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집단주의의 한계가 불러온 은둔형외톨이 문제
칼럼니스트 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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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31 23:04 | 최종 수정 2024.01.31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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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 청년 사이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라는 말은 일본어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를 우리말로 바꾼 것이다. 어원을 보면 알 수 있듯,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처음으로 심각하게 마주한 곳은 일본이다.
1990년대 일본에서는 집에 틀어박혀서 반 년 이상 사회생활 전반을 거부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1998년 일본의 정신과 의사 사이토 타마키가 이 새로운 문제에 히키코모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로 히키코모리는 오랜시간 사회와 단절된 사람을 가리키는 국제 용어로 자리잡았다.
'누가 은둔형 외톨이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전문가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통하는 기준은 있는 듯하다. 보통 은둔형 외톨이란 6개월 이상 집이나 자기 방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나가지 않고 가족 외에 친밀한 대인관계가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여기서 핵심은 긴 시간 동안 가족 외 대인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흔히 은둔형 외톨이라고 하면 방에 틀어박혀 있는 모습만 떠올리지만, 은둔형 외톨이도 나름 활동적일 수 있다. 전문가는 종종 혼자 영화를 보러 나가지만 친밀한 관계가 없는 사람도 은둔형 외톨이로 분류한다. 이 때, 정기적으로 출근하거나 등교하는 등 사회생활에 참여하는 사람과 정신질환 탓에 밖에 나가기 힘든 사람은 친밀한 관계가 없더라도 은둔형 외톨이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런 사람까지 포함하면 단어의 의미가 너무 광범위해지기 때문인 듯하다.
우리나라는 고립과 은둔을 구분한다. 고립은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는 경우를 말하고, 은둔은 고립되어 있는 동시에 긴 시간 구직이나 학업에 참여하지 않고 한정된 공간에서만 생활하는 경우를 말한다. 고립이 더 큰 개념이고 그 안에 은둔이 있는 셈이다. 정리하자면, 은둔형 외톨이란 긴 시간 동안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며 소속감을 느낄 만한 관계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은둔형 외톨이라고 하면 일본을 떠올리지만, 바통은 진작에 우리나라에 넘어왔다. 2022년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고립 은둔 청년의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서울에 사는 만 19세에서 39세 청년의 1.2%, 약 3만 명 정도가 은둔 상태로 추산됐다.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안내서를 쓴 호서대학교 상담학과 김혜원 교수 등은 같은 만 19세에서 39세 청년 중에서 약 13만 명을 은둔형 외톨이로 추정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연구자들은 동아시아 특유의 위계적인 집단주의를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다. 위계질서에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자립성을 키우는 일보다 집단에 조화롭게 속하는 일이 더 중요한데, 실제로 은둔형 외톨이가 주요 문제로 떠오른 곳은 집단주의가 대명사로 통하는 일본과 우리나라라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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