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특정한 행위나 상태, 주의, 주장, 특성 등을 표현하는 명사를 만들 때 ‘∼ism’을 붙인다. 예를 들면 criticism(비평), patriotism(애국심), Darwinism(다윈의 진화론) 등이 있는데, 최근 아베 전 총리 평가와 관련하여 아베이즘이란 표현이 일본언론 및 방송 등을 타고 있다.
아베는 일본이 위기 속에 있다면서 ①일본을 되찾겠다, ②전후 레짐으로부터 탈피, ③지구의를 부감하는 외교, ④적극적평화주의, ⑤헌법개정, ⑥아베노믹스, ⑦국가건설을 위한 인격형성 등 교육, ⑧정치가 국민을 선도한다는 국가 선도주의 등 우리에게도 많이 들어본 듯한 그의 주장 즉, 아베이즘을 주장해 왔다.
사실 아베의 주장은 일본 국내적으로는 2차대전 이후 그들 세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큰 흐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아베 전 총리의 주장에 대해 기시다 총리도 7월 8일 총격사건 직후 “아베총리가 열정을 갖고 추진해왔던 납치문제 및 헌법개정 등 난제에 몰두하겠다”고 주장하는 한편, 그의 공적을 감안하여 올 가을 국장으로 치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의 아베에 대한 치적평가와는 달리 최근의 NHK 여론조사(7.16∼19일)결과를 보면 참의원선거에 대한 국민여론은 야당의석이 더 많거나(42%) 지금 현재수준(38%)에 머무르길 바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총기 사망 사건이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는 12%에 불과하였고, 오히려 영향이 없었다고 답한 결과가 다수를 차지(58%)하였다.
여기서 아베 사후 일본정국은 상당히 복잡한 정국과 변수가 발생하고 있다. 첫째로, 지금까지 67세 밖에 안 되는 전 총리가 총격에 의해 사망했다는 애도 분위기를 지속시키고자 하는 기시다 정권은 9월 27일로 전액 국비에 의한 국상을 연다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아베의 치적을 홍보하거나 다카이치사나에 등 극우정치인들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아베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일부 여론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과는 달리 ①아베의 총리 재임시 발생했던 학원비리 등 의혹이 해결되지 않았고, 그가 치적으로 삼고있는 ②아베노믹스와 ③외교도 돌이켜보면 성과없이 과장되어 있으며, ④오로지 성과라고는 안보법을 성사시킨 것과 미일동맹관계, 그리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에 불과하다.
때문에 현재의 추도 분위기를 몰고 가려는 자민당 정권의 속내가 성공할지는 의문이지만 분명한 것은 자민당의 속내와는 달리 앞서 실시한 NHK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보여지듯 여론은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국장은 인정(49%)하지만 기시다 정권이 가장 우선시 해야 하는 정책이 경제대책(38%) → 사회보장(16%) → 외교․안전보장(14%) → 코로나19(9%) → 에너지환경(9%) → 헌법개정(6%) 순으로 괴리를 보이고 있다.
둘째, 아베 사망 후 도쿄지검은 그동안 말로만 무성하던 도쿄올림픽 개최시 아베총리와 스폰서기업의 수장(덴츠 및 아오키 등)을 구속하거나 아베와 관련된 소위 아베 프렌드들이 스스로 사임하고 있다. 즉, 도쿄지검의 수사결과가 아베와의 관련성에 어떤 결과를 내놓느냐가 향후 정국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셋째, 이번 아베 총격 사건이 자민당과 통일교와의 유착관계로 확대되고 있다. 때문에 야당은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우선적으로 자신들과의 관계를 조사중에 있으며, 언론도 연일 새로운 내용을 폭로(통일교 신자들이 무료로 선거 지원, 및 등)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최근에는 구 통일교와 관련된 정치인들이 관계를 고백하면서 자신들은 통일교의 상황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등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
게다가 구 통일교 문선명 교주가 언급한 “한국은 아담의 국가, 일본은 이브의 국가로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죄를 속죄해야한다는 명목으로 헌금을 받아 한국으로 보냈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도(‘問われる政治との距離 激震・旧統一教会と日本政治’7.22, 報道1930, TBS)하여 일본 내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자민당이 구 통일교와의 관계를 끊게 되면 북한과의 교섭 즉, 납치문제 해결은 북한과의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구 통일교의 관계 때문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아베는 자신의 후계자를 키우지 않았기 때문에 갑작스런 아베의 죽음은 우리에게 망언 제조기로 알려진 82세의 아소 타로가 킹메이커로 부각되거나 기시다 총리가 속한 고치카이와 연대할 가능성도 있는 등 권력 질서의 조정이 예상된다. 이들은 아베와 같은 암반 지지층이 없고, 엔저, 물가상승 등 경제불안과 코로나19의 재유행 등 때문에 이들의 기반이 강화되거나 보완될 때까지 헌법개정 등의 사안은 뒤로 미뤄두고 내부 결속과 숨 고르기를 하는 등의 안전 운행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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