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날은 아무런 일 없이 평온하게 지났습니다. 일반적인 감기는 시간이 지나면 확실히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주아는 아무 증상이 없었으니까 확실히 감기에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금요일에는 전체적으로 컨디션도 좋고, 열도 나지 않아서 ‘확실히 코로나는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토요일 오전도 평범하게 잘 보내고 오후가 됐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돌아다니지 못한 세월이 2년이 넘었는데도 아이들은 집 안에만 있는 게 익숙해지지 않았는지,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어른들이 조심하니, 아이들도 억지 쓰기를 최대한 자제할 수밖에 없었죠. 사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원하는 게 무난한 일이고, 그 바람을 들어주지 못하는 어른들이 억지를 쓴다는 게 맞을 듯합니다.
“아빠, 저랑 놀아주세요!!”
“뭐 하고 놀까?”
“이 블록으로 집을 만들어요!!”
“그래, 그러자.”
밖에도 못 나가니, 아이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태블릿PC가 부모의 귀찮음을 한결 덜어주기는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스마트폰 등과 관련한 악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가 시시때때로 눈에 읽히니, 많은 부모가 태블릿PC 등의 시청도 제한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런 기기를 만들어 낸 고(故) 스티브 잡스는 자기 자녀에게는 절대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지지 않도록 했다고 하니, 역시 잡스는 선각자입니다. 현재 잡스를 이어 애플의 CEO가 된 팀 쿡도 조카들에게 애플사의 스마트기기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이 보다 역설적인 일이 없을 듯하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특히, 성장기 아이들에게 스마트기기는 그들의 창의성을 제한하고 시력을 잃게 할 수도 있으며, 정서적으로도 좋지 않다는 결과가 우후죽순(雨後竹筍) 쏟아져 나오는 중입니다. 이런 부정적인 정보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모를까,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기기를 아이의 손에서 빼앗지 않는다면? 부모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종종 부모이기를 포기할 때가 있긴 합니다만 …
그렇게 블록 쌓기를 여러 번 하다가 주아를 안고 이마를 만져보니, 따뜻합니다.
‘내 손이 차서 그런가?’
아니었습니다. 갑자기 불안함이 엄습합니다. 종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검사에서 나타나지 않다가 며칠이 지나서 검출될 수 있다는 기사내용을 머릿 속 어딘가에서 소환해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펼쳐놓습니다. 그러고 나서, 얼른 집에 있는 체온계로 열을 재봅니다. 38.2도입니다.
“어? 주아 열나네!!”
“얼만데?”
“38.2도요!!”
이때만 해도 코로나보다는 열 감기를 생각했습니다. 환절기에 종종 열 감기에 걸렸으니까요. 하지만 코로나를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열이 있으니 조치를 취해야 했습니다. 그래봤자, 비상약 상자에 비치된 해열제뿐이었지만. 해열제를 먹였더니, 열은 바로 잡혔습니다. 하지만, 잡혔던 열은 오르락내리락 했고 그 덕분에 밤 새 간호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벽 한 때, 마른기침과 함께 열이 39.6도까지 올랐으니, 긴장하면서 침대 옆에 누워 있었습니다. 힘들어 하는 주아를 계속 보면서 수시로 열을 체크하고 해열제를 먹이면서 다음 날을 기다렸습니다.
“여보, 내일 병원 가서 신속항원 검사하고 거기서 양성 나오면 PCR 검사 하러 가야할 거 같아!”
아내가 함께 간호하면서 검색한 내용을 알려 줍니다. 혹시, 주아가 코로나에 걸린 거라면 아내와 저도 감염위험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같이 누워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부모가 자녀를 피해서 있을 수는 없었으니 감염될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길고 긴 밤이 지나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조금 떨어져서 잠을 잤지만, 저는 집에서 가장 면역력이 좋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아프면 주로 간호를 하기에 주아 옆에서 잤습니다. 잤다고 하기보다는 옆에서 계속 관찰한 것이죠. 매시간 열을 체크하고 38도가 넘으면 자는 주아를 깨워서 해열제를 먹였습니다.
사실, 제일 힘든 사람은 주아겠죠. 자다가 깨면 열도 있어서 어지럽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서, 짜증을 내거나 울 수도 있을 텐데, 주아는 단 한 번도 그렇게 하지 않고 몸을 일으켜 해열제를 먹었습니다.
열이 많이 날 때는 물수건으로 몸을 닦여주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바들바들 떨면서 힘겨워 했습니다. 실제로 물수건으로 닦이는 방법은 열을 내리는 데 실용성이 없다고 하지만, 당장 39도가 넘는 열이 38도 대로 떨어지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됩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인기리에 종방했던, <슬기로운 의사 생활>에서도 주인공 ‘이익준’이가 아들 ‘우주’를 간호할 때 사용했던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어른들의 지혜를 ‘채송화’와 예찬했던 장면이 나옵니다. 작가가 과학적 지식을 잘 알지 못해서 배우들 역시 의사 신분에서 오류를 저지른 것이죠. 그래도 착한(그래서 너무 이상적인) 작품이었고, 저도 재미있게 봤으니, 이 정도는 ‘옥에 티’정도로 …
주아를 밤새 간호하면서 단 한 가지만 간절히 바라면서 기도했습니다.
‘제발 코로나는 아니었으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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