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 스틸
계절별로 생각나는 이미지의 영화들이 있는데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영화가 바로 이 영화다. 브래드 피트와 안소니 홉킨스라는 걸출한 스타들이 출연해서 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제목 때문임이 확실하다.
이 영화는 짐 해리슨의 소설 3부작 시리즈 중에 한편을 원작으로 제작되었고, 이 영화의 각본에도 작가가 참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작가 자체가 영미권에서는 유명 인사였지만 우리나라에는 이 작품을 계기로 소개가 되어서 오히려 신기하다는 홍보가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마 오직 한사람 때문일 것이다. 꽃미남도 씹어먹을 것 같은 그 남자 바로 주인공 트리스탄 역의 "브래드 피트" 다. 이 영화는 그가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하는 시작점에 위치하고 있고 그의 리즈시절에 가까운 영화이기에 더 그의 매력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여담이지만, 소설 3부작 중에 <복수(Revenge)>라는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가 먼저 개봉까지 되었지만, 정작 작품은 이 영화를 기점으로 소개가 되었을 정도로 주인공의 파급력이 남다른 영화이기도 하다.
또한 감독이 추구하는 전쟁 시리즈에서 1차 세계대전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영화임을 알려둔다.
<가을의 전설> 스틸
◇ 모두의 뇌리에 남아있는 <가을의 전설> - 기억하고 싶은 대로...
우리나라에서는 제목을 직역해서 가을의 전설이 되었지만, 실제로 Fall 이라는 단어를 이해하는 데는 타락이라는 해석을 넣어야 한다. 번역을 잘못해서 제목이 어이없는 경우가 있곤 하지만, 이 영화는 오역에도 불구하고 제목이 더 인상적이었으니 일단 성공이라 하고 싶다.
영화가 개봉하고 얼마 후에 명절 특집으로 영화가 몇 차례나 브라운관에서 상영이 되었기에 스포일러는 무의미하다고 생각된다. 영화의 홍보처럼 삼형제가 모두 한 여자를 사랑했고, 그 사랑에 얽힌 슬픈 가족 이야기라는 말이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
간단하게는 막내의 약혼녀를 형들도 사랑했지만, 막내 새뮤얼의 죽음으로 그녀가 택한 사랑은 둘째 트리스탄이었다. 큰형 알프레드의 흠모 속에 사랑을 키우지만 모험을 해야 하는 운명의 트리스탄은 그녀를 떠나고 그녀는 다시금 알프레드의 아내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트리스탄이 다시금 돌아와 이사벨과 가정을 꾸리자 수잔나는 괴로워하다 이사벨의 죽음을 계기로 트리스탄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을 확인하고 자살을 선택한다.
조금 자극적인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을의 전설> 스틸
◇가을과 전혀 관계없는 <가을의 전설>, "타락의 전설"로 영화를 보시라
하지만,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사랑 이야기가 아닌 다중 복합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북서부 몬태나를 배경으로 남북전쟁의 영웅이었던 러드로우 대령 가문이 몰락하는 과정의 이야기이자, 1차 세계대전이라는 참상, 인디언에 대한 백인의 반성 등등 이야기를 속속들이 섞어 놓은 영화다. 당시의 금주령이 만들어 놓은 부조리와 백인 지상주의의 결과로 파생된 인명경시 등의 비판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예를 들어 주인공 트리스탄은 겉은 백인이지만 인디언에 가깝고, 모든 사람들이 그를 사랑해서 진정한 백인인 그의 형도 그를 질투한다는 설정과 그의 마지막 죽음조차 자연으로 돌아갔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인디언이라는 존재와 정신에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를 볼 때 자신이 보고 싶은 것 위주로 생각을 하고 관람을 하기 때문에 비극적 사랑 이야기 위주로 보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만, 영화가 실상은 간단하지 않고...뭐 그러하다는 의미다.
<가을의 전설> 스틸
◇ 원작과는 다른 접근, 실망할 수는 없다
이쯤 되면 미친 듯한 외모라는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우리 기준으로 영화 속의 내용은 거의 막장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고, 주인공 트리스탄은 패륜아에 가깝다. 그러나, 이 모습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가 되어버린다. 여주인공이 빠져들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 이상한 구도는 오로지 브래드 피트의 외모와 눈빛의 덕분임을 확신한다.
아마 영화를 제작하면서 원작과의 차이점으로 인해 쌓여질 원망을 그의 눈빛이 상쇄하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거기다 러드로우 대령 역할의 앤서니 홉킨스는 명불허전의 대배우이자 영원한 "한니발"이었다.
거기다 신예였던 줄리아 오몬드의 눈빛 연기의 절절함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더해졌다.
이런 배우들이 이 정도의 연기를 하고, 아카데미 촬영상을 받은 영상미라면 이 영화가 패륜에 극악을 더 했다고 하더라고 일단 설득됨은 기정사실이 아니었을까 한다.
영화를 본 사람조차도 이 영화가 가을이면 생각나는 영화라고 하는 이유는 물론 브래드 피트가 절대적이겠지만, 풍요로운 가을을 상징하는 금빛의 벌판을 배경으로 영화가 제작되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영화란 언제나 자신의 기억 안에서 새롭게 재생산되고, 자신만의 추억으로 간직하면 되는 법이다.
내용이 자신의 기억과 다르고, 원작이 다르고, 남들이 뭐라고 하던..... <가을의 전설>은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 진짜 가을 영화로 남아있을 것이다.
가을의 전설 (Legend of Fall, 1994)
감독: 에드워드 즈윅 /
출연: 브래드 피트, 앤서니 홉킨스, 에이단 퀸, 줄리아 오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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