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체온을 재보니 어제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확진오류 날부터 4일 째였으니까 생각대로라면 오늘 부터는 열도 내리고 컨디션이 올라와야 했습니다. 하지만, 어제보다 더 좋지 않았습니다.
신기하게도 확진된 날로부터 더 아프기 시작해서 이틀째가 되니 더 힘들었습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검색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증상, 인후통도 시작됐습니다. 목이 따끔 거리는 수준이었는데, 인후통이 심해질 것을 대비해서 인후통에 좋다는 방법을 검색했습니다. 소금물 가글, 꿀 차, 생강 차 등 집에서도 쉽게 찾아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여러 가지 있었습니다.
정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관련 정보를 머릿속에 담아뒀습니다. 또 한 가지! 당시 허리통증도 있었는데, 처음에는 오래 누워있다 보니 생긴 통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검색해 알게된 사실인데, 증상 중에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통증도 있었네요. 당시에는 몰랐지만, 저도 코로나로 인한 허리통증이 있었던 것이죠. 걸리지 않거나 걸리더라도 쉽게 넘어갈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꽤 심했습니다. 쉽게 떨어지지 않는 열, 세수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굽혀지지 않고 아픈 허리, 서서히 목구멍을 태우는 듯한 인후통.
반면에 아프니까 좋은 점도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답답함이 없어졌습니다. 좁은 공간에 계속 머물러 있어도 몸이 아프니, 누워 있어야만 했고 약을 먹으면 약 기운에 취해 바로 잠들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활동량이 거의 없으니, 먹는 양도 많이 줄었습니다. 입맛이 없어서 못 먹는 게 아니라 배가 고프지 않아서 먹을 것을 찾지 않은 것이죠. 덕분에 자연스레 다이어트를 하게 됐고요. 실제로 코로나 격리 1주일 동안 체중이 줄었습니다. 역시 세상의 모든 것에는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이 같이 있는 법입니다.
아내도 2주 동안의 외부 생활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이제는 걸리면 걸리겠다는 심정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 온 것이죠. 저는 혹여 아내가 걸릴까봐 부담스러운 마음이 없지 않았으나, 아이들을 생각하면 아내가 집에 있는 게 좋았습니다.
아내의 귀가는 분명 좋은 일이었지만, 거꾸로 저는 더 문밖출입을 자제해야 했습니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걸 제외하고는 전혀 나가지 않았습니다. 이제 역으로 매 끼니마다 어머니께서 챙겨주시는 음식을 먹으면서 방에 가만히 누워 있어야했습니다. ‘히키고모리(引き籠もり)’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외부와의 교류를 끊고 자기만의 방에 거주하면서 밖에서 넣어주는 밥을 먹으면서 생활하는...
‘격리 생활을 길게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히키고모리가 되는 사람도 있겠는 걸?’
컨디션이 좋으면 독서라도 하려고 했지만, 몸 상태는 그런 일을 할 수 없게 했습니다. 다른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코로나에 걸리면, 푹 쉬는 게 좋다는 글도 읽은 듯한데, 몸이 원하는 대로 하기로 했습니다.
‘이러다가 낫겠지?’
...라는 기대를 하면서 의도하지 않은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됐습니다. 오후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더 아프지 않았으니, 내일이면 훨씬 괜찮아 질 거로 생각했습니다. 사실, 코로나는 아침, 점심 때 보다 저녁때가 더 힘듭니다. 통증도 더 심해지고 기침도 더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녁때가 되도 이전 시간대보다 덜 힘 들었으니 회복세라고 생각한 것이죠.
‘내일부터는 뭐라도 하자!’
저녁 이후 약을 먹으니 바로 잠이 왔습니다. 하루 종일 잤는데도 또 잠이 쏟아졌습니다. 저도 모르는 또 다른 육체가 있어서 평소에 부족한 잠을 코로나 격리 기간에 보충하려는 듯했습니다.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 없었습니다. 알 필요도 없었고요. 얼마 전 끝난 대선을 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듯한데, 관심 없었습니다.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 뽑혀도 내 삶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니까요. 지지하는 후보가 있었다면, 잠시나마 기쁨이나 낙망감이 있었겠지만, 이번 선거에는 그런 지지자조차 없었습니다.
낮에는 봄의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밤에는 어김없이 차가운 스산함이 방으로 몰려옵니다. 그리고 그 스산함을 자장가 삼고 두껍지 않은 이불을 덮고 잠이 들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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