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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일기(05)] 3월 8일(화) 마음 속 긍정과 부정은 전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조연호 작가 승인 2022.04.28 15:09 | 최종 수정 2022.05.02 23:08 의견 0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의 컨디션을 확인해 보니, 나쁘지 않았습니다. 둘 다 열이 높지 않아서 다행이었고요. 아이들은 일단 열이 높지 않으면 간호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평안이 찾아옵니다. 간호하기도 훨씬 수월하고요. 하지만, 열이 38도를 넘어서게 되면 밤낮이 없습니다.

우리 딸들은 39도가 넘기 전에는 거의 정상적인 생활을 해서 간혹 열이 오른 걸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만져보고는 화들짝 놀라서 조치를 취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축 처져서 지내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오전 9시가 넘으니 어제 실행한 PCR검사 결과가 문자로 왔습니다. 안아는 ‘확진’, 저는 음성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알리자마자, 안아가 말합니다.

“저도 주아 있는 방으로 갈까요?”
“응!!”

한 방에 아이들을 모아 놓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주아도 언니가 있으니 덜 외롭고 안아도 동생과 같이 지내면 덜 심심했을 테니까요. 어린 시기에 다섯 살은 꽤 큰 차이인데도 우리 두 딸의 다투는 소리가 종종 거실에 있는 저에게까지 들려왔습니다.

이제 두 아이가 한 방을 사용하고 한 방은 어머니, 그리고 안아가 사용했던 방을 제가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다섯 가족 중 두 명이 확진된 상황이었으니, 아내의 사무실 생활은 확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확진 자 증세를 보이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주아가 걸리고 난 후부터 다른 가족들은 마스크를 철저하게 착용했는데, 단 한 분 할머니만은 철저하게 착용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에 걸린 어린 손녀가 안쓰럽게 느껴지셨는지, 격리된 손녀를 찾아가서 다정스럽게 머리를 만져주시기도 하고 빗질도 해주셨습니다. 그걸 본 제가

“어머니, 주아 격리 중이라니까요!!”라고 언성을 높여야 마지못해 자리를 뜨셨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방에 들어가서는 역시 마스크를 잘 쓰지 않으셨습니다. 오죽하면 안아가 불안해서

“엄마, 할머니는 마스크 잘 안 쓰세요!”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전 날부터 기침이 심해진 듯해서

“어머니, 좀 이상한데요?”
“아니야, 내가 원래 기침을 좀 하잖아!!”

애써 부인하셨지만, 기침이 더 잦아지고 그렁그렁한 가래 소리가 같이 어우러지니 저는 마음 속 으로 확신했습니다. ‘확진이다!!’

“어머니, 기침 소리가 예사롭지 않네요. 검사 한 번 해야 할 거 같아요.”
“원래 기침은 했잖아. 별일 아닐 거야!”

어른들의 고집은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어 진 걸까요? 대장간에서 오랜 시간 두들기고 다듬어서 만든 쇠 날보다도 더 단단한 고집. 70년 넘는 세월로 담금질 된 것이니 어떤 쇠도 이 보다 단단하지 않을 듯합니다.

여러 차례 검사하기를 요청 드렸고, 마침 아내도 다음 날 검사를 받으러 간다고 해서 어머니를 모시고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종종 다투고 주아의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주는 밥 잘 먹고, 주는 약 잘 먹고, 서로 격려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하루에 두 번 정도 아이들이 사용하는 방을 소독 티슈로 닦고 환기 시켰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기침 소리를 더 예민하게 관찰했고요.

아이들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사다주기도 하면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간호했습니다. 간혹 열이 오르기도 했지만, 38도를 넘지 않아서 간호하기는 수월했습니다. 아이들 컨디션도 좋아서 격리된 상황만 아니면, 평소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주아는 약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증상이 없었고, 간헐적으로 큭큭 기침하는 안아한테만 처방해 온 약을 꾸준히 줬습니다.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잠시 휴식하는 동안 우리 가족 코로나의 근원을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 가족 코로나 감염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안아는 주아한테 감염된 게 분명했고, 그렇다면 주아는 어떻게 코로나에 감염된 걸까요?

결론적으로 어린이집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확진 자가 없다고 했던 어린이집에서도 주아 이후 여러 아이가 확진됐고, 급기야 1주일 간 자체 휴원을 결정했습니다. 주아를 돌봐주던 선생님도 확진돼 나오지 못했고요. 처음에 확인할 때 확진 자가 있었다고 이야기를 해줬다면 어땠을까요?

사실, 주아 확진 전 주에 몇 명 아이가 확진 됐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굳이 쉬쉬 할 필요도 없었는데, 왜 그렇게 소극적으로 대처했는지 알 수 가 없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인간의 머리를 지배할 때도 있지만, 그 반대도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이런 오류는 우리 가족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확진됐어도 3차 접종까지 마친 어른들은 코로나를 피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일은 선거 날입니다. 보통 선거는 그래도 한쪽 편에 대해서는 긍정의 마음을 다른 쪽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선거 기간을 지켜보는데, 이번 선거는 그야말로 진흙탕 개싸움 수준이었습니다. 후보 당사자는 물론, 아내, 가족 등 정말 추수철 벼를 탈곡기에 넣고 탈탈 터는 수준으로 서로 네거티브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국가의 미래가 후보자들의 과거로 인해 어두워진 듯합니다.

그러니 누가 당선이 돼도 온전히 5년 버티기가 어려울 듯합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한 번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조금 더 쉽습니다. 한 번 탄핵을 경험한 국민들은 다음 번 탄핵은 지난번보다 더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밤이 되니, 어머니의 기침 소리가 더 거칠어졌습니다. ‘아, 걸리신 거 같다.’라는 불길함이 확신에 가깝게 제 마음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다음 날 아내와 같이 검사하실 수 있도록 해야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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