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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예술극장, 공연 예술가 키아라 베르사니 <젠틀 유니콘>,<덤불>,<애니멀> 상연

김동복 기자 승인 2024.11.20 17:00 의견 0

국내 첫 장애예술 공연장 ‘모두예술극장’이 2024 기획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공연 예술가 키아라 베르사니의 작품 3편을 선보인다.

11월 29~30일에는 정치적 신체의 선언문적인 작품 <젠틀 유니콘 원제 Gentle Unicorn>을, 12월 4일(수)에는 장애와 자연의 관계를 묻는 <덤불 원제 Sottobosco>을, 12월 6~7일에는 고전 발레 ‘빈사의 백조’를 재해석한 <애니멀 원제 L’Animale>을 무대에 올린다.

골형성부전증이 있는 키 98cm의 키아라 베르사니는 작품의 안무·연출·출연을 모두 도맡으며, 이탈리아 공연계 뿐만 아닌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공연 예술가다.

2018년 이탈리아 문화예술계 권위 있는 시상식 ‘프레미오 우부’에서 35세 이하 최고 공연자를 수상하고, 2020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현대무용축제에 초청되는 등 전 세계 공연예술계에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젠틀 유니콘>은 유니콘이라는 존재를 통해 사회적으로 부여된 의미와 역할, 기대를 수행하는 정치적 신체로서의 몸을 드러낸다.

‘독특하고 고유한 이야기를 지닌 신체’를 중심으로 몸의 개념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시도해 온 키아라 베르사니의 선언문적인 작품이다.

뿔 달린 황소와 말 등에 종교적, 문화적 상상이 덧붙여져 만들어진 상상의 동물인 유니콘은 이교도의 동물에서 교황의 상징까지 수 세기에 걸쳐 차용되어왔으나, 키아라는 정작 유니콘의 발언권은 박탈당해왔으며 장애인의 신체도 당사자의 발언을 배제한 채 종교적, 문화적으로 의미가 부여되어왔음에 주목했다.

존재의 근거와 서사를 박탈당한 유니콘의 목소리를 되찾는 퍼포먼스를 통해 발언권을 가져보지 못해 본 장애인의 신체가 사회와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요청하는 선언문적인 공연이다.

공연과 연계하여, 키아라 베르사니와 음악가가 함께 진행하는 ‘관악기 워크숍’이 11월 29~30일(금 17시~20시 30분, 토 14시 45분~16시) 모두예술극장에서 진행된다.

모집대상은 전문가/아마추어 또는 장애/비장애 상관없이 관악기 연주자로, 각자의 유니콘을 해방시키는 과정을 체험한다.

<덤불>은 흔히 따뜻한 존재로 그려지는 자연(덤불)에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 놓여진 상황을 가정하며, 장애와 자연의 관계를 묻는다.

코로나 시기, 한 숲에 봉쇄령이 내려졌다는 소식을 들은 뒤 시작된 질문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키아라 베르사니가 장애로 인해 움직이지 못하고 한곳에 오래 머물러야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숲에서 장애인 아이들이 길을 잃었다면 몸과 마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탐구한 작품이다.

공연과 연계하여, 키아라 베르사니와 음악가, 무용수가 함께 진행하는 ‘움직임 워크숍’이 12월 2~4일(월·화 14시~17시, 수 17시~18시 30분) 모두예술극장 1층 대연습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모집대상은 운동(움직임)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으로, 워크숍을 통해 공연 마지막 장면에 함께 출연할 수 있다.

<애니멀>은 위대한 걸작으로 꼽히는 미하일 포킨 안무의 솔로 발레 작품 ‘빈사의 백조’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키아라 베르사니의 느리고 미세한 움직임과 동작은 우아한 백조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고통받는 동물의 부드럽고 꾸밈없는 모습을 드러낸다.

죽어가는 발레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애니멀>은 키아라 베르사니의 깊은 목소리와 호흡을 통해 외로움과 죽음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몸으로 표현한다.

동물의 죽음을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 불안한 세상에서 평온을 찾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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