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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_이야기(21)] 단원 김홍도의 작품④

행려풍속도8폭 ? 설중행사(雪中行事), 설후야연(雪後野宴)

박태숙 작가 승인 2019.06.14 11:21 의견 0

오늘은 김홍도 행려풍속도의 8폭의 작품 중 마지막 계절인 겨울을 나타내는 설중행사(雪中行事)와 설후야연(雪後野宴) 2폭에 대한 설명입니다.

¶설중행사(雪中行事)

▲ <설중행사(雪中行事)> 모사도 ⓒ박태숙 작가

초겨울 눈이 살짝 내린 아침입니다. 큰 고목나무의 앙상한 기지들 위에 여러 마리의 까치들이 앉아있습니다.

긴 돌담 아래 길거리에는 선비와 기생들이 만나 담소를 나누고 있습니다. 세 명의 기생 모두 전모를 쓰고 있는 게 보입니다. 전모는 조선시대 여성들이 나들이 때 쓰던 쓰개의 일종입니다.

도톰한 솜옷에 털로 만든 방한구를 쓰고 가죽신을 신은걸 보면 아마도 꽤나 잘 사는 선비인 듯합니다. 손에는 겨울에 얼굴도 가리고 방한용으로도 사용하던 피선(皮扇)을 들고 있습니다. 양반 체면이랍시고 얼굴을 가리고 기생과 내외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하단에 나귀를 타고 가는 양반과 시종, 사릿문 틈으로 엿보는 여인, 아궁이 청소부의 시선이 모두 담소를 나누는 양반과 기생들을 향해 있다는 것입니다. 갈 길의 방향은 모두 다르나 모두 한 곳을 지켜보고 있네요.

¶설후야연(雪後野宴)

▲ <설후야연(雪後野宴)> 모사도 ⓒ 박태숙 작가


많은 눈이 소복이 쌓인 한겨울에 저 멀리 성벽 위로 둥근 보름달이 뜬 밤입니다.

장소는 한양도성 안 어느 산 속. 눈 덮인 큰 소나무 두 그루가 멋들어지게 뒤엉켜 굉장히 고요할 것만 같은 서정적인 배경인데요. 이 주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큰 바위 아래에서는 시끌벅쩍 잔치가 열렸습니다.

선비와 기생이 눈밭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 모습입니다. 멍석을 깔고 선비들이 친구들과 함께 기녀를 불러 야외의 큰 화로 위에 고기를 구워먹으며 흥겹게 떠들며 연회를 즐기는 모습입니다.

모두들 옹기종기 모여앉아 자기 접시에 덜어놓은 고기를 입 안에 넣기 바쁜 모습입니다. 얼마나 급한지 앉지도 않고 서서 고기를 기다리는 분도 있네요. 그런데 한 선비만이 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기생이 주는 고기를 받아먹고 있습니다. 한 손에는 술병을 잡고 말이죠. 이분이 이 연회의 주최자인 듯합니다.

화롯가에 모여 앉아 오순도순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생생하게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조선시대 한양의 활기찬 유흥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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