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코로나 일기(최종회)] 4월 12일(화) 사람이면 매너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조연호 작가 승인 2022.06.24 23:46 | 최종 수정 2023.03.25 00:21 의견 0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이 4월 12일(화)입니다. 저는 여전히 코로나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조금 나아지는 듯했는데, 최근에 감기에 걸린 아내와 합방(신혼 느낌이 드네요)을 하다가 감기를 조금 덜어왔습니다.

신혼 초였다면, 당연히 아내의 감기를 제가 가져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텐데, 결혼 10주년이 지난 지금,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몸은 여전히 신혼 초를 기억하고 있는 듯합니다. 역시 인간은 습관이 중요합니다. 아무튼 감기에 걸렸으니, 아내의 증상은 코로나가 아니라는 증거가 되는 셈이네요. 원래 감기 따위에 잘 걸리는 편이 아닌데, 확실히 면역력이 떨어졌나 봅니다.

지난 주말부터 기온이 30도를 슬쩍 아무렇지 않게 넘어섭니다. 오늘도 30도를 넘네요. 벚꽃이 소리도 없이 날리더니, 이제 연분홍 실탄이 다 떨어졌는지 소리도 없이 사라졌고, 사람들도 걸쳤던 옷을 걷어냅니다. 맨 살이 드러나는 시절이 왔습니다. 카페에 들어서니,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커플도 보이고 혼자 독서하면서 음료를 마시는 동안에 한 쪽으로 마스크를 밀어놓은 사람도 있습니다.

마지막 회를 쓰면서 다시 한 번 킹스맨의 “매너는 사람을 만든다”라는 명언이 떠올려 봅니다. 이 말을 조금 바꾸면 “사람이 아니면 매너가 없다”라고 쓸 수 있을까요? 아무튼 코로나는 사람을 예민하게 만듭니다.

피트니스를 다니면서, 그리고 아내와 필라테스를 하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매너의 중요성이었습니다. 매너는 나이를 불문하고 갖추지 못한 사람한테는 무관한 것이고, 갖추고 있는 사람한테는 중요한 덕목입니다. 기구 운동을 하다가 한 세트를 하고 나면 일반적으로 일어납니다.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서 일어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서 일어서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운동을 하면 대체로 그 자리에 앉아서 쉽니다. 스마트폰을 보기도 하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운동보다 쉬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간혹 물이라도 한 모금 하고 돌아오면 그런 특이한 매너를 가진 사람들 덕분에 그 운동은 포기할 때가 많습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건데, 이상하게도 잘 모릅니다. 나이, 성별 불문입니다. 그러니 편견을 가질 수도 없습니다. 그냥 운동 매너를 아무도 안 가르쳐 준 것이겠죠. 그래도 초등학교만 잘 나왔어도 알 수 있는 내용인데….

그렇게 피트니스를 마치고 필라테스를 갑니다(월, 수, 금은 필라테스도 이어서 합니다). 다른 회원보다 일찍 들어가서 매트를 깔아 놓습니다. 종종 아내 것도 준비해 놓습니다. 필라테스를 하는 곳에는 벽면에 전신 거울이 붙어 있습니다. 자세가 중요한 운동이니 당연히 거울을 보면서 해야 합니다. 그러니 바닥에 까는 매트를 지그재그로 펴 놓는 게 기본입니다.

유일한 청일점(최근에는 다른 젊은이도 있습니다)이었던 저는 상대적으로 체격이 크기 때문에 뒷줄에 매트를 펴 놓습니다. 혹시 제 ‘어깨뽕’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게 싫어서 그렇게 합니다. 그런데, 알아서 매너를 지키려는 제 바로 앞에 자신의 매트를 펴 놓는 사람이 종종 있습니다. 군대 제식 훈련도 아닌데, 왜 정렬을 하는지….

이 부분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화를 내고 싶기도 하지만, 역시 마흔이 넘은 저의 마음씀씀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조용히 제 매트를 움직여서 거울을 볼 수 있도록 조정합니다. 보통 한 두 번 하면 알아먹을 것도 같은데, 이 아주머니는 한 다섯 번 넘게 하고 나서 참다못한 제가

“뭐야, 매너 없게 앞에다가…”
라는 구시렁대는 제 혼잣말을 듣고서야 제 앞에 매트를 깔지 않게 됐습니다. 물론, 이런 소리를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조를 지키는 아주머니도 있습니다. 이 분은 특이하게 수업이 시작하기 전까지 마스크를 살짝 풀어 놓는데, 그럴 거면 밖에 있을 것이지 왜 비좁은 공간에서 그런 짓을 하는 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른 아주머니가 그랬으면,

“마스크 착용 좀 해주세요!”
라고 했을 텐 데, 이 분은 워낙 특이해서 무섭습니다. 그래서 비겁하게도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도 걸렸다가 출석하니, 별로 눈에 거슬리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저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옮겨가서 더 신경 쓰지 않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에서 끝났다면 매너이야기를 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20명 정도 있는 공간에 한 두 명 정도만 그랬다면 10%정도 수준이니, 이 정도 수치는 어디서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수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매트를 잘 깔아 놓으면, 대개 다른 사람은 자신의 매트가 아닌 이상 매트를 피해 다니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매너고 상식 아닌가요?

