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동시조합장 선거] "선거운동? 할 수 있는 게 뭐니?"
주동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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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7 16:10 | 최종 수정 2019.07.04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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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비통에 잠겨 있던 지난해 5월 2일 단통법 등과 함께 몇 가지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 중 하나가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 위탁선거법)’이다. 올해 3월 11일 실시되는 제1차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관리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3.11선거 관리를 위해 제정한 위탁선거법은 하지만 입법과정에서 공개된 의견수렴 과정도 없이 의원입법으로 조용히 처리됐다. 지난해 8월 1일 시행에 들어가면서야 법안의 핵심 내용이 알려졌고, 위탁선거법의 제정은 농협중앙회를 중심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안행부, 선관위 등 정부와 국회 안에 구축된 ‘농협마피아’가 만들어낸 작품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불공정하고 불평등한 ‘현직조합장 보호법’이라는 것이다. ‘농협마피아가 대한민국 국회를 농락한 입법 참사’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유린’이며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유린한 입법 쿠데타’라는 의견도 있다.
¶ “대한민국 헌법 유린한 입법 쿠데타”
선거권자인 조합원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후보자가 이들에게 자기를 알리는 방법은 띠를 두르고 길거리에 서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명함을 나눠주는 것밖에 없다. 조합원을 한자리에 모아 후보를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합동연설회나 토론회도 금지됐고, 법안 원안에 있던 언론기관 및 단체의 후보초청 토론회도 제3자 개입이라며 삭제했다. 합동연설회나 토론회는 농협법과 정관에서도 인정하는 내용이다.위탁선거법은 또 공직선거법이 인정하는 예비선거 운동기간과 후보자 예비등록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인터넷, 문자메시지, 전자우편을 활용한 선거운동도 선거운동기간인 14일 동안만, 그것도 제한된 시간에만 할 수 있다. 선거운동은 후보자 본인만 할 수 있으며 조합원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법으로 정해진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도록’ 선거운동을 제한함으로써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결사체인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정면으로 부정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현직 조합장과 임직원들에게 이 법은 천군만마와 같다. 그들은 오래 전부터 누가 조합원인지, 누가 내편인지 아닌지도 파악하고 있다. 업무를 구실로 얼마든지 조합원을 방문, 내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당선되는 순간부터 4년 후 차기 선거를 위해 조합원 관리를 시작하는 조합장은 임기 내내 조합 경비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2011년 농협법 개정 당시 전국 시·군·구·읍·면 지역에 설립 운영 중인 1,161개의 농협조합장 선거를 2015년부터 선거관리위원회에 강제위탁, 한 날 한시에 치르기로 했다. 수협과 산림조합, 엽연초 조합 등도 포함됐다. 과거 조합장선거는 조합별 규정에 근거한 ‘그들만의 동네선거’로 치러졌으나 법률 개정으로 전국 1,360개 농축수협과 산림조합 등 조합원 약 300만 명이 참여하는 ‘또 하나의 지방선거’가 되었다. 전국 농가인구가 270만 명 정도라는 것과 비교하면 이번 선거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는 약 4천 여명의 후보들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농협조합장 선거는 시·군·구와 읍·면의 지방경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제사업체의 CEO를 뽑는 선거이다. 조합장에 당선되면 시군 지방의 몇 안 되는 선출직 기관장으로 유지의 반열에 올라 억대 연봉을 받으며 각종 복리후생비가 뒤따른다. 작은 조합의 조합장도 연간 수억 원의 업무추진비와 지도사업비 집행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큰 조합의 경우 그 규모가 몇 십억 원을 상회하며 서울 같은 대도시는 100억 원대를 넘는다고 한다. 조합장은 당선과 동시에 자기 사람을 대의원회에 심고 이사와 감사로 뽑아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왕국’을 건설할 수 있다.
¶ ‘조합장의 왕국’ 건설을 막으려면
조합장선거는 조합 당 평균 1천~2천 명 안팎의 등록된 조합원을 상대로 3~4명의 후보들이 나서서 경쟁한다. 시군 단위로 통합된 큰 조합의 경우 유권자가 1만 명을 넘기도 한다. 조합장 선거는 그동안 돈으로 표를 사 모은다는 ‘돈 선거, 타락선거’란 평가를 받아왔다. 10여일에 불과한 짧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적당히 조용히’ 치르는 폐쇄적인 선거여서 조합원들은 누가 조합장에 출마하는지, 누가 적합한 인물인지도 구별하기도 어려웠다.결국 조합 경험도 없고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지방 정치꾼이나 유지들이 조합장을 차지하고 정치적 기반으로 이용해 왔으며, 최근에는 조합 임직원 출신들이 이 자리를 차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위탁선거법이 오히려 공정선거의 원칙과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아 선거 이후에도 이 문제로 상당한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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