궁사로 취임(2024.4.1.)하는 가운데 “지금 일본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메이지유신 이후 영령의 귀중한 헌신없이는 있을 수 없다”는 내용의 기고(야스쿠니, 2024.2)를 하는 등 자위대 현역 및 예비역들이 야스쿠니 신사참배 뿐 아니라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옹호하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증가하고 있다.

추가해서 야스쿠니 신사와 직접적으로 관계는 없지만 ①육상자위대 32 보통과연대가 SNS에 “대원이 대동아전쟁 최대의 격전지 이오지마에서 미일 합동위령식 참가, 미일 영령의 명복을 빈다”고 게재(2024.4.5.)했고, ②구(舊)일본 육군 장교의 친목 및 상호 부조 단체인 가이코샤(偕行社)가 육상자위대 간부퇴직자 리쿠슈카이(陸修会)와 합치면서 리쿠슈가이코샤(陸修偕行社)로 통합(2024.10.6.)하는 등 구군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2.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인식과 법․규정

그렇다면 이들은 왜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의사를 무시하면서까지 이런 행동을 공개적으로 하는가? 더불어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그리고 법과 규정은 어떤가 살펴보자.

우선 그들이 주장하는 배경으로서 첫째, 일본은 주변국과의 전쟁을 통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대량의 전사자가 발생하였고, 이것은 기존의 문화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전통을 붕괴시키는 문화적 현상을 낳았다. 특히 1차대전 이후 전사자의 원령(怨靈)을 대량으로 발생하게 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일본 민속학의 대부라고 불리는 야나기타 쿠니오(柳田国男)는 ①“어떻게 해서든 (전사자가) 소외당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자손이 없어 대가 끊기는 일대인(一代人) 사상을 바꾸어야 한다(선조의 이야기, 406-407쪽)고 강조했다.

한편, ②일반적으로 일본인의 사상은 사람이 죽으면 정화가 되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조상신이 되지만, 결혼하지 못했더라도 전사하여 야스쿠니에 합사되면 ‘국가의 신’(靖国神社の祭神)이 된다. ③전몰자 가족들에 대해 명예를 강조를 하면서 전사자 주변에서 전쟁을 기피하는 염전사상이 확산되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도 만들어야 해야 했다.

④또한 해외에서 보이는 시각(일본사회의 근간이 되는 하지(恥:수치)문화)도 중요시하는 일본문화 특성상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문화도 있다.

야스쿠니 대백과에 의하면 “전쟁은 정말 슬픈일이지만 일본의 독립을 확실하게 지키고 평화의 나라로서 주변 아시아 각국과 함께 번영하기 위해서는 싸우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변 및 전쟁에서 귀중한 생명을 바친 많은 분들이 야스쿠니 신사의 신으로 기리고 있다”고 교묘히 시선을 전환한 것이다.

(출처 : 일본 방위성)

둘째, 자위대원이 야스쿠니신사 참배시 해당되는 법과 규정으로는 방위성 보도관이 제기한 헌법 20조(신앙의 자유)와 89조(정교분리 원칙), 그리고 1963년의 육상막료장 쯔타츠(通達:통지)를 들수 있다.(방위성 보도관 회견, 2024.1.12.)

여기서 보도관이 언급한 1963년 육상막료장 쯔타츠(통지)의 핵심은 신앙의 자유로 인해 부대 차원의 참배 및 자위대원에 대한 참배 강요시 문제가 되며, 기타의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이들이 핵심을 벗어나고 있는 것은 신앙의 자유 이전의 근본적인 문제다. ①구군(旧軍)이 폭주함으로 인해 전쟁을 일으켜 자위대를 창설하였고, 이로써 자위대가 구군과의 단절을 원하는 사회통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과, ②육막부장(우리 참모차장 해당)이 휴가를 내서 참배를 했다고는 하지만 사전에 실시계획을 준비하고 참가자를 모집하였으며 자위대 제복을 입고 참배한 것을 사적 참배라고 인식하는 것, ③해자대 간부후보생 혹은 방위대생 등도 사적인 참배라고 주장하지만 일부가 참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압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궤변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일본이 쿠우키(空氣:분위기)의 국가이며, 이지메, 무라하치부 등의 왕따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단체활동에 대해 개인의 행동이 쉽게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고, 다수가 침묵하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3. 야스쿠니신사 참배 및 전사자에 대한 미국의 공식적인 평가

