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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해상자위대의 ‘전통묵수, 유야독존’

정회주 전문위원 승인 2024.07.19 19:46 의견 0

1. 자위대 70주년

1954년 7월 1일 발족한 자위대는 올해 70주년을 맞이했다. 그런 까닭에 올해의 방위백서는 자위대 70주년 기념특집(令和6年版 防衛白書~特集:白書でひも解く 自衛隊発足70年の歩み)을 포함했다. 표지는 필사적으로 칼을 만들고자 쇠를 단련하는 도공 즉, ‘가타나 카지’(刀鍛冶:かたなかじ)를 표현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방위성 SNS에서는 “칼을 뽑지 않기 위해”(刀を抜かないために)라고 표현하고 있다.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 같은데 표지의 사진인 쇠를 단련하는 모습과 직접적으로는 연결되지는 않는다.

(출처: 일본 방위성)


2. 해상자위대 대규모 징계

그런데 창설 70주년을 맞은 자위대 대원 218명이 한꺼번에 징계를 받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①비자격자들이 특정비밀을 열람한 보안위규 113명, ②잠수함 수당 부정수급 74명, ③기지 내 식당 부정 취식 22명, ④위계를 이용한 갑질 3명 등 대규모 부정이 적발되었다. 지휘감독 위반으로 육․해․공막장, 통합막료장 및 정보본부장, 차무차관 등 6명이 징계 대상에 포함되었으며, 수적으로 가장 많은 처벌을 받게 된 해상자위대의 최고 책임자인 해상막료장은 7월 19일부로 사임했다. ④뿐만 아니라 해상자위대 잠수함 관련자들도 방산업체인 카와사키 중공업의 비자금 접대를 받은 혐의로 조사중이다. 이들의 혐의까지 밝혀지면 처벌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자위대의 비위 중 징계가 가장 많은 조직인 해상자위대는 이번 비위와 관련해 다음 몇 가지의 특징을 갖는다.

①첫째, 처벌 건수로는 2008년 이지스함 ‘아타고’ 충돌사건 시 사무차관, 통합막료장, 해상막료장 등 88명이 처분을 받은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핵심은 비인가자가 함정의 전투지휘소(CIC)에서 동일한 정세인식을 위해 비인가자에게도 위성영상 등의 특정비밀을 볼 수 있게 했다는 것인데, 아무리 인원부족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적성 평가'를 받아야 절차를 무시해왔다는 것이다. 절차대로 하면 작전현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②둘째, 잠수함 수당 부정수급은 어느 부대에서나 조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잠수 깊이에 따라 수당수급에 차이가 있는데, 하지 않은 훈련을 했다고 하거나, 잠수 깊이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관련자 다수가 묵인했다.

③마지막으로 방산업체의 해상자위대 접대문제는 아직 조사가 진행중이지만 이 또한 가장 조직적이고 관행적인 문제다. 우선 잠수함을 건조하는 방산업체는 미츠비시 중공업과 가와사키 중공업으로, 건조 뿐 아니라 매년 2~3개월 소요되는 정기검사와 3년마다 10~11개월 실시하는 정기검사도 이 두 업체만이 독점하고 있다. 그러므로 담당 자위대 요원들은 해당 회사의 숙소에 머물면서 식사, 상품권, 가전제품 등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한다. 우습게도 이 사실의 적발은 자위대 스스로 밝혀낸 것인 아니라 오사카 국세국에 의해서라는 점이다. 즉, 외부의 지적이 없었으면 이런 관행이 지속되었을 것이다.

육․해․공 자위대별 발족 연도 (출처: 각 자위대 블로그)


3. 따로 노는 해상자위대

흥미로운 사실은 자위대 70주년 행사와는 별도로 해상자위대는 2022년 4월 26일, 즉, 이미 2년 전에 70주년을 맞아 행사를 치렀다. 해상경비대 발족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해상자위대 70주년 로고마크 제작자인 오이데 코이치(大出光一)는 “70주년 로고마크의 '7'이 바람을, '0'이 일장기를 배경으로 나아가는 호위함 '곤고'를 해상자위대의 상징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 ①‘7’에 접두어 ‘お’를 붙이게 되면 청과물 상인의 딸인 ‘お七’(오시치)라는 여성의 이름을 연상한다. ‘오시치’가 당시 에도(도쿄)의 1/4를 태워버린 교와(享和)의 대화재(1683)를 일으킨 범인으로 지목되어 처형당했다는 비극적인 이야기가 배경이고, 이 이야기는 일본 가부키, 영화의 소재뿐 아니라 심지어 엔카로도 불려지며 일본인의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출처: 일본 해상자위대)

②또한 당시 에도시대에 유행(享和年間1801~1804インフルエンザ)한 독감의 이름을 ‘오시치카제’(お七風)라고 부르는 등 우리와는 달리 ‘7’이라는 숫자는 일본인에게 ‘동정’을 연상한다. 특히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시작하는 시기에 자위대의 대규모 대국민 지원을 떠오르게 만드는 연상효과를 기대했으리라 생각된다.

