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군사 이론가는 인지전을 승리를 얻기 위해 여론, 심리적, 법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라 묘사했다. 중국은 최선의 전쟁은 싸우지 않고 적의 저항을 꺾는 것이라는 손자병법에 따라, 오래 전부터 ‘몸싸움 없이’ 적을 무찌르는 것이 이상적인 전쟁방법이라고 생각해 왔다.
◆세 가지 인지전 – 여론전, 심리전, 법률전
2003년에 개정된 중국인민해방군(PLA) 의정치 공작 규정은 앞으로 중국인민해방군이 수행할 ‘세 가지의 전투’를 제시했다. 이는 ① 국내외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여론전, ② 적군과 민간인에게 충격을 주고 사기를 떨어뜨리는 심리전(서구의 교리에서는 정보전(information warfare)에 해당), ③ 국제법과 국내법을 의도적으로 조작해 중국은 법을 준수하고 상대국은 법을 위반하는 것처럼 인식되도록 함으로써 국제적 지지를 얻는 법률전으로 구성된다. 당연히 이 세 가지의 전투는 모두 인지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00년대 초 중국 전략가들은 미래의 정보 전쟁이 물리적, 정보적, 인지적 영역의 세 가지 영역에서 공존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지 영역의 중요성이 증가하여 결국 전쟁의 중추적인 지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20년간 중국 전략가들에 의해 출판된 많은 연구들은 전쟁이 지상, 해상, 공중, 우주의 물리적 영역 뿐 아니라 정보 통신 네트워크와 이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의 영역, 지도자의 의지와 여론으로 구성된 인간 인지의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중국의 전략가들은 정보통신 기술에 관심을 집중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그들은 인공지능과 소셜 미디어와 같은 디지털 기술 외에도 ‘뇌 과학’의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 인지전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
인민해방군 전략지원군 정보공학대학 총장 궈윤페이(Guo Yunfei)는 2020년 이러한 물리적, 정보적, 인지적 영역 중 강대국 간 군사적 대결의 궁극적 영역은 인지적 영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지적 환경에서 싸우는 것은 감정, 동기, 판단,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적의 뇌를 통제하면서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는 것을 의미한다. ‘인지의 엔진’인 뇌는 미래 전쟁의 주요 전장이 될 수 있다. 뇌를 통제하는 능력은 미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인지 영역에서 싸우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궈윤페이는 인지 영역에서의 작전은 물리적, 정보 영역에서의 작전은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싸우지 않고 적을 물리치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 인민해방군 참모차장 치지안구오(Qi Ji Jianguo)는 미래의 전쟁에서 상대의 인지 영역을 통제하는 사람들은 싸우지 않고 그들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민해방군 고위 장교들은 인지 영역에서의 작전이 싸우지 않고 적의 저항을 꺾겠다는 손자병법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9년 이후 중국 군사전략의 변화
이러한 인지전의 개념은 2019년 언급된 중국의 새로운 군사 전략인 ‘지능화된’ 전쟁과 기존의 "정보화된" 전쟁 군사 전략 외에 통합되어 더욱 강화된다. 지능화된 전쟁은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⓵ 증가된 정보 처리 능력, ⓶ 빠른 의사 결정, ⓷ 무리의 사용, ④ 인지전이라는 네 가지 주요 특징이 있다.
중국 전략가들은 인간 인지가 지능화된 전쟁의 초점이며, 전략적 목표는 적 인지에 대한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치지안구오는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서 우위를 점하는 사람들이 국가 안보의 생명선인 인간 인식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략가들은 또한 적 병력의 뇌를 직접적으로 간섭하거나 잠재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적의 정신적 손상, 혼란, 환각을 유발하여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적의 두뇌를 통제하기 위해 미래의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현재 사용 가능한 기술로 한정하면 인민해방군은 군사 행동과 사용을 통한 위협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군이 활용하려는 허위 정보와 위협에는 특정 지역에 병력을 배치하고 기동 배치하는 것, 전략 핵무기 부대의 작전 준비, 위협 목적의 군사 훈련을 수행하는 것 등이 포함되며 인터넷과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허위 정보가 유포될 수 있다. 그리고 지휘관의 판단을 오도하기 위해 전자파 또는 사이버 수단에 의한 적의 첩보, 감시, 정찰 활동을 기만하는 것도 포함된다.
◆지능화된 전쟁에 거는 기대
지능화된 전쟁의 옹호자인 팡훙량(Pang Hongliang)은 감시를 위한 소형 무인 시스템의 사용과 같은 광범위한 미국의 기술적 성과와 인간의 인지에 영향을 미치는 최신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운영되는 소셜 미디어 봇과 같은 무인 시스템이 여론을 조작할 수 있으며, 미래에는 작은 동물을 닮은 초소형 무인 시스템이 대통령이나 다른 최고 의사결정자의 방에 몰래 들어가 위협하거나 죽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두 적의 의지를 제압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중국 고위 장교와 전략가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전장에서 병력 사이에 ‘물리적 전투 없이 인지전만으로 승리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은 물리적 전투 없이 인지전만으로 전쟁에서의 승리를 확보하겠다는 중국군의 인지전 전략에 영향을 줄 것이다. 평시에 중국이 수행하고 있는 인지전의 양상에 대해서는 인지전과 민주주의에서 상세히 다루기로 한다. (계속)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