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파크] 영화의 모든 결점을 덮는 대배우의 힘, <아이 캔 스피크>
강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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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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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연기가 단순한 '배역의 실현'을 넘어서는 영화들이 있죠. 배우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그런 영화 말입니다. 배우 나문희씨가 주연한 <아이 캔 스피크>가 바로 그런 영화입니다.
완벽한 영화라고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영화에서 '옥분 할머니'가 영어를 배우게 되는 계기가 '가족 찾기'에서 '청문회 증언'으로 달라지는 과정은 많이 덜컹거렸고, 가족이 없는 옥분 할머니와 부모가 없는 박 주임 형제가 대안 가족을 만들어 내는 과정 역시 조금 어설펐습니다. 코미디 역시 무리수도 보이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영화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벌였다는 겁니다. '할머니가 영어를 배워 감동적인 연설을 한다'는 영화의 기본 설정만 따라가도 처리해야 할 이야기가 수두룩한데, 거기에 해체된 가족의 상징적 재결합 넣고, 공권력의 무책임함에 대한 비판 넣고, 불공정 사회가 만든 청년 공무원의 실태에 대한 얘기 넣고, 심지어 일본 제국주의의 야만에 대한 비난까지 넣으려고 하니 편집이 뚝뚝 끊길 수밖에요.
그러나 이 모든 균열과 무질서를 하나의 맥락으로 정리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배우 나문희의 연기입니다. 극 초반과 후반의 옥분 할머니는 너무도 다른 사람입니다. 어딜 가나 민폐인 고집불통 할머니가 정의의 사도가 되는 것이 영화의 큰 줄거리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나문희 배우는 이 충돌하는 지점을 부드럽게 연결합니다. 믿음직한 연기력 탓에, 관객은 다소 미심쩍은 전개와 이야기까지 그냥 믿게 만듭니다. 중구난방일 수 있었던 캐릭터의 조각들이 한 명의 배우 안에서 하나로 통합되는 겁니다.
앞서 언급한 모든 아쉬움을 감안하더라도 영화는 관객들을 제대로 울려버립니다. 아무리 시큰둥한 관객이라도, 나문희 씨가 의회에서 독백 연기를 시작하면 울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저는 여전히 '옥분 할머니'를 그린 영화의 태도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만듦새로 보면 그가 구청을 통째로 마비시킬 정도의 진상 민원인이었던 것도, 공무원을 폭행한 것도 모두 '외로운 할머니였으니 봐주자'하는 식이거든요.
하지만 나문희씨의 연기는 그런 어설픈 설정 몇 가지쯤은 모두 용서하게 만듭니다. 영화의 호불호도 이 지점에서 결정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러분의 평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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