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을사년이면서 광복 80주년을 맞는 해다. 을사년을 맞아 120년 전 국권을 잃었던 을사늑약을 상기하는 동시에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해가 아닐 수 없다. 19세기는 제국주의를 표방하는 강대국이 팽창하며 경쟁하는 제국주의 시대였다. 제국주의 열강의 대결은 20세기에 접어들며 1·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고, 재편된 전후 세계는 21세기 초인 지금까지 세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같은 시기 식민지를 경험했던 국가들은 아직도 저개발 상태에 놓인 경우가 많으며,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식민지 종주국에 정치·경제적으로 종속된 채 살아가고 있다.

■지금도 찾을 수 있는 독립정신의 흔적

이런 와중에 대한민국은 특별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적·문화적 자긍심이 선현들의 독립정신의 밑바탕이 되었고 꾸준한 독립운동을 해온 결과,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통치 기간을 36년만에 끝내고 독립을 추구할 수 있었다. 물론 복잡하고 긴박한 국제정세와 원자폭탄 투하로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맞으며 찾아온 광복을 강조하며 선현들의 독립운동과 상관없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독립정신의 존재는 현대사 곳곳에서 증명된다. 광복 이후 진행된 미국과 소련의 신탁통치와 분단, 한국전쟁, 4.19와 5.16과 같은 사건은 물론,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경제개발과 민주화의 역사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시민정신의 모습들은 독립정신이 시대를 지나 발현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원도심 골목에서 만나는 다양한 맛

이에 독립정신을 기려 독립운동의 현장을 발로 찾아가 본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국가보훈부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이달의 독립운동’이라는 주제로 매월 매월 하나씩 독립운동과 관련된 결정적인 사건 하나씩을 알리는 활동을 전개한다. 국가보훈부가 공표한 자료를 살펴보니 12가지 사건들이 일어난 장소들이 재밌다. 대부분 20세기 초 근대도시가 건설되던 당시 시민들이 많이 오가고 활동하던 곳들로, 지금은 원도심이라 부르는 장소들이다.

독립운동이 벌어지던 당시를 회상하고 기리는 작업임과 동시에 근대도시 발전의 흔적을 발견하는 작업이기 될 수도 있다. 장소성과 별개로 원도심 안쪽은 좁다란 골목이 미로처럼 형성되어 있기도 하다. 오래된 노포나 숨은 맛집과 이색공간을 탐사하는 골목여행의 재미가 있을 공간이다. 그리하여! 독립정신을 기린다는 핑계로 ‘이달의 독립운동’과 더불어 ‘이달의 맛집’을 재발견하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그러므로... “12가지 사건, 12개의 골목, 12개의 맛집! 방랑식객, 지금 먹으러 갑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