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에 이어 심우준, 엄상백까지 대형 계약이 연이어 발표되며 뜨거워진 FA 시장의 이면에 스토브그리그는 선수단 정리하는 차가운 현실이 공존하고 있다. 10개 구단들은 내년 시즌 연봉 계약을 하지 않을 선수 명단을 시즌 후반기부터 발표하고 있다.
선수단 규모가 한정되고 있고 해마나 10명 이상의 신인 선수들이 입단하는 현실에서 기존 선수단 정리는 불가피한 일이다. 과거에는 한계점을 보인 베테랑들이 주 정리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육성 선수 중 가능성이 보이지 않은 이들도 그 대상이 되고 있다. 엔트리가 중복되는 선수들도 차가운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이학주 방출: 롯데의 실패한 트레이드
최근 롯데는 2024 시즌 1군에서 활약했던 베테랑 4명의 방출을 발표했다. 내야수 이학주와 오선진, 투수 이인복과 임준섭이 그 대상이었다.
이학주와 오선진은 1군과 2군을 오가며 활약했고 이인복은 2023 시즌 선발투수로 9승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기도 했다. 임준섭은 롯데에 부족한 좌완 투수진의 뎁스를 보강하기 위해 2024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투수였다.
하지만 이인복은 올 시즌 부상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했고 구위 저하와 제구 난조가 겹치며 2군에 주로 머물렀고 임준섭은 거듭된 기회에도 기대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내야수 오선진 역시 1군에서 큰 기회를 잡지 못하고 쓸쓸히 팀을 떠나게 됐다.
이학주는 4명 중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선수였다. 이학주는 롯데가 삼성과의 트레이를 통해 유망주 투수 최하늘과 신인 3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영입했다. 그만큼 롯데의 이학주에 대한 기대는 매우 컸다. 이학주는 고교 시절부터 천재 유격수라는 찬사를 받았고 고교를 졸업 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했다.
◆천재 유격수의 메이저리그 도전 실패
이학주는 마이너리그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콜업을 눈앞에 둔 시점에 큰 부상으로 커리어가 단절되는 불운을 겪었고 이후 운동능력 저하가 이어지며 끝내 메이저리 도전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후 이학주는 KBO 리그로 돌아왔고 2019 시즌 프로야구 신인 2차 1라운드에서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이학주는 삼성에서 기존 주전 유격수 김상수를 2루수로 밀어내고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았던 화려한 수비에 날카로운 타격을 더해 이학주는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삼성에서 화려했던 1시즌 이후 계속되는 내림세
하지만, 2020 시즌부터 이학주는 급격한 내림세를 보였다. 성적 하락은 물론이고 그에 대한 평판도 급격히 저하됐다. 이학주에 대해서는 워크에식에 문제가 있는 선수라는 낙인이 찍혔고 게으른 천재라는 불명예가 더했다.
분명 재능을 가지고 있는 선수지만, 성실하지 못하고 팀에 융합하지 못하는 선수라는 평가와 함께 이학주는 점점 전력에서 배제됐다. 이학주는 삼성에서 계륵 같은 존재가 됐다.
이런 이학주에게 롯데가 손을 내밀었다. 롯데는 외국인 선수로 유격수 자리를 채워야 할 정도로 유격수 포지션에 대한 갈증이 컸다. 롯데는 한 차원 높은 수비 능력을 과시했던 외국인 선수 마차도를 대신할 유격수가 필요했다. 롯데는 이학주의 잠재력을 믿었고 새로운 환경에서 그가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를 했다. 이에 롯데는 적지 않은 출혈을 하며 이학주를 영입했다.
◆롯데로의 트레이드 반등 실패
이학주 역시 이전과 달리 롯데에서 훈련에서 성실함을 보이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에서도 반등은 없었다. 이학주는 타격 부진에 시달렸고 수비에서도 불안감을 노출했다.
그 사이 주전 유격수 자리는 KT에서 방출된 이후 롯데에 영입된 박승욱이 대신했다. 애초 박승욱은 백업과 뎁스 강화를 위한 선수로 영입됐지만, 롯데에서 기량을 더 발전시키며 주전으로 도약했다. 이에 더해 롯데는 2023 시즌을 앞두고 FA 내야수 노진혁을 영입해 주전 유격수를 맡겼다.
이학주의 입지는 나날이 줄었다. 2024 시즌 이학주는 한때 각성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야수들의 부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학주는 부상 선수들의 공백을 잘 메웠고 주전 탈환 가능성도 보였다. 하지만 그의 반등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학주는 다시 타격 부진에 빠졌고 1군과 2군을 오갔다. 부상이 겹친 이후 그는 2군에서 콜업되지 못했다.
시즌 후반 반등하지 못하는 노진혁과 박승욱의 체력 부담이 겹치며 유격수 수요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이학주는 선택받지 못했다. 이학주 대신 이호준 등 신예들이 1군 콜업의 기회를 잡았다. 그에 대한 롯데 구단의 공기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는 시즌 후반이었다. 이는 결국, 이학주의 방출로 연결됐다.
롯데는 여전히 유격수 포지션에 고민이 있다. FA 유격수 노진혁은 계속되는 타격 부진에 풀타임 유격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올 시즌 후반기 노진혁은 3루와 1루까지 겸하는 전천후 백업 내야수로 역할이 변모했다. 내년 시즌 극적인 반등이 없다면 유격수 노진혁을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 새로운 주전 유격수 박승욱도 풀타임 시즌을 보내기에는 체력적인 약점이 있고 수비에서 아쉬움이 있다. 이학주를 보험용으로도 함께 할 수 있었지만, 롯데는 이별을 택했다.
롯데는 내년 시즌 상무에서 돌아오는 유망주 한태양에 올 시즌 가능성을 보인 신인 이호준, 최강야구 출신 신인 유태웅 등 젊은 내야수들의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FA 시장에서 내야 자원 영입이 없다면 박승욱을 중심으로 젊은 내야수들의 유격수 포지션을 나눠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
◆성민규 프로세스의 실패작
롯데는 이학주보다는 유망주들의 자리를 더 만들어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학주의 방출은 결과적으로 롯데의 트레이드 실패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이학주는 이전 성민규 단장 체제에서 그가 강력히 추진했던 강팀 프로세스의 중요 요소였다.
이학주에 대한 우려에도 성민규 단장은 과감히 그를 영입했다. 하지만 이학주 영입은 유망주 투수와 신인 지명권만 내준 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와 함께 성민규 단장의 중요한 작품인 포수 지시완도 올 시즌 중 방출됐다. 이학주의 방출은 성민규 단장 프로세스의 종결과도 연결된다.
이제 이학주는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나이다. 여기에 여전히 워크에식에 대한 문제가 있다. 그의 방출과 관련해 사생활에 대한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다음이 있을까? 이런 이학주가 다시 KBO 리그 선수로 이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즉시 전력감 내야수가 필요한 팀에서는 보험용으로 이학주를 고려할 수도 있다. 다만, 연봉은 상당폭의 삭감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때 천재 소리를 들었던 이학주의 방출은 여러 가지로 씁쓸하게 다가온다.
천재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 재능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이학주는 보여주고 있다. 이학주는 롯데에서 자신에 대한 편견을 지워버릴 기회가 있었지만,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이학주는 게으른 천재의 꼬리표를 달고 선수 생활을 접을 수도 있다. 과연 이학주에게 다음은 존재할 수 있을지 꾸준함을 바탕으로 한화와 50억원의 FA 계약을 한 KT 유격수 심우준의 성공과 대조되는 이학주의 2024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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