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가나안농장 구교철-대구축협 조합장 도전기(3)] “위기를 기회로! 한우육포의 성공"
윤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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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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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에서는 양계, 양돈을 거쳐 한우농장을 개척하게 된 아버지 구진모 대표의 뒤를 이어 성주 가나안농장을 체험농장으로 변신시키게 된 과정을 들어보았다. 정부에서 6차산업을 강조하기 이전부터 농가 스스로 혁신을 시도하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과감한 도전에 구제역과 진드기가 유행하며 시련이 이어졌다. 이번 편에서는 이 시련을 어떻게 극복하게 되었는지 들어본다. (편집자 주)
¶ 관광농업 중단되자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다윤준식 기자(이하 윤준식): 사실 세월호 사태로 청소년 수련활동 분야는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관련 분야의 타격이 컸지요. 안전문제를 점검하고 보완하면 되는 것인데 활동 자체가 안되도록 한 점에서 문제도 많았습니다.구교철 대표(이하 구교철): 그래서 그때부터 육포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제가 계속 신경쓰고 있는 분야가 한우 가격과 고기의 활용분야입니다. 소 한 마리를 잡아도 그 중에서 잘 팔려나가는 부위는 정해져있고 나머지 고기는 제 값을 받지 못합니다.그뿐만이 아닙니다. 한우등급제라는게 있는데 이게 말이 안되는 게 있습니다. 등급이 낮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고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육질등급에 따라 소 값의 차이도 큽니다. 1++ 등급과 1등급 한우의 가격 차이가 심하게 나요. 대부분의 축산인들은 어떻게 하면 1++ 등급의 한우를 키울 수 있을까만 고민합니다. 사실 이게 ‘아’ 다르고 ‘어’ 다른 차이입니다.
¶ 2등급 한우 저지방한우, 웰빙한우라고 불러라윤준식: 통상적으로 1++ 한우하면 마블링이 뛰어나 맛있다고 여기고 있잖습니까구교철: 그게 고기 속에 지방이 퍼져있다는 의미죠. 마블링이 뛰어난 소를 키우기란 쉬운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사료를 잘 먹이고 정성을 들인다고 해서 쉽게 1++ 등급의 고기소가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결국 품종개량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축산농민들은 거기에만 골몰하고 있어요.윤준식: 그럼 어떻게 해야 1++ 등급의 고기를 만들 수 있는 건가요구교철: 일단 소가 아무 것도 안하고 먹고 가만히 있어야 1++ 등급의 고기가 나온다고 보시면 됩니다.윤준식: 우스갯소리 보태자면 천성이 게을러 먹고 놀기만 하는 품종으로 개량해야 한다는 이야기네요구교철: 소들이 어떻게 가만히 있기만 합니까 저들도 움직이고 놀고 그래야죠. 그러니까 1++라는 등급에 골몰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2등급 쇠고기가 나쁜게 아니란데 초점을 맞추란거죠. 오히려 ‘저지방한우’, ‘웰빙한우’라고 이름을 붙여야 합니다. 식성에 안맞거나 건강, 다이어트를 생각해서 그런 고기를 찾는 분들도 있어요. 1++에 골몰하다보니 소비자의 선택도 줄어들고 축산농민에게도 1++ 이외의 소는 제 값을 못받는 현상이 발생해서 손해만 난다는 겁니다.
