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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_이야기(22)] 디지털화의 부정적인 측면

2부: 지방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 #08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22.10.06 06:00 의견 0

디지털의 부정적인 측면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은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부정적 측면입니다. 경제적 차원에서 비용이 제로로 수렴되면 경제적 부담이 줄어듭니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덜 하다는 말은 곧 평등의 확대를 의미합니다. 지금보다 더 평등한 세상이 된다는 건 분명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디지털화 시대의 평등이 상향 평등일지 반대로 하향 평등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현 시점에서 미래를 예견하는 많은 책이 디지털화로 인한 실업 문제를 부정적으로 전망합니다. 물론, 긍정적으로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요.

먼저, 긍정론을 살펴보면 첫째, 디지털화와 더불어 인공지능, 로봇 등의 발달로 인간이 어려운 노동으로부터 해방된다는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3D직종에서 인간은 해방되고, 더 창의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둘째,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초기에는 실업 문제가 있었지만, 결국 새로운 직업이 만들어지면서 실업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죠. 그 유명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의미합니다.

창조적 파괴는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말한 것으로 쉽게 말해서 기술혁신으로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서 혁신을 일으키는 과정을 말합니다. 긍정론은 결과론적으로 인류의 발전을 상상하기 때문에 장애가 있어도 언제나 넘어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미래를 낙관적으로 인식하는 게 나쁜 일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항상 긍정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다음은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입니다. 일단, 디지털화로 현재 인간이 하던 일들을 기계나 인공지능이 대신하게 됩니다. 당연히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게 되겠죠. 그런데, 실업자가 된 사람들의 재취업이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발생한 산업혁명을 볼 때, 실업자들이 새로운 일자리에 재취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러다이트 운동’과 같은 과격한 폭동도 있었고요. 실재로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대기업의 공장은 임금이 싼 지역이나 국가로 이전했습니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면서 인간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이 생길거로 주장했지만 솔직히 절대적인 숫자로 따져볼 때, 그런 직업은 별로 생기지 않았습니다. 혹 생겼어도 소수 엘리트들의 전유물이었고요. 아울러 저학력자들이 했던 일을 고학력자들이 담당하게 되면서 저학력들의 일자리가 ‘순삭’해버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학력이 상향조정된 일자리도 점진적으로 인공지능 등이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710만 개의 직업이 사라지고 200만 개 정도가 새롭게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직업의 소멸과 생성의 산술적 차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재취업을 위해서는 재교육이 필요한데, 디지털 시대의 재교육 역시 쉽지 않습니다. 평생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인공지능을 다루고, 코딩을 하고, 빅데이터 등을 알아야 하는 데 과연 얼마나 빠르게 학습해서 적응할 수 있을까요?

일부 생산물을 소유하는데 비용제로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어느 정도 있겠지만, 여전히 돈으로 사야하는 물리적 물건들이 더 많을 듯합니다. 적어도 의식주와 관련해서는 비용을 지출해야만 합니다. 공산주의처럼 배급제를 실현하지 않는 한 식료품은 개인이 구입해야 할 것이고, 본인이 입고 있는 옷도 값싸게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비용이 듭니다.

거주와 관련해서는 반드시 내 집 마련까지는 아니어도 임대를 해야 할 테니, 임대료를 꾸준히 내야하고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 부분은 인간은 ‘공짜’로 얻는 것보다 값을 주고 사는 것에 대해 더 가치를 느끼는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발에 신는 신발도 걷는 기능을 보면 똑같다고 할 수 있지만, 명품을 선호합니다.

이런 분위기는 메타버스 세계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현실 속에서 명품 ‘구찌’신발을 구매해서 신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상 세계에서는 그 비싼 구찌를 구매해서 아바타한테 신길 수 있습니다. 물론, 돈이 듭니다. 하지만 굉장히 저렴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1만 4천 원 정도 한다고 하니, 중·고등학생 수준이면 용돈으로 충분히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과 상품이 계속 등장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당연히 가상세계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 속에서는 가난한 사람이고 가상 세계 속에서도 빈티나는 아바타로 살아가는 것이죠.

