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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리제너레이션(6)] 대학로 공연 생태계 구성

문화적 도시재생 1번지-대학로 ⑥편

김동복 기자 승인 2020.04.01 10:42 | 최종 수정 2020.05.21 20:58 의견 0
혜화로터리에서 바라본 대학로. (사진: 윤준식 기사)

산업 클러스터란 어느 특정 분야에서 관련된 다양한 기업과 대학·연구소 등의 기관, 금융·법률·회계 등 지원 서비스 기업들이 네트워크를 이루고 시너지를 발휘하는 일정 지역을 말한다.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이유는 관련 기업과 기관들이 근접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대면접촉을 통한 정보교류와 지식창출의 흐름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는 점, 동종업체가 몰려있다보니 경쟁압력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문화예술산업도 클러스터의 형태를 띨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6년 지방자치제가 활성화 된 이후 지역만의 특성이 반영된 문화공간 조성을 기반으로 문화예술 클러스터 구축에 매진해 왔다. 

서울은 문화지구 조성 계획을 통해 문화예술자원의 집적성 및 창의성을 높이고 투자를 유도하며, 인적 고용창출로 연결하고자 노력했다. 이를 통해 관광객 유치, 소득 증가, 생산유발, 주변지역의 재산가치확대 등 지역사회에 연쇄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극 클러스터 – 대학로

특히 대학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중·소 공연장이 밀집되어 있는 공연예술의 메카이자, 세계적인 연극 클러스터로서의 가능성과 역할이 기대되는 곳이다. 

이전 회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듯 대학로는 1970년대 서울대학교의 이전을 통해 마로니에공원을 조성했다. 마로니에 공원 주변은 건축가 김수근에 의해 마로니에미술관, 문예회관, 샘터사옥, 한국국제협력단 등의 다양한 문화공간 및 사무공간이 설립되었다. 

1980년대에는 4호선 혜화역의 개통으로 유동인구가 늘어나자, 샘터파랑새극장과 마로니에극장을 비롯해 바탕골소극장, 성좌소극장, 연우소극장, 대학로극장 등 10여개의 소극장들이 개관하며 연극 클러스터 형성의 초기 단계를 보여주게 된다. 

1990년대 신촌과 홍대 지역의 임대료가 높아지며 연극 단체, 공연장 등이 대학로로 이전함에 따라 대학로에는 많은 소극장과 문화예술단체의 증가, 상업공연의 등장 등 다양한 변화를 겪으며, 지금의 대학로의 모습을 띠게 되었다.

2000년대는 상업화, 유흥공간화에 맞서 본격적으로 지역환경을 정비하고, 문화공간으로서 대학로를 조성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로는 상업화되는 환경을 이기지 못하며 연극 클러스터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대학로예술극장. (사진: 윤준식 기사)

◇대학로 연극 클러스터 형성 과정

한국 연극사에 있어서 근대극 운동은 서구 소극장 운동의 정신에 입각해 출발했다. 1930년대에는 동경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극예술연구회라는 연구단체를 설립했고, 이는 40년대 극협회와 여인소극장으로 이어졌다. 일제 식민지 시대로부터 해방, 한국 전쟁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혼란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소극장 운동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한국 연극 발전을 위한 주춧돌을 하나씩 놓았다.

제대로 공연을 할 만한 여건을 갖춘 소극장조차 없었지만 소극장 운동에 동참한 연극인들에 의해 1960년대에 이르러 소극장 운동 붐을 일으키게 된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민간의 힘으로 설립된 문예회관과 문화원 등의 사설기관들이 문화계에 큰 공헌을 하게 되었다. 이후 명동시대, 세종로시대, 신촌시대를 거쳐 대학로에 문예진흥원이 설립된 후 대학로에는 속속 문화기관들이 들어서게 된다.

무엇보다 신촌의 임대료 인상이라는 환경요인에 따라 사람들이 대학로로 모여들었고, 그들이 지니고 있는 문화적 요소가 반영되며 대학로는 문화예술적 특성을 갖게 되었다. 문화산업이 점차 부흥함에 따라 유동인구가 증가하자 주변의 상권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아르코예술극장 입구. (사진: 윤준식 기사)

◇대학로의 공연 생태계

대학로는 다양한 주체가 상호작용 하면서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이를 통해 결과물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생태계로 볼 수 있다.

연극은 최종적인 상품을 만드는 배우와 이를 소비하는 관객의 이분법적 구조가 공연장이라는 동일한 공간 안에서 만나는 특징을 갖는다. 즉 생산과 소비가 함께 이뤄지는 문화콘텐츠 영역이다. 이점은 제품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고 소비되는 제조업이나 콘텐츠가 대량으로 유통되는 영화와 같은 다른 문화산업과는 차별되는 부분이다. 소비자인 관객의 성향도 반복적인 경험을 통한 일정 기호가 형성된다는 점이 매우 특징적이다. 또한 다른 제품으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강한 구속력을 지니고 있다.

공연예술의 세부적인 구조로 들어가면 더욱 차별화 된다. 연극과 유사해 보이지만 뮤지컬 시장 구조를 살펴보면 [창작>유통·배급>소비(향유)>교육 및 파생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연극 시장 구조는 유통의 연결 고리가 매우 약하다. 이는 소규모 제작 환경이 갖는 한계로 인해 홍보와 마케팅의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연극을 산업적 측면으로 인식할 수 있는 구조는 티켓 업무를 통해 나타난다. 티켓업무는 수익 창출의 구조를 만드는 최종적인 솔루션이다. 티켓 판매 구조는 연극에 대한 소비 특성을 이해하게 만드는 요소다.

따라서 연극 유통의 핵심은 공연장이다. 공연장은 관객이 연극을 소비하기 위한 과정으로서 티켓 판매와 유통 구조의 통로로 작용한다. 연극을 상품으로 만드는 게 공연장이라는 의미다. 공연장은 단순히 배우와 관객 접촉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만 상품성을 창출하지 않는다. 공연장 자체가 기술적, 미학적 환경의 완성도를 만드는 매개채이고, 공연장의 크기나 제반 시설 등에 따라 작품 구현의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상품성의 척도를 창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학로 연극 환경에 대한 문제점은 전통적인 극단 체제의 붕괴와 함께 더욱 확대되는 상업 시설로 인한 연극 시설의 입지 하락, 순수 연극보다 상업연극으로 재편되는 현실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이런 문제점들은 대학로 형성 초기부터 제기되었고 현재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문화지구 수립 등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졌지만 실효성 없는 문화지구 제도와 지원 정책으로 돌아왔다. 이에 따라 연극 제작의 불안 요인은 여전히 지속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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