¶ 육가공 시도로 새로운 소득원 확보에 도전하다구교철: 그래서 등급에 얽메이지 않는 방법, 비인기 부위로 추가 소득을 낼 수 있는 분야를 고민했습니다. 먼저 농장 안에서 정육점을 시작했습니다. 관광농업을 시도할 때부터 대구에서 1시간을 차를 달려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 분들을 제 소비자로 만들었습니다. 맛있는 고기를 대접하기 위해 냉장창고를 만들고 숙성을 통해 맛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래서 쇠고기 등급과 관계없이 맛있는 고기를 만들었습니다. 숙성 후 진공포장을 통해 손님들이 구입해갈 수 있게 했습니다. 김치냉장고에 보관하시면 보름 동안 변질 없이 같은 맛으로 한우를 드실 수 있게 했습니다.윤준식: 그럼 육포는 어떤 식으로 시작하게 되셨나요구교철: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 중에 5천만원 정도의 자금을 지원해주는 ‘축산물 시범사업’이 있습니다. 육가공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설비투자를 또 해야 하는데, ‘내가 한 번 해보겠다’고 결심하고 나니 고민이 많았습니다. 정부의 자금지원으로는 아주 초보적인 설비밖에 못하는데 이게 잘 될 경우,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다시 설비를 새롭게 해야하는 수준이었습니다.그래서 아버지께 상의했습니다. 이거에 곱에 곱을 더하면 규모화할 수 있겠다고요. 결국 1억 2천만원을 투자해서 가공시설을 갖췄습니다. 도축장에서 받아 온 고기를 1차 가공해서 소비자에게 갈 수 있는 육가공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래서 비소모부위를 이용해서 육포를 만들 수 있는 준비가 되었어요.윤준식: 그럼 그 때부터 육포의 대량생산 체계가 갖춰진건가요구교철: 아니오. 설비가 들어왔다고 끝난게 아닙니다. 그냥 고기를 말린다고 육포가 되나요 축산기술원에 계시는 박사님들의 컨설팅을 받아가며 육포 기술을 배우고,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위해 연구와 개량을 계속 했습니다. 그래서 보시는 대로의 시커먼 육포가 나오게 된 겁니다.
¶ '먹거리 x파일' 통해 얻은 새로운 기회윤준식: 그게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 잡고 TV에도 나오게 된 것이군요구교철: 처음엔 사람들이 색깔이 시커머니까 “이게 뭐냐”고 했어요. 그래서 “이게 첨가제가 안 들어 간 오리지날 육포다”라고 했죠. 시식해보니까 맛있고 하니 사먹기 시작했어요. 블로거들이 먹어보고 인터넷에서 ‘진짜 맛있더라’, ‘시중에 나오는 것과 다르더라’고 하니까 ‘먹거리 x파일’의 눈에도 띈 겁니다. 방부제 안 들어간 육포를 찾다가 저희 껄 알게된 것 같아요.윤준식: 그 덕에 성주 가나안농장이 전국에 많이 알려지게 됐지요구교철: 저는 그렇게 인지도가 있는 프로인 줄 모르고 촬영할 필요 없다고 협조도 별로 안했어요. 육포도 시작 단계라 재고여유를 둘 정도는 아니었는데, 방송 나가고 난 후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하는데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한 번도 안끊고 전화가 왔어요. 바로 2달치 주문이 들어오더라구요.윤준식:그 땐 행복한 비명을 지르셨겠네요구교철: 덕분에 ‘내가 본 게 맞았다’는 확신은 생기긴 했지만, 일이 너무 밀려서 11월 달분까지 예약되니까 점점 머리가 아파왔습니다. 물량을 소화 못하니까 불안해지기도 했고요. 이후에 육포 생산라인에 기계 2대를 더 늘리고, 생고기 주문을 늘려 추석에 맞춰 모든 처리를 다했습니다. 그 때부터 주문량과 생산의 밸런스를 맞추게 되었어요. 한 번 대량생산을 경험해 보니까 엄청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생각해보니까 정육점 사업을 2013년에 시작한 덕에 2014년에 육포가 뜬 것입니다.윤준식: 그런데 제품설명을 보니 육포 보증기간이 30일 밖에 안되는데요구교철: 오히려 그게 저희 제품의 장점이라고 하더군요. 네이버에서 추석선물을 저희 육포로 결정하고 대량구매해가면서 그러더라구요. 보증기간이 30일 밖에 안되는 것을 보니 안전한 먹거리라고 생각한다고요. 그 때부터 단점이 장점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떳떳하게 이야기하게 된 것입니다.이제부터는 나의 성공이 내 주위의 축산농가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요. 한우등급이나 비인기 부위와 상관없이 소비자를 확보하고 직거래를 통해 제 값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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