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 중의원 선거결과
어제인 10월 27일(일) 일본 중의원 해산에 따른 선거의 출구조사 결과가 저녁 8시를 기해 발표되었다. 언론사별 조사 결과, 중의원 465석 가운데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과반을 획득하지 못한다는 결과였다. 10월 28일(월) 새벽에 가닥을 잡은 최종 개표 결과도 출구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자민당이 191석, 공명당이 24석으로, 자-공 연합으로도 과반을 획득하지 못했다.
2. 중의원 해산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지난 10월 9일(수) 이시바 총리는 중의원 해산을 표명했다. 총리 취임 8일 만에 중의원 해산을 시도한 것은 2차대전 이후 가장 짧은 기간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중의원 해산의 배경과 의도는 ①일단 정권이 바뀌게 되면 기대감 때문에 지지율이 높다는 것과 ②야당이 단합해서 선거구 조정을 하지 못하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과반수 획득에 실패한 원인은 ③자민당 아베파를 중심으로 한 정치자금(비자금) 문제와 구 통일교와의 정치적 유착 문제로부터 발생한 자민당의 미적지근한 대처가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 직전 일본공산당 기관지인 아카하타(赤旗)가 터트린 특종도 한 몫을 했는데, 자민당이 비자금 스캔들로 인해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가 대표로 있는 지부에도 정당보조금 2,000만 엔을 지원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것이다. 즉, 자민당이 스캔들로 인해 공천조차 받지 못한 비공인 후보를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였다는 것인데, 이는 자민당이 정치자금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연결된다.
3. 선거 때만 되면 외부로 시선을 돌리는 일본
돌이켜 보면 2017년 아베 정권도 역풍이 불기도 했지만, 당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한 위협이 자민당 정권 연장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당시 아소 타로 부총리겸 재무상도 “확실하게 북한의 도움도 있었다”(明らかに北朝鮮のおかげもある)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그동안 국방족이라고 불리우는 자위대 예비역 혹은 방위 대신 출신 정치인들의 일본 안보위협론이 크게 작용하지는 못했는데,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은 너무 식상한 소재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선거 때 등장한 국민의 시선을 끈 외부 소재는 소위 오버투어리즘과 외국인의 흉악범죄 등이었고,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을 통해 강조되었다.
예를 들면 ①최근에 우리에게도 보도된 적이 있는 “한국의 500원 동전이 일본에서 500엔 동전과 유사함에 따라 점주들이 손해본다”는 내용인데 이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나왔던 문제들이다. ②외국인 흉악범죄 증가 문제도 범죄백서를 보면 눈에 띌 만큼 증가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③마지막으로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호텔비 상승과 관광지 관광객 증가로 인한 공공질서 위반 등의 문제는 어느 나라든 발생하는 문제고, 아베 정권 때 강력하게 추진했던 정책의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호텔비 상승은 인건비 상승과 엔저에 따른 요인이 크다. 따라서 선동성 여론이 자민당의 실책을 보완할 만한 소재가 되질 못했다.
4. 아베파벌 세력 약화(?)
이번 선거결과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자민당 아베파 의원들에 대한 징벌적 성격의 낙선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과거 2012년 중의원 선거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 중진들이 낙선할 때와 같은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자민당 아베파 의원 가운데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기재를 하지 않은 의원 46명 가운데 절반을 넘는 27명이 낙선했다. 자민당이 추천을 하지 않았거나, 소선거구 낙선 후 비례대표로 부활토록 중복 입후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아베파 5인방 중 4명은 당선되었다. 이들은 지난 자민당 총재선거 때 당선을 일보 앞두고 이시바 현 총리에게 패했던 극우 보수 여성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를 중심으로 세력 규합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5. 향후 전망
과반수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벌써부터 이시바 총리의 퇴임설도 나돈다. 하지만 결론은 다음달 열릴 특별국회를 앞두고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특별국회는 총선 실시 후 1개월 이내 소집되는 국회로, 기존 내각 사퇴 및 새로운 총리를 선출하게 된다.
일단 자민당이 제1당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야당들과의 연계를 통한 연립정부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는 하지만, 구 아베파를 비롯한 강성보수 정치인들과 숨 고르기 중인 아소파 등의 파벌경쟁, 기시다를 중심으로 하는 중도 보수세력과의 진영싸움, 마지막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등에 따른 리더십 등이 이시바 총리의 연임 또는 새로운 총리 선발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일관계는 정말 불투명하다. 이시바 총리의 임기가 연장된다 하더라도 이미 정치적 동력은 크게 상실한 상태일 것이고, 새로운 총리가 선출된다면 지금보다는 더 강경 보수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이제까지 기시다 정권 이후, 자민당의 구 아베파를 비롯한 강성 보수지지층은 기시다 전 총리와 같은 중도보수가 정권을 잡은 다음부터 일본 경제사정과 안보불안은 더욱 증가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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