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가 실시되었다.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는 역대 최다 후보에 해당하는 9명이 입후보하였고, 예상대로 1차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었기 때문에 다카이치 사나에 후보와 이시바 시게루 후보가 최종 결선투표에 올라왔다. 그런데 예측과 달리 이시바 시게루가 당선된 것이다.
1. 예상을 깬 이시바 시게루의 당선
선거 전날 일본 언론에서 예측한 최종 3명의 후보는 ①고이즈미 신지로, ②이시바 시게루, ③다카이치 사나에 등 3명이었다. 그간 알려진 가장 강력한 총재 후보는 고이즈미 신지로였으나 예상을 깨고 가장 먼저 떨어진 것부터 이변이 발생했다.
이변을 일으킨 가장 큰 변수는 자민당 총재선거 직전인 9월 23일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가 야당인 입헌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것이다. 노다 전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최대의 정적이었으며,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국회 추도 연설 덕에 자민당 내에서도 “노다라면 용인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여당인 자민당에서도 인정받는 정치인이다.
고이즈미 신지로가 자민당의 개혁을 위해서 40대의 새로운 총리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2019년 UN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펀,쿨,섹” 발언처럼 후보자간 토론과정에서도 경험부족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토론에서 “캐나다 트뤼도 총리 취임 당시 나이가 43세입니다. 저도 지금 43세입니다. 43세에 취임한 총리끼리 흉금을 터놓고 미래지향적 외교를 펼칠 것입니다”라는 다소 엉뚱한 답변을 해서 총리경험자인 노다 전 총리와는 당수 토론 등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기도 했다.
둘째, 새로운 자민당 총재가 정치 불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다. 기시다 정권은 최근까지도 정권지지율이 2할대까지 하락했는데 그런 원인은 아베파 정치인들의 정치자금 문제(裏金問題: 뒷돈문제)와 구 통일교 유착문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①다카이치를 후보로 추천한 20명의 국회의원 중 정치자금 문제가 있었던 인물이 13명이나 포함되어 있다. 즉, 다카이치는 국민과 자민당 내부에서 반발을 사고 있는 정치자금 문제를 문제없다고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②다카이치의 강성발언도 문제가 되었다. 다카이치는 우리에게는 극우정치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녀는 총리로 취임해서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는 발언을 해서 주변국으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증폭되었다. 아베 전 총리도 취임 후 1년여 만인 2013년 12월 26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가 미측이 “실망했다”고 평가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다카이치의 야스쿠니 참배 발언 역시 간신히 회복한 한일관계를 원점으로 돌릴 인물이라는 평가가 강했다. 또한 다카이치가 자민당 총재가 될 경우 ③중의원 해산시 중도 혹은 무당파 지지자의 지원을 받지 못할 리스크를 안게 될 것이라는 결과도 예측되었다.
셋째, 이번 총재 선거는 가장 큰 변수 중의 하나였던 ‘파벌없는 총재선거’로 출발해서 ‘파벌 부활 총재선거’로 끝났다. 2차 결선 투표에서 나타났듯 집단으로 표가 움직였고 여기에는 반 이시바와 반 다카이치 사나에 분위기가 작용했다. 사실 자민당 내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유일한 파벌은 아소 타로의 아소파다. 하지만 아소 타로와 이시바 시게루는 거의 견원지간이라고 할 정도로 사이가 좋지 못하므로 아소파는 당연히 다카이치를 지원했다. 아소 타로는 고노 타로를 지원한다고 했지만 일본 속담 “이기는 말을 선택한다(勝ち馬に乗る)”는 표현처럼 막판에는 사실상 배신에 가까운 선택이 이루어졌다. 이에 대항하듯 기시다 총리와 스가 전 총리도 각각 이시바를 지원하며 결국 파벌의 존재가 약화되어 자민당의 흑수저 의원인 이시바가 총재가 되었다. 하지만 배신과 담합, 그리고 정책집단이란 이름으로 파벌의 모습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주었다.
넷째, 이번 선거를 통해 자민당 내 극우 및 강성 보수 정치인들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2차 아베 정권 이후 극우 및 강성 보수 정치세력의 목소리가 다른 목소리를 잠재워 버렸는데, 이시바는 자민당 내에서 대놓고 반발하는 아베 신조에 대항한 유일한 대항마였고, 아베 뿐 아니라 정권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그래서 자민당 내 왕따처럼 취급받아 왔고, 파벌을 해체하면서까지 버텨왔다.
한편으로 아베파를 핵심으로 하는 극우 및 강성 보수 정치인들은 아베 전 총리에 대한 노스탤지어(향수) 때문에, ‘정책집단’이라는 이름으로 세력화해서 다카이치에게 표를 몰아 줬다.
이번 선거결과를 통해 일본 자민당의 극우 및 강성 보수 성향 세력의 비율을 보면, 다카이치는 전국 당원 투표 결과 약 3할에 해당(투표총수 698,545표 중 203,802표)하는 당원표를 득표했고, 이를 환산했을 때는 109표의 결과가 되었다. 게다가 자민당의 강성 극우정치인 아오야마 시게하루의 언급처럼 다카이치와 국가관, 역사관이 일치하는 자민당 국회의원도 2할에 해당하는 72명에 해당했다.
2. 신임총재 인물성향과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이시바 시게루는 ①철도 오타쿠이면서 70년대 아이돌 ‘캰디즈(キャンディーズ)’를 좋아하는 등 하나에 꽂히면 그것에 집중하는 성격이며, ②‘방위 매니아(防衛マニア)’라고 할 정도로 안전보장 정책에 정통하다. ③또한 4대가 기독교인이며, ④공부하지 않는 기자를 싫어하는 등 전문성이 결여된 전문가를 무척 싫어한다. ⑤소문으로는 아베 전 총리와 다른 성격 때문에 트럼프와는 맞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미국의 바이든 정권이 일본제철의 US스틸 매수를 저지할 가능성에 대해 위화감을 표명하면서 동맹국에게 흥정하는 것이 최근 미국의 특색이라고 지적한 적도 있다.
한편, 외교안보 면에서는 매파적 정치관을 가지고 있다. 그의 주장을 보면 ①미국의 힘이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판 NATO’ 창설을 주장해 왔는데 이렇게 되면 자위대의 해외파병이 증가될 것이다. ②헌법개정을 통해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변경하고, 미국 내 자위대 훈련기지 창설하며, ③미일 자위협정 재검토 등 급격한 변화가 예상될 뿐 아니라 ④방재청 창설과 ⑤기시다 경제정책인 ‘새로운 자본주의’계승 등을 언급했다.
종합하면 이시바는 “원칙을 중시하는 매니아적 성격을 가진 자민당 정치인 같지 않은 보수 정치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외교안보 면에 있어서 기시다 정권의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일 안보협력 개선을 통해 일본의 입장을 확대하고, 자위대의 영역을 확장시키고자 할 것이므로 초계기 위협사건과 같이 자위대의 영향공작에 말리지 않도록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베 정권이 끝난 후 한일 양국 관계는 최악에서 벗어났지만, 이번 선거에서 나타났듯이 극우성향의 강경보수 총리가 탄생했다면 또 다른 역사문제가 유발될 가능성도 있었다. 장기적으로는 다카이치가 다음 총재선거에도 유력 후보로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대로라면 고이즈미 혹은 하야시 등의 새로운 인물이 세력을 확장하지 않는 한 일본 자민당은 분명 아베 전 총리보다 더 짙은 극우 및 강성 보수를 지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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