이런 개인적인 경제적 차이의 문제 말고도, 대부분 디지털 대기업들의 자본력이 뉴디지털화를 주도할 것이니, 규모의 효과를 쉽게 넘어서기 힘들 듯합니다. 현재 메타버스에 전력을 다하는 기업의 면모를 봐도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 이미 세계적인 기업들입니다.

국내 역시 ‘네이버’, ‘SK’등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어서 실제로 뉴디지털 플랫폼은 대기업이 아니면 꿈도 꾸지 못합니다. 개인은 대기업의 플랫폼 내에서 활동하는 상점의 오너가 돼 소득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플랫폼의 주인이 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부정적으로 보면, 뉴디지털화 시대에는 가상세계조차도 경제적 차별이 난무하는 시공간으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은 정치 분야입니다. 탈중앙화, 민주화의 실현은 좋은 일입니다. 단, 플라톤이 염려했던 ‘중우정치’의 현대판이 등장할 수도 있고, 현재도 만연한 ‘포퓰리즘’이 더 확대될 수 있습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중장기적 관점을 추구하기 보다는 당장을 위한, 그럴 듯한 공약과 정책으로 국민을 더 자주 달콤하게 유혹할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것이고, 유권자들도 미래와 자손을 생각하기보다는 당장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미래를 저당 잡힐 가능성이 큽니다. 아울러 고령화의 늪으로 빠져들수록 미래보다는 현재를 위해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20대 대선 중 발표된 여론 조사를 보면, 그 조사의 신빙성을 떠나서 유권자들의 움직임, 특히 연령층이 낮은 유권자들의 판단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았습니다. 당장 입맛에 맞는 공약, 혹은 상황에 따라서 언제라도 마음을 바꿉니다. 이런 유권자의 성향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포퓰리즘이 더 잘 먹힌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뉴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 선동정치가 현재보다 더 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리적 세계에서는 대중을 선동하는 데 큰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러나 가상세계에서 선동은 디지털 메시지만 있으면 됩니다. 그러니 반정부적인 메시지도 범람할 것이고, 무정부적인 사상도 증폭할 것입니다.

물론, 대중이 신중하게 판할 수 있는 사고력이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은 안타깝게도 그런 신중한 판단을 어려워합니다. 우리는 이미 페이스북의 영향력만으로도 유권자의 투표심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특히, 가상세계에서 활동하는 아바타들의 주인들이 대체로 청소년, 청년층이라고 할 때 얼마나 제대로 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을지…….

그리고 해킹위험이 존재합니다. 관련해서 영화 《업그레이드》를 참고하면 좋을 듯합니다. 인공지능의 해킹으로 인해서 한 인간의 인생이 조종되는 미래를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전 역영에 걸쳐서 해킹위험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정치적 활동과 관련한 해킹은 다른 분야와 비교할 때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권자의 투표를 조작해서 당선자를 바꿀 수도 있고, 대 국민 투표를 조작해서 결과를 다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후에 조작된 상황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큰 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으니 많은 비용이 초래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매표행위도 가능할 수 있고요. 쉽게 말해서 돈을 줄 테니, 표를 팔라는 것이죠. 현재는 다른 사람의 표를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돈을 주고 투표를 부탁했다고 하더라도 투표장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투표는 현장 투표와 비교할 때, 쉽게 매표행위가 가능합니다. 여러 인증 절차를 거쳐 투표를 하더라도 표를 산 사람이 옆에 붙어있으면서 감시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문제점을 따져보면, 뉴디지털 시대의 시민 수준 역시 굉장히 업그레이드 돼야 합니다. 디지털기기도 잘 다루면서 활동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정치적 수준도 높아야 합니다.

