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충암고 학생은? 국회 청소노동자는?
이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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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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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사람이 내란 사태를 무대 삼아서 칼춤을 추고 있다. 그 탓에 충암고 학생은 교복도 입지 못하게 되었고, 국회의원 사무실 청소를 맡은 노동자는 괜한 고생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시위 문화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것은 미국과 유럽에서 흔히 보이는 폭동과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시민은 가게를 불태우거나 각목을 휘두르며 분노를 표출하지 않았다. 대신 질서 있게 응원봉을 들고 노래를 부르며, 공화정의 공동주인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드러내는 데만 집중했다. 이럴 때 만큼은 사소한 민폐도 꺼리는 한국인의 모습이 응원봉보다 빛났다.
계엄군이 국회로 들이닥치는 와중에도, 우원식 국회의장은 적법한 절차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생중계를 보는 사람 중에서 일부는 내란 동조자라며 욕했지만, 결국 우원식 의장이 옳았다. 법적 절차에 사소한 문제라도 있었다면, 내란 주동자들에게 '헌정 질서 수호'라는 명분을 빼앗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수단이 상황에 맞지 않는다면, 목적이 빛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소련군과 탈레반에 맞서 아프가니스탄을 지킨 아흐마드 샤 마수드 장군은 동지들에게 엄격한 규율을 강조했다. '명분이 약자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수단은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사람들에게 지지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내란에 저항하는 시위가 나중에도 공화정의 소유권을 재확인하는 과정으로 인정받으려면, 괜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지금은 정말 총알이 날아드는 상황이 아니다. 학생들 교복을 벗기고 사유재산을 핏빛 잉크로 물들이는 것은 불필요하고 과한 행동이다. 대의에 흠집을 내지 않으려면, 불필요한 폭력과 선을 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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