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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부패정치와 일본

정회주 전문위원 승인 2024.02.19 23:32 | 최종 수정 2024.02.19 23:44 의견 0

아베 총리 시절 끊임없는 정권 부패사건이 발생했다.

①총리 부인이 명예교장으로 재임했던 모리토모(森友)학원에게 거의 공짜로 국유지를 불하한 것이 발각되자, 재무성이 공문서를 조작하고 은폐했다. 이 과정에서 긴키 지방 재무국 직원이 자살했지만, 공문서를 조작하거나 은폐한 담당 공무원들은 출세했다.

②또 다른 사학재단 비리도 있는데 총리와 유학시절부터 절친했던 친구를 위해 52년 동안 인정하지 않았던 수의학부 신설을 승인했다. 아예 총리 비서관은 지방 공무원에게 ‘총리 안건’이라 언급하면서 총리가 관련되어 있음도 시사했다.

③자위대도 유사한 사건이 있는데 육상자위대의 이라크 일일 정보보고서를 가와노 가츠토시(河野克俊) 통합막료장을 포함한 채 조직적으로 은폐하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통합막료장을 포함한 자위대 고위층 간부들이 징계를 받았다.

④매년 총리주최로 각 분야의 공로자를 초청하는 ‘벛꽃을 보는 모임’(桜を見る会)에는 총리의 지역구 유권자들을 800여 명 이상이나 초청하였고, 이것이 보도되자 관련 공무원들이 초청자 명단을 세절해 증거를 없애는 한편, 그나마 남아있던 백업데이터도 공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비상식적인 주장을 했다.

⑤마지막으로 검찰 사유화를 위해 검찰 총장이 될 후보자의 임기까지 연장했지만 해당 후보자의 도박 혐의가 보도되며 당사자는 사임함에 따라 총리의 의도가 무산되었다.

아베 정권에 이어 스가 정권에서도 ⑥위성방송회사에 재직하던 장남이 총무성 간부들에게 호화 접대를 하면서 사업인가 유착 의혹이 보도되었고, 고위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았다. 기시다 정권 또한 ⑦총리비서관으로 기용된 장남이 파리 및 런던 출장을 빌미로 대사관 차량을 이용해 쇼핑을 한 것이 밝혀져 사임했다.

최근 이제까지와는 급이 다른 ‘정치와 돈 문제’(政治と金の問題)중 ‘뒷돈’(裏金) 문제가 터져 일본 사회가 시끌시끌하다.

①아베파(清和政策研究会)와 니카이파(志帥会)가 정치 자금 파티 수입의 일부를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환류(Kick Back)한 것인데, 이로 인해 도쿄 지검 특수부는 정치 자금 규정법 위반 용의로 현직 국회의원을 체포했다. 수지 보고서에 기재되지 않은 아베파 파벌·의원의 '뒷돈'이 2018~2022년간 약 6억 엔에 달한다.

②환류문제 뿐 아니라 정책활동비도 문제가 되었는데,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전 자민당 간사장에게는 정책활동비가 2년간 10억 7천만 엔이 지급되었다. 휴일에도, 자는 시간에도 시간당 10만 엔이란 엄청난 금액이 지급된 것으로, 문제는 이 돈이 사실상 영수증 증빙도 불필요한 눈먼 돈이라는 것이다. 이런 데도 기시다 정부가 저출산대책 3조 6천억 엔 중 1조 엔의 재원확보를 위해 의료보험 가입자에게 월 500엔을 추가 징수하겠다고 하니, 일본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속이 부글부글 끓을 일이다.

정치자금 문제 발생 원인은 자민당 내 권력투쟁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최근까지 아베파를 중심으로 하는 당내 강경파들이 기시다 총리에게 반발해왔다. 정치자금 문제가 표면화된 것을 계기로 기시다 총리는 자신의 파벌인 고치카이(宏池会)를 해산한다는 초강수를 두었고, 결국 이는 아베파 해산으로 이어졌다.

결국 자민당 6개 파벌 중 4개가 해체되었고, 2위인 아소파(56명)와 3위 모테기파(52명)가 해산 후 정책집단 형태로 잔류하면서 자민당 국회의원 376명 중 무파벌이 7할에 달하게 되었다. 명목상 기시다 총리는 아베파 등 자민당 내 반발세력들의 인사 압력과 정치자금 흐름을 차단한 것이다.

자민당도 외부의 시선이 두려운지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자체 내부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자민당 당 본부에서 조사한 것이 아닌 도쿄 도내의 호텔에서 진행했을 뿐 아니라, 과거 정치자금 문제가 발생하자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드릴로 부숴버려 ‘드릴 유코’라는 별명을 가진 오부치 유코(小渕優子)가 조사를 주도했다. 국회의원 91명과 파벌·단체 관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자금 문제는 적어도 10년 이상 이뤄졌으며, 31명이 비자금을 받아놓고서도 사용하지 않았고, 이 가운데 13명은 돈의 출처가 불분명한 수상한 돈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뻔한 결말이 보인다. 일본에도 ‘도마뱀 꼬리 자르기’(とかげの尻尾切り)라는 말이 있다. 이번 사건도 해당 국회의원들은 “모든 책임은 자금을 관리하는 회계담당자에게 있고 자신들은 몰랐다”는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는데, 도쿄지검도 증거를 찾지 못해 해당 정치인들 대부분을 불기소처분했다. 결과로 나타난 것이 최신 여론조사(마이니치, 2.17~18. 조사)인데, 아베파 간부 등 정치인들에 대한 처벌(84%)과 국회의원을 국세당국이 조사해야한다(93%)는 의견이 강하다. 그런 상황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14%까지 하락했다.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2009년 아소내각(1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투명성 기구가 1월말 발표한 2023년도 국가청렴도(Corruption Perceptions Index)는 일본이 100점 만점에 73점(180개 국가 중 16위)인 반면, 우리나라는 63점(32위)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우리의 수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뒤돌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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