다음은 문화적 측면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진리였습니다. 아무리 보고 들어도 실제 경험하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최근에는 소비자의 경험을 중요시하는 마케팅이 중요해졌습니다.


그러나 가상세계가 보편화되면, 경험도 가상경험으로 대체 될 수 있습니다. 즉, 현실보다 가상현실 경험을 더 선호할 수도 있습니다. 2009년에 상영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는 이런 문제점을 잘 보여줬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전쟁 중 당한 부상으로 하반신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단, 이런 장애는 현실 속의 육체에서 문제가 될 뿐, 그의 아바타는 빌런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한 히어로가 됐습니다. 이런 과정까지는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결말이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실제 현실을 포기하고 아바타가 되기로 결정합니다. 장애인으로 살아가기 보다는 영웅 아바타가 훨씬 낫다고 생각한 것이죠.

하지만 가상세계는 현실이 아닙니다. 메타버스 속에서는 영웅일지라도 현실은 채 한 평도 안 되는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결과 현실과 가상현실 속에서 아노미 현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가상세계와 너무나 다른 현실을 극복하지 못해서, 양자를 구분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아울러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에도 문제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글을 읽어야 했습니다. 대체로 책, 신문, 잡지 등에서 정보를 얻었죠.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로 ‘검색’이 문자를 대체했습니다. 정보를 빨리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정보의 질은 보장하지 못 했습니다.

그러다가 정보 홍수 시대가 되자, 좋은 정보를 찾는 게 더 어려워졌습니다. 좋은 정보를 찾고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글을 꼼꼼히 읽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죠. ‘스압(스크롤의 압박)’이라는 신조어가 생성될 정도로 긴 글 읽기를 꺼려하는 시대입니다. 다시 말하면, 깊게(혹은 길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죠. 정보는 훨씬 많아졌는데, 사용자가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스턴트 정보가 주를 이룹니다.

대체로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순간을 포착하고 공유합니다. 대표적인 애플리케이션이 ‘인스타그램’입니다. 그나마 ‘유튜브’는 경우에 따라서 스토리텔링을 해야 할 정도로 긴 영상도 있고, 일부 특강은 강연 수준으로 활용됩니다(필자도 유튜브를 통해서 여러 가지 정보를 얻고 학습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대체로 자극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이후에 등장한 ‘틱톡’, ‘쇼츠(유튜브 내)’ 등은 훨씬 짧은 이야기, 즉흥성을 담아냅니다. 다들 알다시피, 인스턴트 스타일의 MSG 맛은 강해서 당장 순간을 즐기는 데는 좋지만, 궁극적으로 자기 계발을 위한 방법으로는 적절하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이런 콘텐츠가 대중들에게 큰 반응을 얻고 수익이 창출되니 생산자도 소비자도 MSG가 듬뿍 담긴 콘텐츠를 더 자주 만들고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인스턴트 음식처럼 인스턴트 정보는 질이 좋을 수 없습니다. 단순히 가십거리로 웃고 넘긴다면, 문제가 없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은 항상 진실의 편은 아니었습니다. 진실이 바로 앞에 있어도 대중이 왜곡된 정보를 더 신뢰한다면? 진실은 외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황우석 박사 배아줄기세포 관련한 보도가 한창이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배아줄기세포를 발견해서 의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히 장애가 있는 사람들한테는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거짓이었습니다.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내용도 허위였고요. 대다수의 사람은 대국민, 국제적 사기극에 분노했지만, 오히려 진실을 보도한 매체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가짜일망정 장애나 불치병으로부터 벗어날 희망이 사라졌으니까요.

이런 현상을 보면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계속 전하는 “사실을 믿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다”라는 말이 진리인 듯합니다. 심리학에서는 ‘확증편향’의 오류라고도 하고요.

