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정권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로 하락했다. 12.8~11일 실시한 12월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전월 대비 4.2%포인트 감소한 17.1%로 2009년 9월 아소 내각 (13.4%) 이래 가장 낮은 1할대로 하락했다. 게다가 자민당 지지율 역시 정권 탈환 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이 역시 전월대비 0.8%포인트 감소한 18.3%로 2개월 연속 2할대를 밑돌고 있다.(지지, 2023.12.14.)
이같은 정권 지지율과 자민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데는 자민당 아베파가 정치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여는 행사(파티)에서 파티권 판매액의 일부를 KickBack(환류)하고 수지보고서에서 누락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의심을 받는 아베파 의원은 약 20여 명이며, 이들은 1천만 엔이 넘는 금액을 KickBack(환류)해서 수지보고서에 누락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기시다 총리는 오른팔이자 정권의 살림역을 해 온 마츠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등 아베파 출신 4명을 경질했다.
돌이켜 보면, 아베 총리가 사임한 2020년 9월 이후, 스가 요시히데 및 기시다 후미오 총리 등 2명의 총리가 재임했거나 현재 재임 중에 있지만 인사 및 예산은 아베파에 눌려 자신의 뜻대로 운영할 수 없었다. 각료들을 파벌 세력에 따라 임명해 온 관례 때문이다.
스가 총리의 경우에는 코로나 환경 속에서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개최하고도 업적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고 1년 만에 사임했는데, 2021년 10월 4일 총리로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도 죽은 아베 전 총리와 아베파의 주장대로 5년 내 방위비를 2배로 늘릴 수밖에 없었으며, 주요 보직을 아베파가 장악하거나 경질한 장관이 다른 주요 보직으로 임명되는 등 총리에게는 다소 굴욕적인 인사가 지속되었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자민당의 전투조직인 파벌정치와 장기 집권에 따른 폐단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문제화된 것이다. 현재로서는 조사가 진행중이므로 이 문제가 아베파에만 그칠 것인지 혹은 자민당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아베파 정치인 중에는 그동안 언론에 침묵하거나 부인하던 정치인이 스스로 자인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들 자신은 큰 금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싶었던 의도일 것이다.
예를 들면 미야자와 히로유키(宮澤博行) 방위부 대신의 경우에는 수시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환류한 금액(Kick Back) 금액이 140만 엔이며, 이는 파벌의 지시에 따라 관례대로 해온 것이고, 당 내에서는 함구령도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렇게 된 이상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이렇게 오랜동안 해 온 것이라면 적법한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할 수 밖에 없어서 (파벌의) 지시에 따랐습니다”, “파벌 쪽에서 과거부터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불기재 금액은 확실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3년간 140만 엔입니다”, “확실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자민당내 분위기는) 말하지 마. 말하지 마. 이렇습니다. (하지만) 말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결단을 했습니다”라는 등의 충격적 내용을 언급한 다음 날 그는 방위부 대신을 사직했다. 그는 과거 미 CV-22가 가고시마에서 추락했을 때 수면 불시착이라는 용어를 고집한 바 있는 등 소위 똘끼 충만한 돌쇠형 참모였다.
또한 다니카와 야이치(谷川弥一) 아베파 7선 중의원 의원은 파티권 발매 목표액, Kick Back(환류) 금액 등을 반복해서 질문하는 기자에게 “지금 말한 대로”(今言った通り)라고 반복하다가 “머리 나쁘구먼?”(頭悪いね?)이라는 등 강압적인 자세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비난을 사기도 했다.
한편, 아베파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KickBack(환류)해서 받은 금액은 정책활동비로 인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왜냐면 정책활동비는 공표 의무가 없으므로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아도 되고 세금정산 및 영수증도 없기 때문이다. 2021년까지 20년간 주요 정당이 약 456억엔 이상 사용(자민당만 379억엔)했으므로 야당도 반발할 수 없다. 그러므로 도쿄지검특수부는 자민당의 정책활동비도 같이 수사대상으로 삼을 것이며, 만일 정책활동비까지 문제가 될 경우 자민당 전체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아베파 의원들은 기시다 총리를 만든 것은 자신들이므로 화가 끓어 오르지만 지금 내 코가 석자이므로 기시다 총리에 대한 집단적인 반발은 보이지 않고 있다. 기시다 총리 또한 “도깨비불(火の玉)이 되어 자민당 선두에 서서 대처하겠다” 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지만 이 또한 말 뿐에 불과하다. 지금 시점에서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에 기시다 총리에게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동안 기시다 정권의 발목을 잡아왔던 아베파 정치인들을 한 번에 정리할 수도 있어 이번 사건이 오히려 지지율 회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만일 실패한다면 기시다 총리가 받은 정치자금(일본 의사회 포함) 등이 문제화되면서 사임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정국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미국도 관심이 높을 것이다. 2012년 미 대통령 전용기가 새벽에 주일미군 요코타 기지에 착륙한 적이 있는데 노다 총리가 국회를 해산한다고 밝힌 터라 향후 일본 정국이 어떻게 변할지 오바마 대통령이 주일대사를 통해 직접 듣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미국은 일본 정국이 어떻게 변할지 큰 관심을 가질 것이므로 향후 미국의 움직임도 주목할 부분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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