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회는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제다. 7월 10일은 참의원의 절반을 뽑는 보통선거일로, 참의원 정수 248개 의석 중, 선거구 74, 비례구 50 등 계 124개 의석과 결원 선거구 1을 합친 총 125개 의석이 대상이다.
일본의 참의원 선거는 중의원 선거와는 달리 여당이 지더라도 정권교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헌법개정 시 중의원과 참의원 각각 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으로 가결된 경우에만 국회에서 헌법개정 발의를 할 수 있어, 이번 선거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옷을 바꾸어 입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점 칠 수 있는 선거이기도 하다.
또한 해산이 없는 참의원은 임기는 6년이지만, 3년마다 절반을 뽑고 있어 민의(民意)의 바로미터로 보는 선거이기에 미국의 중간선거와 같은 평가를 받는다. 즉, 작년에 발족한 기시다 정권의 업적에 대한 중간평가인 것이다. 만일 기시다 정권이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향후 3년간은 선거가 없는 황금의 시기라고도 한다.
이번 선거를 앞둔 기시다 내각의 유․불리 상황을 따져보면, 우크라이나사태와 대만위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안보위협이 증가해 국민 불안을 초래함으로써 전통적 보수 정권인 기시다 내각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연금을 0.4% 감액 지급하기 시작하였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엔저와 물가인상 요인이 발생해 불리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경제보다는 외교․안보 이슈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듯 선거 공약의 첫 번째가 외교․안보와 관련된 항목이다. 이번 선거에서 중시하는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019년 참의원 선거와는 달리 경제대책(2019년 21%→2022년 42%)과 외교․안전보장이 크게 증가(2019년 8%→2022년 17%)했다. 즉, 일본 국민들은 자민당이 추진하는 외교․안전보장보다 경제대책에 관심이 높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이번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본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안보위협을 이유로 군비증강과 헌법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방위비를 NATO 수준인 GDP 대비 2%로 추진한다는데, 이는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군사비 지출이며, 한반도 인근의 1,2,3위의 군사강국이 근린에 위치하므로 군사적 긴장이 자연스럽게 고조될 수 있다. 게다가 일본이 극단적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응함으로써 일본 국내 뿐 아니라 주변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과잉 대응할 경우, 한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한반도에서 참혹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항상 강조하지만 ①일본의 여당인 자민당은 위기를 확대 포장하면서 정권을 유지해 왔으며, ②중국으로부터 빼앗긴 아시아 유일의 선진국(G2)이라는 지위 회복(경제가 안되면 외교면이라도)을 위해 꾸준히 노력중이고 그러한 일환으로 중국의 태평양진출을 미국과 함께 저지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둘째, 참의원 선거 때 비례대표는 전국을 하나의 선거구로 보기 때문에 ‘자민당’ 혹은 ‘민주당’ 등 당 이름을 써도 되고(정당표), 비례대표 후보자를 직접 입력(개인표)해도 된다. 그래서 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 지명도 높은 후보를 영입하거나 각종 단체 등 조직표가 많은데, 이러한 연장선상으로 선거 유세 중 정치인들의 막말 소동은 계속되고 있다. 원인은 후보들이 지명도를 높이고자 하는 데 있는데, 특히 외교․안보가 정치공약의 최우선을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마지막으로 선거를 앞두고 예상보다 지지율이 하락할 경우 지지층 결집을 위한 반한 움직임도 가능하다. 지난 2019년 7월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었을 때도 7월 1일부터 수출규제를 취한 바 있다. 지금의 상황을 보더라도 기시다 총리와 NATO가 회의 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 것은 반한세력들의 지지를 잃지 않기 위함일 것이다. 만일 한일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극우 정치세력들은 기시다 내각을 비난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선거를 10일 정도 남긴 시점에서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지율이 다소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거에서 이기려면 내각지지율과 자민당의 지지율이 50%를 넘어야 한다”는 아오키 미키오(青木幹雄)의 ‘아오키율(青木率)’은 거의 90∼100%에 가깝기 때문에 운 좋은 기시다 내각이 맞이한 이번 선거는 대승리는 아니어도 큰 지장이 없이 어느 정도의 승리는 예상된다. 오히려 선거 후 고조될 고물가, 엔저로 인한 국내 영향 문제를 안보환경 위협 등의 대외로 시선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 가까스로 민간교류가 시작된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칠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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