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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_이야기(8)] 글자가 예술이 되다 - 문자도(文字圖)

박태숙 작가 승인 2019.03.01 11:00 의견 0

▲ 형제의 우애를 뜻하는 제 ⓒ 박태숙 작가


문자도는 글자와 그림이 만난 그림입니다. 장식으로 쓰일 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윤리의 기본강령을 되새기고, 인간의 기본적인 소망과 희망도 담았습니다.

문자도에는 여러 형태가 있지만,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문자도는 효제(孝悌)문자도입니다. 효(孝), 제(悌), 충(忠), 신(信), 예(禮), 의(義), 염(廉), 치(恥) 8글자로 이루어졌으며 병풍으로도 많이 제작되었습니다.

효(孝)는 어버이에 대한 효도, 제(悌)는 형제간의 우애, 충(忠)은 임금에 대한 충성, 신(信)은 친구간의 믿음, 예(禮)는 예절, 의(義)는 의리, 염(廉)은 청렴, 치(恥)는 부끄러움을 뜻합니다.

이 8글자는 조선 유가국가의 윤리규범인 유교사상을 압축적으로 잘 보여주는 미술양식입니다. 때문에 이 그림으로 선비들이 마음속에 항상 유교의 이념을 되새기고 문맹인 백성들을 교화시키고자 했습니다.

조선 초기 효제문자도는 문자의 본래형태를 중시해서 글자의 자획 속에 뜻과 부합되는 그림이나 문양을 채워 넣었습니다. 조선 중기부터는 점차 글자의 의미보다는 장식성을 중요시되어 문자가 그 뜻과 관련된 상징물로 대체되고 문자의 형태는 거의 무시했습니다.

▲ 어버이 효도를 뜻하는 효 ⓒ박태숙 작가


효도 효자에 나오는 대표적인 상징물은 잉어와 대나무 죽순입니다. 잉어의 경우 중국 진나라에 왕산이라는 효자가 살았는데, 한겨울에 잉어를 잡아오라는 계모의 무리한 요구에도 강에 나가 얼음을 깨니 잉어가 저절로 뛰어 올라 부모를 봉양했다는 고사가 있습니다.

죽순과 연관된 고사도 있습니다. 중국 오나라의 맹종이 오랜 병환으로 누워계신 어머니가 죽순을 먹기를 원했으나 추운 겨울에 죽순을 얻을 수 없어 대나무밭에서 울고 있으니 그 자리에 죽순이 돋아나 그 죽순으로 어머니의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보면 두 소재가 효도와 관련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효제문자도는 고사 내용을 바탕으로 모두가 이를 본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문자도의 다른 형태는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입니다. 글자와 색과 형태가 만나 문자도라는 새로운 그림을 탄생시켜 글자를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렸습니다.

▲ 백수백복도 부분도 ⓒ 박태숙 작가


백수백복도는 ‘목숨 수(壽)’ 자와 ‘복 복(福)’ 자를 반복한 그림이며 ‘백(百)’은 상징적으로 ‘많다, 가득하다’라는 의미입니다. 장수와 행복의 뜻을 가진 글자를 반복해서 그린 건 많은 복을 많으며 오래오래 살고자 하는 소망 때문일 것입니다.

백수백복도는 수와 복 자의 서체를 달리할 뿐만 아니라 글자의 색 또한 다채롭게 배색하여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다양한 화면으로 구성했습니다. 수·복을 상징하는 동물이나 사물을 수·복 글자와 함께 그리는 형태로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그림 자체는 화려하지만 글자를 일정하게 배열함으로써 단순함 속 화려함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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