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문화재단이 대림의 이주사에 접근한 전시 ‘소소한 이야기의 숲 : 대림’을 9월 29일부터 10월 9일까지 11일간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3명의 청년예술가들이 약 5개월간 대림 지역 리서치와 함께 노인 이야기의 경청을 통해 창작한 예술작품을 전시, 퍼포먼스, 공연 등 다양하게 구성해 선보인다.
또한 갤러리 형태의 공간이 아닌 대림역 12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신평화직업소개소’와 대림중앙시장 입구의 고시텔인 ‘중앙리빙텔’에서 진행되는 것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전시에는 영등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원예술 부문의 반재하 작가, 중국인으로서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각예술 부문의 황호빈 작가, 작곡자이자 음악감독으로 활동 중인 최용수 작가가 참여한다.
세 명의 작가는 대림에서 이주민의 다양한 기억과 감각들을 마주하며 ‘먹고’, ‘일하고’, ‘노래하는’ 평범하게 먹고사는 삶의 이야기를 채집해 설치, 퍼포먼스, 음악, 영상, 요리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해 선보일 예정이다.
◇ ‘종이로 만든 테두리’, 반재하, 설치 및 퍼포먼스 작업
영등포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반재하(다원예술) 작가는 개인적 체험, 사소한 사건, 일상적 사물 등에서 국경의 존재 방식, 냉전의 현재성, 산업의 재편과 같은 개인을 초과하는 아이러니한 시스템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림동에 거주하는 주민 다수의 인터뷰를 통해 발견된 현상들을 국경, 이주, 노동이 교차하는 장소인 직업소개소에 실제로 펼쳐낸다.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퍼포먼스에 참여하게 될 작업은 생경한 풍경과 함께 경계를 살아가는 타인의 일상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국경이라는 경계가 갖는 아이러니를 전하고자 한다.
◇ ‘딜리셔스 시리즈’, 황호빈, 영상 및 퍼포먼스 작업
황호빈 작가는 20여 년 전 대림으로 이주한 노인의 이야기를 듣고, 개인의 서사에서 거론되는 역사를 그 기억과 밀접하게 관계돼 있는 요리라는 매개를 통해 전한다. 시대의 변천, 역사의 흐름 등 거대 서사가 개인의 직접적 과거와 연결되는 지점에 위치한 요리는, 한편으론 대림이라는 특수 지역과 노인이라는 특수 세대를 향한 집단의 설정과 시선을 개인에게 돌림으로써 집단 호명적 인식의 오류를 전하고자 한다. 관람객은 작가가 노인의 이야기에서 발견한 ‘꾸앙지앙황차이’를 포함한 영상과 실제 음식을 체험하며, 개인과 집단 사이의 경계와 관계를 탐구하게 될 것이다.
◇ ‘정 / 정든 고향땅’, 최용수, 음악 및 퍼포먼스 작업
평소 마라탕을 즐기는 최용수 작가에게 대림은 단골 맛집이 위치한 지역일 뿐 사회와 시대적 편견이 없었다. 상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그 지역과 주민들의 특수성을 파악하는 매개라고 생각한 작가는, 보다 순수한 의도로 개인의 역사와 향수에 집중했고 대림지역 노인들을 통해 연변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경청했다.
‘정 / 정든 고향땅’은 대림에 위치한 한중방송 전길운 대표가 직접 쓴 가사이며 주민음악동아리가 직접 불러 완성됐으나, 우리가 상상하는 연변 노래와 같고도 다르다. 이는 이야기와 음악에 대한 작가적 해석과 더불어 이미 연변에 남아있지 않은 그 시절 음악과 사람들에 대한 변화임을 드러냄인 것이다.
영등포문화재단은 2019년부터 선잠52, 이야기청과 함께 영등포 지역의 이야기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2년간의 경험과 고민을 토대로 올해는 대림동 지역의 이주문화를 둘러싼 기억과 이야기를 작업화해 영등포의 지역문화 기반 콘텐츠로 연결되는 것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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