③또한 일장기의 배경에 등장한 ‘콘고’(こんごう)는 구 일본해군 전함 ‘콘고’(金剛)의 히라가나 명칭이다.

이처럼 해상자위대는 자위대 창설 70주년과는 별개로 자신들 만의 기준을 고집하면서 2차대전 후 국민들로부터 ‘세금도둑’(税金泥棒)라고 비난받았던 자위대가 대지진, 코로나19 시 국민을 위해 기여하였고, ‘오시치’ 또는 ‘오시치카제’ 를 연상시키면서 국민적 동정론을 불러 일으키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4. 구 해군과의 전통

해상자위대를 표현하는 4자성어는 “전통묵수, 유아독존”(伝統墨守、唯我独尊)이라고 한다. 2차대전 이후 구 육군과의 단절로부터 시작한 육상자위대와는 달리 해상자위대는 구 해군의 관습(전통)을 소중히 여기면서 이를 지키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구 해군 병식이었던 카레라이스를 매주 금요일 ‘카레의 날’로 운영하면서 먹고 있다. 무엇보다 주변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욱일기를 고집하고 있는 점도 이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특설 사이트에는 자신들의 역사 및 연표 부분에서 “일본은 GHQ(연합국 최고사령관 총사령부)의 요청에 의해 해상보안청에서 소해업무에 종사했던 구 해군을 중심으로 특별소해대를 조선반도(한반도) 근해로 파견했고, 원산 해안에서는 기뢰 접촉에 의해 1명의 순직자를 내면서도 훌륭히 임무를 달성해 미국으로부터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내용을 비중있게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는 1946년 성립한 헌법 9조에 위배되기 때문에 세상 밖으로 내놓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감춰야 할 자신들의 치부가 성과와 존재 의의로 변하게 된 것이다.

해상자위대 창설 역사 (출처: 해상자위대 블로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기념 로고마크에 등장하는 ‘콘고’처럼 해상자위대 함정에는 제국 해군의 전함 이름이 부활하고 있다. 이같이 자위대 함정의 이름은 진수 때 붙여지는데 제1차 아베 정권 때 붙여진 호위함 ‘휴가’(ひゅうが) 이후 계속 붙여지고 있는데, ‘휴가’(ひゅうが) DDH-181은 현재의 미야기현 지역인 휴가노쿠니(日向国;ひゅうがのくに)에서 온 명칭으로, 이세형 전함 2번함 휴가(日向)의 히라가나 명칭이다. 이는 방위청 장관 훈령에 의해 기상, 산악․하천 및 옛 지역국가, 상서로운 동물의 이름으로 붙여진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구 일본군에서 사용된 이름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2차대전 시 미군으로부터 침몰한 구 해군의 함정 이름을 지금 다시 사용하는 등 구 일본군을 동경하고 있다.

5. 해상자위대의 현안과 미래

최근 수년 동안 해상자위대는 인적 과실에 의한 대형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①2021년 2월 8일 고치현 해상에서 잠수함 소류가 수면 부상 중 상선과 충돌해 승조원 3명이 부상, 26억엔 상당의 수리(안테나 고장으로 충돌 후 3시간 뒤 핸드폰 이용, 사고 보고)를 하였고, ②2024년 4월 20일, 해상자위대 SH-60 2기가 야간 대잠수함전 훈련 중 공중 충돌로 인해 8명이 사망(공중감시 부족, 부대간의 의사소통 부실)하는 등 인적 과실에 의한 사고가 지속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실상 경질당하는 사카이 료(酒井良) 해상막료장도 7월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의) 근저에 있는 것은, 대원의 준법정신의 결여 혹은 조직통치(관리)능력의 결여다”라면서 “또 다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조직문화라는 것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나(사카이 해상막료장)는 생각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등 자신이 지휘하던 조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금 같이 각각 발생하는 사안에 대한 해결책 만으로 대응한다면 향후에도 같은 사건이 계속 발생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해상자위대 내부에서는 자신들의 가장 큰 문제가 인원 부족이라고 한다. ①신형 호위함의 승조원을 절반 수준인 90여 명으로 축소하고, ②여러 그룹이 교대로 함정에 탑승하는 ‘크루제’ 도입을 추진하는 등 인력 활용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도, ③호위함 및 잠수함 승조원에 대한 승조수당도 약 30% 인상하였다. 하지만 저출산, 민간 부문의 채용 활발, 미중 갈등 강화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증가, 안보법 변경으로 인한 해외 ‘출동경호’로 인한 자위관들의 위험증가로 모집인원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2023년도 자위관 채용률은 절반 수준(51%)에 불과하다.

게다가 자위관들의 인성부족 현상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자위대에서 일정 기간을 보낸 뒤 사회로 진출하는 인원도 있지만 자위대에 잔류하는 ‘Poverty Draft(빈곤 징병)’ 현상에 따른 강력범죄 등도 발생하고 있다. 향후 해상자위대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는 그들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하며, 우리 해군에게도 유사한 문제점이 없으리라고는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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