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습니다. 시공간을 초월해서 말하기, 글쓰기는 중요한 덕목입니다. 과거에는 이 두 가지가 입신양명(立身揚名)의 방법이었습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글’은 힘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역사만 보더라도 임금에게 올리는 상소부터 시작해서 최근에는 SNS의 글, 인터넷의 댓글 등이 정치, 사회를 변화시키기도 했습니다.
지금부터는 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글쓰기 중요한지에 대해서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기업이 원하는 인재입니다.
청소년들도 ‘아마존’이라는 기업을 알 겁니다. 이 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있는 기업이며, 대표 제프 베조스((Jeffrey Preston Bezos)는 세계 부자 1위였던 빌 게이츠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이혼으로 다시 빌 게이츠가 1위로 올라왔다고 합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사진출처: 나무위키)
이 기업에서는 회의할 때, PPT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글씨가 빼곡히 적힌 A4 6장이 기존 회의자료를 대체했습니다. 그리고 기본 회의에서 통과한 자료는 다시 2장으로 요약돼 중역 회의자료로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PPT를 없애고 글로 회의자료를 대체하는 대기업이 생기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입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현재 청소년들이 일자리를 구하고 사회생활을 하게 될 때쯤에는 자기 생각이나 의견을 글로 적확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현재도 대기업, 언론 등 구직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에는 논술 시험이 있습니다. 논술 시험은 상황을 지정해 주고, 정해진 시간과 지면 안에 의견과 해결책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가를 평가합니다. 즉,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글쓰기 능력은 중요합니다.
물론, 논술 테스트는 일회적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꾸준히 훈련하지 않았어도 일정 기간 준비한 사람들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주제에 따라서 평소에 선호했던 분야가 나오면 좋은 점수를 받기도 합니다. 반대로 글쓰기를 잘하는 사람이라도 테스트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평소에 관심 없던 주제가 나오면,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평소에 글쓰기 능력을 꾸준히 연습한 사람이 논술도 잘 쓸 수 있습니다.
논술은 일회적인 평가 방법일 수 있지만, 기획서나 회의자료를 만드는 일은 일회적인 글쓰기가 아닙니다. 한두 번 시험은 잘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글쓰기 훈련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은 곧 새로운 주제가 등장하면, 당황하게 됩니다. 문제 해결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디서 자료를 찾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진퇴양난(進退兩難) 상황에 빠집니다.
그러나 평소에 글쓰기 훈련을 꾸준히 했던 사람은 글 쓰는 방법을 알기에 순서대로 진행합니다. 기획서를 쓰고, 회의자료를 만드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둘째, 인공지능이 넘보기 힘든 영역입니다.
현재 인공지능은 글쓰기를 합니다. 기사 자료를 주면, 육하원칙에 맞춰서 기사를 씁니다. 기자가 썼는지, 인공지능이 썼는지 분간하기도 힘듭니다. 오히려 더 정확하게 기사를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작가의 의견을 반영한 칼럼 등과 같은 글은 아직 쓰지 못합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더 발달하게 되면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창작의 영역까지 인공지능이 인간을 따라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많이 소요되거나 힘들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 인공지능이 소설을 쓰고 시도 지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상상력과 창의력, 어휘 구사력은 쉽게 따라올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정교한 수술, 제조과정, 정밀한 작업 등에서 기계는 인간을 대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감독할 주체는 인간입니다.
기획서나 회의자료 준비는 인공지능이 도움 – 자료 분석, 리서치 등을 줄 수 있을지언정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물론, 상상 속에서는 가능합니다. 회의에 참석할 사람들을 빅데이터로 분석해서 성향을 판단하고, 그 판단을 근거로 만족스러운 자료를 만들어 내는 미래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런 미래가 언제 올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결국, 앞으로도 꽤 오랜 기간 인간이 글쓰기로 준비할 것입니다.
셋째, 가까운 미래는 기계와의 경쟁입니다.
과학 기술은 인간의 삶을 위해 발전했습니다. 물론, ‘모든 인류를 위해서’라는 기본적인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과학 기술 발전은 유토피아를 상상하게 합니다. 매년 인공지능과 관련한 학자들이 모여서 범용인공지능(AGI)과 관련한 논의를 합니다. 쉽게 말해서 한 분야에만 특출한 능력이 있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공지능입니다. 그래서 G는 ‘General’을 의미합니다.
매년 AGI 등장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2017년 모임에서는 2047년에 AGI의 등장을 예상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약 30년 후입니다. 혹, 계속 AGI의 등장이 당겨진다고 하더라도 20년 안팎입니다. 현재 청소년들이 기성세대로 활동할 무렵입니다.
AGI가 등장해서 인간이 꺼리거나 힘들어하는 일을 해줘서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해방’ 시켜준다면, 좋은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오기까지 인공지능은 현재 인간과 경쟁할 것입니다. 이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인간은 인공지능이 쉽게 할 수 없는 분야의 틈새를 찾고, 실력을 길러야 합니다.
앞에서 잠깐 말했듯이 현재 AI는 종합적 이해 능력은 인간과 비교할 때 떨어집니다. 다양한 분야의 일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하는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글쓰기는 종합적 사고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역으로 종합적 사고능력이 있어야 글쓰기를 잘 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단순히, 펜을 들고 종이에 쓰는 과정이 아닙니다. 문제를 이해하고,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찾고, 정리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즉, AI를 IA로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가 될 수 있습니다. 글쓰기 영역에서 인공지능과의 경쟁은 해볼 만한 수준이며, 오히려 조력자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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