아무리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양질의 정보가 제공된다고 하더라도 좋은 정보를 찾지도 않고 이해할 능력이 없다면, 좋은 정보 자체가 외면 받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기분 나쁜 정보에 대해서는 냉담하게 고개를 돌려버릴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말한 세상은 여전히 진짜 세상이 가상 세계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가상세계가 진짜 세상보다 더 진짜처럼 여겨질 시점이 오면, 정보에 대한 팩트 체크조차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세상을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더 발전한 정보 분석 능력을 가진 인류로 진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측면입니다. 먼저, 디지털 격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미 ‘디지털 격차’가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습니다. 오죽하면 디지털 격차만 줄여도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격차는 쉽게 메워질 것 같지 않습니다.

마치 모국어를 사용하는 네이티브와 외국인의 차이와 같습니다. 네이티브는 언어를 배워서 아는 게 아니라, 그 지역에 살기에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전혀 새로울 게 없죠. 그러나 외국인은 자신이 알고 있는 언어, 문화 등과의 충돌을 겪으면서 새로운 언어를 배웁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을 배워도 네이티브 수준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스마트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고령층은 5G시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스마트폰조차 다루기 힘든데, 태블릿을 활용하기 바라는 것은 “걷지도 못하는 데 뛰라”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과거 필자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하루는 사무실에서 모니터를 켜고 일하고 있는데, 마우스가 잘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블루투스 마우스도 있고, 마우스 패드 없이도 잘 작동하지만, 그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마우스 패드가 없으니 원하는 대로 마우스 커서를 이동 시킬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옆에 패드처럼 보이는 기기를 가져다가 마우스 패드로 사용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나던 후배가 보더니,

“아니, 선배가 사용하는 마우스 패드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거네요!!”
“응?”

영문을 모르던 저는 후배를 쳐다봤습니다. 잠시 박장대소를 하던 후배가 말합니다.

“선배가 사용하는 마우스 패드가 바로 아이패드예요!!”

태블릿PC가 대중적으로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입니다. 그러니 전자기기인줄은 알았지만, 그 유명한 아이패드인 줄은 몰랐던 것이죠. 물론, 현재는 태블릿PC를 가지고 있고 열심히 활용하려고 노력합니다.

필자는 열심히 활용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5살 된 딸은 태블릿PC 하나만 있으면 하루 종일 본인이 볼 영상을 찾아서 봅니다. 아이들이 똑똑해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접했기에 언어처럼 가지고 놀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나마 디지털네이티브1.0-2.0세대와의 격차는 어쨌든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면서 혹은 콘텐츠를 함께 즐기려고 노력하면서 조금 그 격차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디지털이주민’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디지털네이티브3.0세대와의 격차는 앞으로 발달할 메타버스 세상에 참여해야만 간신히 경험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현재 격차도 심각하지만 앞으로 벌어질 격차는 세대 간의 골짜기를 더 깊게 만들 것입니다. 이런 세대 간 격차는 결국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데 장애가 될 것이고, 오히려 갈등 상황을 조성하겠죠. 현재 정치는 세대별로 지지성향을 분석하는데, 나중에는 세계별(실재 현실과 가상현실로 나눠서)로 분석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으로 자신만의 공간–작은 방 등–에서만 머무르고 타인이나 사회와 접촉하지 않는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와 같은 부류가 늘어날 것입니다. 현재만 해도 여러 가지 이유– 교통사고, 유괴, 폭력, 성폭행 등–로 외부활동이 굉장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메타버스에 수시로 접속할 수 있다면, 집에서만 온종일 보내는 ‘히키코모리’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VR고글을 사용하면 가상세계에서 운동도 할 수 있고 여러 모임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진짜 세계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가상세계의 장점은 현실의 부족한 부분을 효과적으로 채워주는 것이지, 현실을 대체하는 게 아닙니다. 특히, 가상세계 속 활동(접속)이 한동안 청소년이나 청년 세대의 전유물이라고 할 때, 장년층 이상이 이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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