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 지친 직장맘의 건강상태
연재: 양심약사 양성심의 호떡장사 이야기(3)
칼럼니스트 양성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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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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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키워야 하고 약국도 운영해야 하고. 대한민국 누구나 그러하듯 나는 직장맘의 쳇바퀴 속에서 정신없이 살고 있었다.
아침에 눈 뜨고 어린이집 보내고 출근하고. 약국에서 바쁘게 보내면서도 어린이집에서 전화 올까 언제나 긴장을 하게 되고. 퇴근 후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와서 씻기고 밥 먹이고 놀아주고 책 읽어주고 재우고.
다행히 나보다 더 열혈 육아를 해 주신 친정 이모님과의 공동 육아가 가능했고, 이모님께서 전적으로 집안일을 맡아주셔서 일반적인 직장맘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지낼 수 있었지만 그래도 매우 힘든 나날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자고 나면 나만의 시간을 시작했고, 이때 영화를 보거나 늦은 간식을 먹게 되었다. 지치고 힘들었던 하루를 달콤한 그 무엇인가를 먹으면서 보상받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운동을 하는 것은 엄두도 못내고 지친 내 육신과 정신을 달래주는 야식들. 내가 약사이니 야식의 문제점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현실에서의 힘듬을 잊게 해주는 그 유혹은 너무나도 달콤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가 아닌 나, 몸이 비대해지고 붓기가 계속된 나를 만나게 되고 우연히 검사를 한 공복혈당이 내당등 장애에 이르게 되었다. 임신성 당뇨 검사시 1차에 통과하지 못하더니 나도 모르게 공복혈당이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밤마다 전통엿을 한 개씩 먹으며 영화를 보는 나의 취미가 공복혈당을 높게 하는 주범이었다.
당뇨의 위험성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으니 식사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려고 애를 쓰지만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더 높았다. 특히나 탄수화물 위주의 식생활이 주가되는 한국인의 밥상들. 길거리 음식들은 각종 소스범벅이라 더욱 위험해지기 일쑤였다. 가까스로 운동과 식이관리를 통해 공복혈당은 차츰 정상화가 되었지만 일상 생활 속 혈당관리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직접 겪어보게 되었다.
둘째를 낳고 다시 아니 어쩌면 처음보다 더 힘든 육아의 시간을 겪게 되었다. 약국도 점점 더 바빠지게 되고 나도 모르게 어디론가 떠밀려지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아이는 예쁘지만 육아는 더욱 힘들어지고 나의 육체는 병들어가고 있었고 정신도 조금씩 피폐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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