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정권은 출범 후 중의원 선거(2021.10.31.)와 참의원 선거(2022.7.10.)를 승리로 마쳤다. 2025년까지 정권에 위협을 줄 대형 선거가 불필요한 상황이라 ‘황금의 3년’이라고 했다. 하지만 통일교와 자민당과의 유착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지나가면서, 방위비 증세와‘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異次元の異次元の少子化対策)’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또한 구체적인 설명은 피하고 있어‘차원이 다른 무능(異次元の無能)’한 총리 라고도 비난받고도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여론조사(NHK, 2023.3.14.)를 통해 나타난 기시다 정권 지지율은‘지지한다’(41%)와 ‘지지하지 않는다’(40%)가 거의 대등한 상황이다. 특이한 점은 지지하는 이유 중에 ‘정책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다는 응답이 7%나 된다. 이런 정국 속에서 기시다 정권은 크고 작은 각종 국내문제를 안고 있는데, 최근 야당인 입헌민주당 고니시 히로유키 의원에 의해 공개된 총무성 문서가 문제가 되고 있다.
해당 문서에는 지난 2014년~15년 아베 정권이 총무성에 방송법 중 ‘정치적 공평성’에 대한 해석을 재검토하도록 요구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①이소자키 총리보좌관이 총무성 국장에게“이것은 고도의 정치적인 이야기이며, 국장 수준에서 말할 만한 이야기가 아니다. 내 얼굴을 깨부수는 것이라면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 목이 날아간다”는 겁박과, ②(당시)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대신은 “이제부터 안보법제 등을 하는데 괜찮겠어? 민방(민영방송)과 전면전쟁을 하는 것 아냐? (아베) 총리와 직접 이야기해야겠어”라는 내용, ③(당시) 아베 총리 또한 “이제까지 방송법 해석이 이상하다”는 사실상의 방송 개입 지시를 직간접적으로 유도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복수의 프로그램 이름이 예시로 등장하고 있다.
총무성도 “문서 자체는 총무성의 문서가 맞으며, 내용을 세부적으로 조사중이며, 일부는 맞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하였다.
일본은 전전 및 전시 이루어졌던 언론과 방송에 대한 군부 및 정치세력의 개입에 대한 교훈으로 방송법을 설치했다. 정부와 정치세력이 방송 내용에 간섭을 못하도록 한 것이 방송법의 취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에서는 진보성향의 방송 프로그램인 TBS <선데이 모닝> 등에 정치적 공평성이 결여되었다며 이를 지적한 것이 폭로된 것이다.
문제의 배경으로는 첫째, 공무원 세력과 정치세력 간의 갈등의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은 내각 인사국을 만들어 총리관저에서 고위 공무원들의 인사권을 장악했는데, 그 결과 관료조직이 아베 정권에게‘손타쿠(忖度:지시가 없어도 알아서 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하게 되었다. 아베 총리의 학원비리 문제가 터졌을 때도 공무원이 자살하는 일이 벌어졌고, 이 과정 속에 재무성이 결재문서까지 조작한 것이 밝혀졌다. 이 사건은 도쿄신문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신문기자>(한국 배우 심은경 주연)를 통해 우리에게도 알려진 적이 있다.
둘째, 아베 정권 당시 총리대신이었던 다카이치를 포함한 아베파 강경 보수세력과 기시다 정권과의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다. 최근까지 다카이치는 자민당 내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패한 후 줄곧 당내 몸집키우기(세력확장)에 주력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기시다 총리를 비롯한 기시다파(고치카이)와 불협화음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자민당 내 강경보수파와 진보파와의 갈등으로도 확대되고 있는데, 기시다파를 견제하는 강경 보수세력은 방위비 인상 재원을 국채로 발행해야 하며, 한국의 화이트국 해제는 반대한다면서 정부의 방침과는 다르게 주장하고 있다. 강경보수세력과 기시다 정권 및 파벌과의 갈등원인은 아베 사망 후 세력의 축소에 대한 불만과 아베 전 총리와 관련이 깊었던 인물들이 법적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은 국내 정치상황이 불안해지면 시선을 외부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①대표적으로는 2017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부각시켜 한반도 위기론을 부추기면서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②또한 통일지방선거(전반기 선거일 4.9., 후반기 선거일 4.23.)가 얼마 남지 않았으며, ③보수 핵심지역이자 죽은 아베 전 총리 및 국회의원직을 사직한 아베 전 총리의 동생 기시 노부오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의 보결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아베파 강경보수 성향의 국회의원들이 한국관련 부정적 발언을 일삼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반발을 불러 일으켜 갈등을 확대시킴으로서 암반지지세력의 단합을 유도하려는 의도이므로 우리의 냉철한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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