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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자민당은 왜 선거에 강한가?

정회주 일본지역연구자 승인 2022.07.14 14:43 의견 0
https://www.youtube.com/watch?v=L1Dddp82ISs

지난 7월 10일 향후 일본의 운명을 결정할 참의원 선거가 끝났다. 아마도 일본인 가운데 이번 선거가 자신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①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②임금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는 상승, ③연금 삭감, ④헌법개정 추진, 그리고 ⑤선거종반 정세예측도 끝낸 막판에 전 총리에 대한 총격사건이 발생하여‘추모선거’(弔い選挙)를 치르는 등 예상 외의 큰 변수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은 큰 쟁점 속에서 여당의 대승리라고는 하지만 각 언론사가 예측한 선거종반정세의 예상범주 내의 결과이었고, 투표율도 과거 4번째로 낮은 52.05%(2019년 참의원 선거 대비 3.25%포인트 상회)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사전투표(期日前投票) 추이를 보더라도 비례대표에 대한 자민당 투표가 4%포인트 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사실 필자는 여당의 압도적 대승을 예상했다. 이유는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총격사건으로 각 언론사를 포함한 방송사 보도 분위기는 추모일색이었기 때문이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42년의 익찬선거(내무성, 경찰, 군부 등이 만든 입후보적격자 명부에 의한 추천으로 추천인 당선율은 82%이었던 선거)처럼 될 것이 아닌가 추측하였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1인 선거구에서는 32개 중 28개를 획득하여 크게 이겼지만 전국 유권자의 의견을 나타내는 비례구는 18개 의석밖에 획득하지 못했다.

결국 추모선거가 승리의 한 요인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큰 요인이 되지는 못했고, 단지 승리의 큰 요인은 기시다 정권에 대한 높은 지지도에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기시다 정권 출범후 지난 9개월 동안 계속 5할대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 왔고, 선거 당시의 NHK 출구 조사에서도 “기시다 총리의 정권 운영을 평가한다”가 74%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자민당은 선거 때마다 승리하는가? 자민당은 1955년 창당 이래 1993년 8월(2년 5개월), 2009년 9월(3년 3개월)의 기간을 제외하고는 줄곧 집권 여당으로 군림해 왔다. 이는 중국과 북한을 제외하면 최장기간의 정권을 잡고 있는 것으로, 민주국가에서는 드문 사례다. 일부 극우 정치인들에 의해 극우 정당처럼 보여지고는 있지만 기시다 내각처럼 본래는 비둘기파도 존재(최근 자민당의 모습은 일부 극우 정치인들이 주도하면서 비둘기파들의 목소리가 줄어든 상태)하는 등 다양성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정치적 색깔을 가진 자민당이 승리하는 배경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①첫째, 지역구 세습의 문제, ②둘째, 파벌정치 등 일본만의 독특한 (정치)문화가 배경으로 작용하는데, 이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으므로 생략하기로 하자.

기타 추가적인 요인은 ③셋째, 우리와는 달리 각종 이권단체와 후보자들간의 공생관계에 있다. 예를 들면 이번 선거에서 음악 4단체(일본음악사업자협회, 일본음악제작자연맹, 콘서트프로모터스협회, 일본음악출판사협회) 및 일본 애니메이터연출 협회(JAniCA)가 특정후보를 지원한다고 발표하였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자민당 후보가 선거에 실패할 확률은 상대적으로 적으므로 자민당측 후보와의 연대가 안정적이다.

넷째, 이번 선거에서는‘1인선거구’라는 1명만 뽑는 지역구가 32개 있지만 야당간에 합의된 1명만 뽑은 선거구(一本化)는 11개 지역에 불과하다. 이처럼 야당이 단합하지 못한 지리멸렬 상태에서는 여당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여야가 치열하게 경합이 예상되는 지역에는 아베 전 총리 및 현직 기시다 총리가 선거지역을 방문하여 후보자와의 관계 및 향후 지원을 약속하는 등 응원유세를 한다.

이번 선거에 도쿄도 후보로 나온 이쿠이나 아키코(生稲 晃子)가 대표적 인물인데 일단 과거 아이돌(おニャン子クラブ)이었다는 높은 인지도와 함께 자민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았지만, 선거 초반 NHK 보자 설문조사에서 26개 질문 항목 중 21개의 답변에 ‘답변하지 않는다’라는 선택을 하는 한편, ‘헌법개정’ ‘9조 개정을 통한 자위대 명기’ ‘긴급사태조항 창설로 헌법개정’ 등의 질문은 찬성한다고 답변을 하여 물의를 빚은 바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민당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 이유는 도쿄에서의 추가적인 의석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며, 무엇보다도 향후에는 아베파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다양한 파벌과 진보 및 보수, 극우성향의 목소리를 수용하면서 선거 때가 되면 통일된 목소리를 유지하며 승리를 위해 다같이 노력한다. 아베 전 총리도 이번 총격사건이 일어난 교토에서 사토 케이(佐藤啓)라는 신인 후보를 응원하다 죽었고, 후보는 추모선거의 효과를 크게 받아 당선되었다. 이것이 자민당이 선거에 강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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