그런데, 대다수가 그냥 밟고 다닙니다. 발 디딜 틈이 없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을텐 데,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아무리 많은 매트가 깔려있어도 빈 공간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매트를 밟고 다닌다는 것은 저랑 한판 붙자는 걸까요? 한 두 명이면 이야기를 하겠는데, 이건 뭐 대다수니 그냥 제가 알아서 방어를 합니다.

한 아주머니는 공용 매트의 위생문제를 신뢰하지 못하는 지, 본인만의 전용 매트를 가지고 다닙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 잘 펴 놓은 매트를 밟고 다니는 매너는 도대체 뭔지? 그러고 보니, 강사 분만 매트를 밟지 않고 다니네요.

코로나 격리 기간이 끝나고 오랜만에 나가니, 한 아주머니께서 아는 척을 하십니다. 제 앞에서 제가 볼 수 있는 거울을 막아섰던 분입니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나서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었습니다. 필라테스 초기에는 여러 분이 저에게 아는 척을 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굳이 친밀감을 쌓을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시작 전까지 저만의 음악 감상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강사 분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말을 걸지 않습니다. 정말 운동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코로나에 걸리고 나니, 확실히 예민해진 듯합니다. 몸이 좋지 않으니, 원래 좋지 않게 보였던 부분이 더 안 좋게 보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제가 살고 있는 좋은 곳에서 떠날 계획이 없으니 계속 살아야죠. 건강하게 말입니다.

이 글을 쓰는 곳은 제가 자주 찾는 동네 단골 카페인데 4인석이 3테이블, 2인석이 2테이블인 곳입니다. 제가 들어왔을 때는 4인석이 두 군 데 남아서 당연히 4인석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참 이렇게 글 쓰고 있는데, 두 분의 여성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2인 자리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다가, 나이가 더 들어 보이는 한 여성분이 의자를 하나 더 가져다가 자리를 만듭니다.

“한 사람 더 올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바로

“자리를 바뀌시죠? 두 분만 계시면 모른 척 하려고 했는데 세 분이라고 하니, 그러기가 힘드네요.”
라고 농담을 하며 자리를 바꿔줬습니다. 곧 한 남성분이 들어오셔서 제가 양보한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합니다.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젊은 여성분 옆에 있는 쿠션이 하나 떨어졌는데, 누구하나 아는 척 하지 않네요. 처음에는

‘못 봤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남성분은 떨어지는 걸 보지 못할 수 없는 자리였고, 여성분도 떨어진 게 모를 수 없을 만큼 큰 쿠션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주워 올리지 않네요. 결국, 등받이가 불편한 제가 가서 떨어진 쿠션을 제 등 뒤에 가져다 놓고 앉았습니다. 간만에 ‘득템’한 기분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카페 사장님은 오랜만에 온 손님이라고 과일서비스를 해주시네요.

분위기를 보니, 소개팅이네요. 제가 소개팅 남녀라면 이후 상대를 절대 볼 일 없을 듯합니다. 그런데, 다행히 이 둘은 유유상종(類類相從)이니 서로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둘 다 교사인 듯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매너가 없는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선생님이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마지막 회를 작성하다 보니, 이런저런 말을 많이 썼습니다. 코로나 기간 제가 절실히 깨달은 것은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입니다. 아니, “사람이라면 매너가 있어야 한다”입니다.

코로나가 지구의 주인 노릇을 한지 2년이 넘습니다. 어떤 생각 없는 작가들은 요즘 세대를 코로나 이후 세대라고 해서 C세대라고 합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몸 중에서 특히 머리가 코로나에 감염된 듯합니다.

과거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는 P세대고, 스페인 독감이 유행했을 때는 S세대라고 불렀을까요? 제가 찾아 본 결과 병과 세대(Generation)를 연결한 단어는 없었습니다. 세상이 좀 병적으로 변해가는 듯합니다. 저 역시 그런 병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하고요. 얼른 세상의 주인이 매너있는 사람들로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봤습니다. (마침)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