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N
승인
2018.05.25 10:13
의견
0
사람들은 목사인 내게 시원한 답을 듣고 싶어하지만 나는 답답하리 만큼 상담을 잘 못한다. 해결책을 주긴 커녕 문제를 더 고민하고 복잡하게 만들 때가 많다. 그러나 내가 교과서 적인 답을 몰라서 상담을 못하는 건 아니다.
인생과 신앙은 '일정한 패턴'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신앙은 "A면 B를 해라"로 결론 내릴 수 없다. 누군가 "하나님을 이렇게 믿었더니 복을 받았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그렇게 믿는 패턴만 기억한다. 그리고 그 패턴이 하나의 공식과 원리가 되어 하나님은 사라지고 일정한 패턴만 남는다. 그것만 하면 복을 주시고 은혜를 주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며 복과 은혜가 주인공으로 변화한다.
(출처: 픽사베이)
결국 사람은 경험과 상황에 맞지 않는 그 패턴을 자신에게도 적용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사람마다 기질과 삶의 환경이 다르고 인생 경험의 정도도 다르다. 따라서 하나님께서 그를 다루는 스케일과 원리가 다를 수 밖에 없다. 복과 은혜 보다 하나님 자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교회 중심이 답이다"고 외치는 기존 성도들의 말도, "교회를 떠나보는 자유가 필요하다"는 가나안 신자들의 말도, 모두 정답일 수 없다. 어느 하나가 이 시대의 답인 것 처럼 규정짓고 그 패턴을 다른 이에게 까지 전도하려는 행동을 멈추라.
이런 패턴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정의내린다면 이는 교만이다. 어찌보면 이스라엘 백성은 이런 패턴에 자신들을 두고 싶어서 보이는 금송아지 우상을 만들었나 보다.
"목사님은 다 알고 해결해 주시겠지!"
가만보면, 답을 주려는 '목사병'과 해결 받으려는 '목사의존병'도 금송아지 우상인가. 오늘도 나는 침묵을 선택한다.
[이민우 목사 / 세상의 벗 교회]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