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어느 날입니다. 신문기사를 읽다보니 ‘로코노미(loconomy)’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한 걸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용어를 발견하게 된 기사는 경제영역을 다룬 분석기사가 아니라 ‘홈술과 혼술을 즐기는 트렌드’를 설명하는 칼럼으로 “홈술과 동네의 밀착, 지금은 ‘로코노미’ 시대”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해당 칼럼은 변화하는 소비트렌드를 매우 잘 설명해주는 글이었습니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우려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도적으로 시행하던 때다 보니, 다같이 모여 거국적으로 한잔하는 음주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도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술을 사랑하는 술꾼들이 술을 끊겠습니까? 그러다보니 집에서 친구들과 조촐히 마시는 ‘홈술’, 홀로 주점에 가서 당당하고 꿋꿋하게 마시는 ‘혼술’ 문화가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고 합니다.
칼럼에서 글쓴이 혼자만의 주관적인 감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하나카드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를 인용했는데요. 이를 토대로 ‘로코노미 시대’라고 결론을 내린 듯합니다.
지난 3월 매출이 증가한 업종은 1위 자전거, 2위 온라인 쇼핑몰, 3위 정육점, 4위 홈쇼핑, 5위 주류소매점이다. 정육점과 주류소매점. 5개 중 2개가 오프라인 매장에 기반한 업종이다. 연구소는 “집에서 조리해 먹는 ‘홈쿡’과 집에서 마시는 ‘홈술’ 현상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사회다보니 코로나-19시절 이야기가 까마득히 먼 옛날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해당 칼럼이 작성된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본격화되던 때로, 항상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격리된 일상과 재택근무 등 뉴노멀(new normal)에 익숙해져야 하는 때였습니다.
대부분의 회사원들이나 학생들이 출퇴근, 등하교를 못하다보니 집과 동네 어귀 정도를 어슬렁거리다보니 ‘슬세권(지하철역 근처의 번화한 상권인 ’역세권‘이라는 말에서 따온 말로, 슬리퍼를 신은 채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의 집에서 가까운 거리의 상권을 의미)’이라는 신조어가 나오던 시기이기도 했지요.
로코노미라는 말은 점점 우리의 생활에 정착되어 이제는 시사상식사전에 등재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검색해보면 “‘Local(지역)’과 ‘Economy(경제)’를 합친 말로 도심의 거대 상권이 아닌 동네에서 소비 생활이 이루어지는 현상”이라고 설명하는군요. 그런데 용어풀이를 들여보다 보니 ‘동네에서 소비 생활이 이루어지는 현상’이라는 글귀에서 뭔가가 떠오르는군요?
저의 저서인 『로컬을 정의하다』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데, 최근 일상어가 되다시피 한 ‘로컬’이라는 논의를 활성화시킨 건 2017년 11월 『골목길 자본론』이라는 책이 출간되면서부터입니다. 이 책의 등장을 필두로 홍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골목길 문화가 삼청동, 가로수길, 이태원 등으로 확산되는 것을 관찰하며 도시 내부의 산업주체로서 골목상권을 바라보기 시작했지요.
새로운 소비트렌드를 정의하기 위해 등장한 ‘로코노미’라는 말은 골목상권의 재발견을 통해 출발한 말인 듯하지만, 그 개념은 구르는 눈덩이처럼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골몰하고 있는데요. 지역을 지키기 위해 내부 인구의 유출을 막고 외부 인구의 유입을 도모하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선 로컬에 청년이 늘어나야 하고, 청년들이 머무를 수 있는 도시로 변모해야 합니다. 청년들의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자리 정책, 청년 주거의 현실화 문제, 기성세대와 다른 청년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여가 환경 조성 등 여러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보려는 방안의 하나인 행정안전부 ‘청년마을’ 프로그램을 예로 들 수 있고요.
또, 지방도시의 재원을 늘리자는 차원에서 일본의 고향납세 개념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2021년 9월 28일자로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관계인구’라는 개념도 등장했는데, 이는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와 로컬을 상호 연관해 바라보기 시작한다는 생각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작은 결론을 내려본다면, 이 모든 것이 로컬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겠지요? 즉, 이 시대의 ‘로코노미’는 골목상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소리입니다. 이를 좀 더 거시적으로 표현한다면 ‘로컬노믹스’가 아닐까 합니다. 제가 <로컬노믹스>라는 제목으로 작은 책 시리즈를 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경험하고 있는 로컬트렌드는 어디서 기인했으며, 앞으로 어디를 향해 가게 될까요? 이를 알아내기 위해서 로컬트렌드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보려고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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