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훈의 무비파크]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08)

다큐PD 김재훈 승인 2019.08.16 21:03 의견 0

영화를 안 본 사람들조차 영화의 큰 줄거리를 알고 있는 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이 영화일 것이다. 제목과 포스터에 스포일러가 들어있는 셈이니 내용을 모르고 영화를 보는 이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두 명의 주연배우들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에 다수의 부분에서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사실은 흥행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추고 있는 영화임을 보증하고 있다.

게다가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를 고집하는 데이빗 핀처임을 고려하면 스포일러가 어느 정도 있다고 해도 영화를 보는데 크게 지장을 받지는 않을 것이 확실하다. 영화의 원작은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인 "스콧 F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출처: 네이버 영화)

◇ 인생은 폭풍이다.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늙은 아기 벤자민을 구원해준 이는 요양원을 운영하는 흑인이다. 버림받은 백인을 구원해주는 이가 백인들이 가장 업신여겼던 그 시대의 흑인을 대입함으로써 영화는 시작한다. 요양원에 들어와있는 노인들보다 더 늙은 벤자민이 노인들을 통해서 바라보는 인생을 영화는 아주 덤덤하게 읊조리듯이 이야기한다.

피아노를 가르쳐준 노인이 아무도 오는 이 없이 조용히 숨을 거두었을 때, 벤자민은 어쩔 수 없는 시간의 흐름과 이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7번의 벼락을 맞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서 벤자민에게 이야기하는 노인을 통해서는 인생이라는 폭풍 속에서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영화는 대체로 벤자민이 노인들 속에서 같은 노인의 입장으로 느끼는 삶에 대한 소회를 보여주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노인의 모습으로 봐야 하는 사랑, 나이가 들어서는 외모는 어리지만 노인의 기억으로 저물어가는 사랑의 모습. 어쩌면 사랑은 변질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엇갈림 속에서 입장을 달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사랑뿐 아니라 인생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들에 해당된다. 처음 도입부처럼.

(출처: 네이버 영화)

◇ 사랑하는 이들의 영원한 기억, 기억을 지키려는 방법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들의 기억의 전부라는 것은 서로가 같은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교집합의 순간이다.  교집합의 순간을 지나가면 누군가는 지켜주려 하고, 누군가는 도망치려 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묵묵히 받아들임으로써 사랑의 기억을 지켜나간다.

초반에 나오는 시계 장인의 시계처럼 거꾸로 돌리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올 것만 같다는 말은 일생을 두고 우리가 하는 이야기이고 언제나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덤덤히 흘러만 간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벤자민이라는 인물에게도 외모는 역행하지만 그의 기억은 점차 사라지는 시간의 마법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종착역은 모두 같은 것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 하고픈 이야기가 많은, 그래서 할 말이 없는 영화

이 영화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둘 중에 무엇 하나라고 해도 어차피 의미는 같을 것이다.  

데이빗 핀처 특유의 읊조리는 듯한 연출과 명배우들의 환상적인 케미스트리. CG 로 표현되는 벤자민의 변천사까지 시각적인 부분과 감정적인 부분이 훌륭하게 버무려진 선물세트 같은 느낌의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사랑의 교집합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그 크기를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감독 : 데이빗 핀처 (2008년 작품)

출연 :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틸다 스윈튼, 줄리아 오몬드, 엘르 패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