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문제입니다
글쓰기의 목적이 ‘좋은 글’일까요? 그렇다면 좋은 글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절대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논술 시험이라면 채점자의 관점이 기준이고, 소설이라면 그 독자의 흥미와 감동의 정도가 기준이 됩니다. 철학서와 같이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글들은 전공자들의 인정이 기준이 될 것입니다.
청소년들, 나아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좋은 글’에 대한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요? 현재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쓴 글은 누군가 읽어주어야 하는 글 입니다. 그리고 그 글을 평가합니다. 결국 ‘높은 점수’를 얻은 글이 좋은 글입니다. 입시가 글쓰기의 동기가 되는 안타까운 현실 때문입니다.
이와 반대로 일반인들이 쓰는 글은 다릅니다. 글 쓸 기회도 별로 없고, 쓰더라도 누가 읽어 주길 바라면서 쓰는 글이 아닙니다. 편지라면 모를까, 대체로 독백과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겠다고 나선 모든 이들은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습니다.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누군가가 읽어 줄 일도 별로 없는 글조차도 잘 써야 한다는 이상한 기준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글쓰기를 어려워하고 심지어는 싫어합니다.
◆글 쓰는 목적도 비슷합니다
분명 글을 쓰는 목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의외로 수많은 사람의 글쓰기 목적이 비슷합니다. 실용적인 글 외에는 쓸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주로 입시용, 취업용, 회사업무용 등이고 다른 목적은 없습니다. 아마 글을 쓰는 다른 목적을 생각해 본다면,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더더욱 위 같은 경우가 아니고서는 글 쓸 기회조차 없는 것입니다. 입시에서도 논술 시험을 피하고, 취업에서도 논술을 피한 사람은 평생 글을 쓸 기회가 몇 번이나 있을까요?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글쓰기와 좋은 글쓰기는 다릅니다. 전자는 편안하게 쓰면 됩니다. 자기 마음대로 끄적거리면 됩니다. 특정한 대상을 위해서 쓰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쓰면 됩니다. 평가가 필요 없고, 혹 누군가 읽는다면 내 마음을 알아주면 됩니다.
다음은 글쓰는 목적을 다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나를 위해서’, ‘너를 위해서’, ‘세상을 위해서’ 등 다양한 목적으로 글을 쓰면 됩니다. 시험으로 생각하면, 글쓰기가 재미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글을 써야 합니다.
조금 어려운 말이지만, 『논어』의 한 구절을 보겠습니다.
“지지자는 불여호지자요, 호지자는 불여락지자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니라.”
풀이하면, “아는 자는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라는 뜻입니다. 다양한 해석이 있겠으나, 글쓰기와 관련해서 의역하면 글쓰기를 아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 할 수 있습니다. 제아무리 글 쓰는 방법을 통달했다고 하더라도 쓰는 걸 좋아하거나 즐기지 않으면 완성된 글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글쓰기의 시작은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고, 정해진 ‘목적’도 세우지 말고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일상적인 활동이어야 합니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