추가해서 일본인들이 신경 쓰는 외부의 시선을 두고 미국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면 ①2013년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을 때 ‘실망’이라는 성명을 내놓았지만, 백악관이나 국무부도 아닌, 주일(駐日) 미국대사관이었다. 게다가 외교적으로 ‘실망’이라는 말은 수위(水位)도 낮은 수준이다. ②미국과 일본은 과거의 전쟁을 넘어 이오도(硫黄島)에서 매년 3월 미·일간의 합동추도식을 지내고 있다. 내각 홍보실 영상 속에는 아직 활주로 아래 12,000주의 유골이 묻혀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 일본군만을 산정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양국간 특히 자위대와 미군 간에는 화해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한편, 방위청에서 편찬한 ‘중부 태평양 육군 작전’의 ‘이오도 전투’ 391쪽에는 “해군 제204설영대, 병장대, 항공병기수리대 등의 군속(주력은 공원이며, 조선인 약 1,600명을 포함)도 제1선에서 ‘앞장서 베기’(挺身斬り込み) 및 진지전 등에 참가해 싸웠다”는 내용이 있어 향후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결정해야 할 아쉬운 부분이 있다.

③추가해서 2013년 아베 전총리는 5월 방미해서 야스쿠니신사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위령시설이고 국가지도자가 참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Foreign Affairs)했으나, 2013년 10월 3일 미국의 John Kerry 국무장관과 Chuck Hagel 국방장관이 치도리가후치(千鳥ヶ淵) 묘원에 헌화를 함으로서 국가추도시설에 가장 가까운 시설은 야스쿠니신사가 아닌 치도리가후치(千鳥ヶ淵) 묘원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④미국 뿐 아니라 영국 육군 럭비팀도 세계국방럭비대회 참가차 방일한 기간 중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적이 있는데, 이를 두고 그들은 주일영국대사로부터 질타를 받았다는 보도도 있다.

이런 사례들을 종합해 볼 때 분명 국제적인 상식의 수준에서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통념상 비난받을 사안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2024년 4월 24일 미일 이오도 전몰자 합동 추도식 (출처: 미 해병대)


4. 평가 및 전망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거나 그를 옹호하는 발언 세력들의 주장에는 “일본의 문화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주장하게 되면 내정간섭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자위대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그와 관련된 옹호 활동이 해외 시각에서도 용인되는 것도 아니고, 만일 같은 행위가 증가한다면 한일간의 공조 뿐 아니라 한미일간의 공조에도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무엇보다도 최근의 한미일 삼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갈등과 화해를 반복해 왔다. 일본은 한일관계 악화가 문재인 정권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한국은 아베 정권이 문제였다고 인식한다.

9월이 되면 일본에는 새로운 총리가 탄생할 것이고, 만일 또 아베 정권과 같은 강경보수 권력이 탄생하게 되면, 양국 관계의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일본의 경우 2차대전 당시 20대이던 전쟁 세대가 0.3%밖에 생존해 있지 않기 때문에 강경 보수세력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선동을 강화하면 언론과 여론은 쉽게 바뀐다. 더구나 이번에 고바야시 히로키(小林弘樹) 육상막료부장은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후 중부총감으로 전출되었지만, 보임 이후 부대원들에 대한 요망 사항에 ‘전통의 계승’을 주장하고 있어서 그의 생각은 변함 없음이 의심된다. 이들에 대해 “말로는 반성하지만 행동으로는 배반하는 행위”가 계속될 지 여부에 대한 주목이 필요하며, 한미일 공조가 강해지려면 일측의 일탈행위가 일본 스스로 제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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