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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의 무비파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다큐PD 김재훈 승인 2019.09.08 23:54 의견 0
(네이버 영화)

주인공의 네임밸류로만 본다면 어떤 영화에도 뒤지지 않을 것 같은 투톱을 전면에 내세우고 엄청난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1992년의 원작을 1995년에 영화로 만들었으니 원작과의 시간적인 간격이 그다지 크지 않았던 작품으로 기억된다. 원작과 영화의 대성공으로 2002년에 원작 소설의 속편으로 매디슨 카운티의 추억이라는 소설이 나오기도 하였으나, 그냥 잊어버리자.

이 작품으로 메릴 스트립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하였으니 명불허전의 두 배우가 뿜어내는 케미스트리는 의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클린트 옹은 그때나 지금이나 최고의 배우이기도 하지만 최고의 감독 자리의 정점을 향해서 가고 있을 시기에 만들어진 작품이라 특히 여성 팬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던 원작의 느낌을 섬세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이 영화의 배경인 1965년대를 상상하면서 영화를 보기를 추천한다.

(네이버 영화)

◇ 내가 이 행성에 사는 이유는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서요

먼저 영화의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아이오와의 시골에 살고 있는 프란체스카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사진을 찍기 위해 길을 묻는 킨케이드에게 알 수 없는 호감을 갖게 된다. 이는 킨케이드도 다르지 않았다. 지루하게 멈춘 시간과도 같은 인생에서 서로에게 쏟아지는 단비 같은 감정이 싹터가고 4일간만 허락될 수 있는 사랑이 시작된다. 짧지만 강렬한 중년의 사랑은 현실의 벽에 막혀버리고, 프란체스카는 킨케이드와의 사랑을 포기하고 영원한 이별을 선택한다. 다시는 볼 수 없는 두 사람이지만 마음만은 영원히 서로를 향하고 있었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한 것이기도 하고, 전부를 이야기한 것이기도 하다. 1965년도의 가부장적인 미국, 그리고 시골이라고 하면 지금도 그렇듯이 당연히 폐쇄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의 일탈이라는 주제를 중년의 남녀를 통해서 강렬하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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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감정은 인생에 단 한 번만 오는 것이오. 단 한 번만.

오랜 시간을 삶이란 이름을 앞에 붙여놓고, 인생의 즐거움을 잊고 살았던 이들에게 사랑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 것일까란 의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하고 싶다. 어쩔 수 없이 불륜이라는 것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불륜이란 이름만으로 폄훼되기엔 아까운 사랑의 감정들은 어디든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영화도 여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남성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감정의 표현, 일방적으로 가족에 대한 희생을 강요받던 존재로서의 동질감 때문은 아니었을까 한다. 사랑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사는 것이 아니라, 안정된 삶을 살아야 했기에 선택했던 인생은 여자라는 이유로 꿈을 포기하기를 강요받았던 우리의 어머니 세대에게는 흔하디흔한 일이었다.
"여자로서의 인생은 끝나고 엄마로서의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 결혼이다."라는 말 하나로 여성들이 영화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가 정리되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불륜이라는 것을 모든 여성이 동의하거나 이해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감정적인 부분에서의 공감을 말하는 것이다. 어머니이기 전에 뜨거운 심장을 가진  한 명의 여자였던 프란체스카는 메릴 스트립이라는 대배우의 열연을 통해서 모든 여성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네이버 영화)

◇ 공감을 만들어내는 힘... 엄청난 연기력&연출력

영화를 본 여성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한 장면을 뽑으라면 메릴 스트립이 표현하는 프란체스카의 갈등일 것이다. 선택할 수도 있지만 이미 답은 명확한 상황이라는 것은 어쩌면 갈등이 아니라 절망과도 같다. 남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절절했던 이 장면으로 이 영화는 불륜 영화가 아니라 이룰 수 없었던 사랑 이야기로 바뀌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게다가 이런 섬세한 연기를 롱테이크로 만들어냈던 클린트 옹의 연출력도 명불허전이라 하고 싶다.

원래 셰어가 맡기로 했던 배역을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메릴 스트립을 강력하게 추천했다고 하는데 메릴 스트립의 나이가 배역의 나이 대와 정확히 일치해서 오는 동질감도 느껴지지만 그녀의 연기를 다른 사람으로 대체했을 때의 상상이 되질 않는다.

계속해서 기억에 남는 대사 "이런 감정을 단 한 번만 오는 거요"가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사랑을 갈구하는 이들이라면 나이를 떠나서 이런 사랑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 메릴 스트립, 클린트 이스트우드
원작 : 로버트 제임스 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