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과 고물가 속에서도 한국인의 기부 문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과 경제적 부담으로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만 19~5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기부 경험 및 기부 문화 관련 인식 조사' 결과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6.7%가 기부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70.9%는 2024년에도 기부 활동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특히 기부 경험자의 59%는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어, 기부가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사회 참여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부 금액은 1~2만원 미만(25.9%)과 5천원~1만원 미만(16.3%)의 소액 기부가 주를 이뤘다.

기부 동기로는 '심리적 만족감'(37.2%)과 '사회적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35.3%)이 가장 많이 꼽혔다.

하지만 기부단체와 기부금 운용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4.6%는 "국내 기부 문화 수준이 선진국보다 낮다"고 평가했으며, 그 이유로 '기부금 횡령 및 유용'(54.0%)과 '기부 기관의 낮은 신뢰도'(50.8%)를 지목했다.

특히 기부자의 79.1%는 "기부금 사용 내역을 알 권리가 있다"고 답했으며, 83.6%는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개적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현재 기부 경험자의 66.8%는 자신의 기부금 사용 내역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불황의 영향도 뚜렷했다.

응답자의 68%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면 기부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답했으며, 54.6%는 "올해 기부단체들의 경영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기부 문화 확대 전망도 2022년 34.4%에서 2024년 27.5%로 하락했다.

이러한 가운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기부 방식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응답자의 66.9%는 "IT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기부 방법이 기부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으며, 70.9%는 "일상생활에서 소액으로 기부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선호하는 기부 방식으로는 '자동이체를 통한 정기 기부'(34.4%), '온라인 비정기적 직접 기부'(31.1%), '마일리지 포인트 기부'(28.7%) 등이 꼽혔다.

특히 '구매 금액 일부를 기부금으로 전환하는 방식'(34.0%)이나 '체험 활동을 통한 기부'(29.9%)와 같은 간접적인 기부 방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경제적 불황 속에서도 기부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부단체의 투명성 제고와 함께, 일상생활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디지털 기부 방식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