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북한 미사일 발사 후 아베 정부는 지자체까지 동원하여 방공훈련을 했다. 당시 일본의 지방에서 볼 수 있던 훈련 장면은 논두렁에 머리를 박고 있는 주민들의 웃픈 모습이었다.
국민들에게 위협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막연한 위협을 강조하면서 불안감을 조성한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러한 불안감과 공포를 강조함으로 인해 2017년 중의원 선거 승리는 “확실하게 북한의 도움(麻生氏 自民大勝は「明らかに北朝鮮のおかげも」)”이라던 아소 부총리의 말처럼 최근 중의원 선거 때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있었다.
북한의 미사일위협에 대비하여 일본 정부는 육상형 이지스시스템 도입을 결정하고, 야마구치, 아키타에 배치키로 하였으나 올해 2022년 예산반영 과정에서 구매예산을 보류하였다.
도입 과정에서 몇 가지의 문제점도 발견되었는데, 첫째, 전문가들이 빠진 정치주도의 무기도입 결정이다. 2017년 11월 6일 미일 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방대한 무기를 추가로 산다”고 언급했고, 아베 총리도 “F-35A도 그렇고, SM-3 블록 2A도 도입하기로 돼 있다. 이지스함의 양과 질을 확충해 나가는 데 있어 미국으로부터 추가구매 할 것이다”고 호응했다.
이 과정에서 도입된 이지스어쇼어 시스템 구매를 두고 전 도쿄신문 논설 겸 편집위원인 한다 시게루(半田滋)는 “‘아베 1강(安倍一強)’ 하에서 자민당과 방위관료에 의한 통과결정이 전개되어, 이지스어쇼어는 국방상의 필요성이 아닌‘무조건 도입’으로 추진된 정치안건이었던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지스어쇼어 배치 예정 지역이 북한미사일 발사로부터 하와이와 괌을 지키기 위한 길목이라는 점이다.
둘째, 육상형 이지스시스템 도입을 추진했던 자민당 국방족들은 도입관련 논란이 발생하면서 적기지공격을 논제화시켰다. 원래 이지스어쇼어는 ①방위성이 준비한 배치지역 선정 관련 서류가 오류 투성이이었으며, 설명회에서 담당자가 조는 모습이 표출되는 등 불성실한 태도가 문제시 되었고, ②“방어미사일 발사 시 사용하는 추진 보조장치인 ‘부스터’가 배치지역 인근에 거주 중인 주민들 상공으로 낙하할 위험성이 있다”는 주장에 1,100억 엔 상당하는 재정적 규모와 12년의 개발기간을 필요로 하여 2020년 6월에 배치를 단념하였다.
같은 해 12월, ‘이지스·시스템 탑재함’의 도입을 각의 결정하여 해상형으로 변경하면서 이지스함 2척에 4천억 엔 이상(하와이에서 모의미사일 실사격비용 포함 등)의 추가비용과 400여 명의 병력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최근 들어 함상 장착이 사실상 보류되는 등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구매가 중단될 경우 196억엔(약 2,000억 원)은 미측으로부터 반환받지 못할 것으로 보여, 자민당 국방족들은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고자 국면전환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 이제까지 일본의 적기지공격 논란은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는데, 왜 지금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①1956년 후나다 나카(船田中) 방위청장관이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郎) 총리의 답변을 대독하였는데, “예를 들면 유도탄 등에 의한 공격을 방어하는 데,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되는 한 유도탄 등의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는 자위의 범위를 포함되며 가능하다”(1956년 2월 29일, 중의원 내각 위원회)고 언급하면서 헌법상 적기지공격능력의 보유는 인정되지만 전수방위 차원의 정책판단에서 적기지 공격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②아베 전 총리도 2017년 3월 자민당 안전보장조사회 검토회에서 작성한 적기지공격능력 검토 제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적기지공격을 목적으로 하는 장비체계를 보유하는 것은 고려치 않고 있다. 미일 역할 분담 중에 미국의 타격력에 의존하고 있어 향후에도 미일간 기본적인 역할분담(미국은 창, 일본은 방패를 지칭)을 변경하는 것은 고려치 않고 있다“고 언급(2019년 5월 16일, 중의원 본회의)하는 등 기존 정부의 방침을 유지했다.
③하지만 2020년 8월 4일 자민당 국방부회·안전보장조사회는 ‘국민을 지키기 위한 억지력 향상에 관한’ 제언에 상대 영역 내에서 탄도미사일 등을 저지하는 능력보유를 포함한 억지력 향상을 위해 새로운 조치가 필요하다는 제언을 정부에 제출하면서 아베 총리는 2020년 9월 11일, 북한의 신형미사일 개발 등 안보환경의 변화를 이유로 자신의 퇴임 전 신 내각에게 미사일방위에 관한 새로운 안전보장정책 담화를 발표하였다.
④이어서 올해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내건 자민당 공약에 “탄도미사일 등에 대한 대처능력을 진화시킴과 함께 상대 영역 내에서 탄도미사일 등을 저지하는 능력을 보유하는 것을 포함하는 억지력 향상”이 포함되었고, 선거의 대승과 함께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진행중이다.
⑤더불어 국방족 의원들과 예비역, 극우 인플루언서 등을 중심으로 적기지공격에 대한 선전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항공자위대 예비역 중장 출신의 오리타 구니오는 극우회사가 주최하는 연구모임(쇼헤이쥬쿠)에서 “주저하는 사이에 자위대는 전멸하고 국민들을 지킬수 없다”는 등 극단적 사례로 불안과 위기상황을 조성하였다. 결국 자민당은 자산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되었을 때는 경제 및 사회보장에 치중하다가 선거에서 대승한 직후에는 항상 안보관련 법안의 통과 등을 실행에 옮겼다.
넷째, 자민당 국방족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일본은 북한미사일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먼저 때려야 한다는 것에도 의문이 간다. 예를 들면 총 4대 중 3대가 도입되어 작전화가 진행중인 E-2D 조기경보기와 갓 취역한 해상자위대 호위함 마야와 하구로는 CEC(Cooperated Engagement Capability)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E-2D가 탐지한 목표에 대해 레이더 탐지거리 밖에 존재하는 함정이 미사일 공격을 가능토록 하는 능력이다. 기존 패트리어트 PAC-3, SM-3에 추가해 고속 데이터 교환과 액티브 시커를 가진 SM-6로 대응도 가능하다.
하지만 일본의 현시점에서의 적기지공격능력은 제한될 것으로 판단된다. 1일 1회 이상의 위성 정찰은 물론 글로벌호크, EP-3 등 정보수집수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 10월 19일 북한 미사일 발사 시 한미가 1발 발사로 판단한 것과는 달리 2발로 평가하는 등 미숙한 정보판단 결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최신 공중조기경보 통제기, 전자전 공격기, 공중급유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147대의 F-35 A/B의 도입이 진행중이고, 1천 km 이상 사거리 미사일도 개발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정보수집 및 판단능력만 보완되면 수년 이내 독자적인 팩키지 공격능력을 보유할 것으로 보여진다.
종합해 보면 일본은 자위대의 적기지공격능력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으며, 중국과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국민들에게 위기와 불안을 조성하여 공론화하는 한편, 투발수단도 지속적으로 보완하여 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논두렁에 머리를 쳐박는 국민들의 모습과 막을 수 있음에도 때리고 싶어하는 일본의 마음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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