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의 글쓰기 목적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글쓰기-12편]
조연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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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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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해왔던, 우리 글쓰기 목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목적 1. ‘다른 사람’의 환호성
돌잔치 때 연필을 잡는 순간부터 아이들은 경쟁의 길에 들어서게 됩니다. 최근에는좀 덜 한듯 하지만, 과거 ‘돌잡이’ 때가 되면, 부모들이 연필과 같은 학습 도구를 아이 앞에 놓고 잡기를 바랐던 적이 있습니다. 연필은 공부, 성공을 의미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추상적인 바람이 지나고 나면 처음으로 연필을 잡고 낙서합니다. 이 순간부터 글쓰기는 ‘나’를 위함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환호성을 위해서 이뤄집니다. 이후에도 그저 아이가 휘둘러대는 펜의 흔적에 어른들이 칭찬해줬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좀 더 잘해보자!”, “너는 아직도 이렇니?” 등 바라는 점이 점점 늘어납니다. 아울러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기 시작합니다.
◇목적 2. ‘경쟁’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글쓰기는 ‘경쟁’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잘 쓰기 위해서 씁니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학생은 글쓰기를 계속 연장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포기하기 시작합니다.
그저 자신의 감정, 책 읽고 난 후의 느낌 등을 적을 뿐인데 평가되고 우열이 다른 사람에 의해 나눠집니다. 가장 개인적인 글인 일기마저도 노출되고 표창하는 수준에 이릅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글쓰기인지 알 수 없습니다.
◇목적 3. 칭찬 :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함
독자가 없는 글은 없다고 합니다. 소설도 독자가 있고, 보고서도 독자가 있고, 사생대회나 논술 등은 심사위원들을 독자로 생각하고 글을 씁니다. 특히, 논술은 인재 선발 평가의 방법으로 활용되다 보니, 가장 심한 ‘경쟁’적인 글쓰기입니다.
그러나 사생대회의 글들을 굳이 심사위원을 두고(그것도 세대가 다른 어른들이 심사위원입니다) 평가할 이유가 있을까요? 표창을 준다고 해도 진로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주제를 찾고 즐거운 마음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시간으로 보내면 안 될까요?
사실, 글쓰기 중에서는 타인에게 보여주지 말아야 하는 글이 있습니다. 바로 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일기장도 매주 검사받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강제로 일기 숙제가 부여되니 가장 하기 싫은 숙제로 느껴집니다.
일기와 독후감 쓰기 등을 통해서 글쓰기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학생들은 모두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쓰게 됐습니다.
◇목적 4. 실용성
글을 쓰는 목적은 쓰는 사람만큼이나 많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청소년들의 글쓰기는 ‘실용성’이라는 주파수에 고정돼 있습니다. 실용성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나’가 주인공인 글은 쓸데가 없습니다. 아무리 소중한 추억을 기록한 일기장이더라도 낡은 상장에 넣어져 보관되다가 분실됩니다. 도구처럼 활용할 수 없는 글들은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사람은 일부러 글을 쓰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봄이 돼서 따뜻한 햇볕을 느끼고 그 감정을 글로 남기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SNS가 활성화돼 순간적인 느낌을 적고 공유하기는 하지만, SNS가 가진 성격 자체가 ‘나’보다는 ‘다른 사람’의 시선 - 좋아요를 받는 걸 - 더 중요하기에 다른 사람을 위한 글쓰기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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