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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_이야기(20)] 그렇다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최선일까?

2부: 지방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 #06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22.09.26 03:37 의견 0


세상의 모든 것에는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같이 있는 법입니다. 그러니,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 보는 게 좋습니다. 링크드인 설립자이자 투자자인 리드 호프먼의 『블리츠스케일링』 에서는 해결책을 마련할 때, ‘ABZ’를 준비하라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A는 최상의 해결책입니다. B는 차선책이 되고요. 마지막으로 Z는 최악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조금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많은 청소년의 목표는 본인의 바람이든 부모님의 희망사항이든 간에 여전히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선은 당연히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류대학에 가는 게 최선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일류대학에 갈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재수, 삼수 도 할 수 있겠지만, 차선책으로 성적에 맞춰서 대학에 입학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악은 어떤 상황일까요? 본인의 성적으로는 도저히 대학에 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경우, 재수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아예 대학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해결책은 존재합니다. 디지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선은 일류 삶의 복리에 크게 기여하는 것입니다.

혹, 그렇지 않다면 최대 다수의 편리를 위해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악은 디지털 격차와 실업 등의 문제를 양산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인간은 자체적으로 디지털화를 늦추거나, 약자를 위한 보호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 급속도로 디지털화가 진행되니, ‘ABZ’가 마련되지 않은 듯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디지털화는 대세고, 현실이고, 특히 디지털네이티브2.0 세대도 이미 성인이 됐습니다. 이들에게 디지털화는 기성세대의 아날로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즉, 이들에게는 ‘디지털’이라는 언어는 별도로 붙는 말이 아닙니다. 이들은 카메라를 떠올리면 당연히 디지털 카메라를 떠올립니다. 기성세대가 아날로그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를 구분하는 것과 전혀 다릅니다. 이 세대가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졌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등장한 디지털네이티브3.0 세대는 이전 세대와 비교할 때 더 디지털화 된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로 인해서 거의 학교에 가지 않은 세대이면서, 디지털 플랫폼–줌 등–을 사용해서 학교 수업을 했습니다. 10년은 지나야 이뤄질 것 같은 디지털 콘텐츠와 시스템이 2년 만에 이뤄졌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디지털화의 확대와 성장, 발전은 최선일까요?

1) 긍정적인 의미에서 디지털화

먼저, 디지털화의 경제적 장점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최고의 장점은 비용이 제로로 수렴하는 것입니다. 크리스 앤더슨의 『프리(Free)』나 제러미 리프킨의 『한계비용제로』 등에서는 디지털 경제의 장점을 언급하면서 모든 생산물의 제작비용이 거의 제로로 수렴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내가 구매할 물건의 값이 거의 ‘0원’이라면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이런 경제를 ‘공유 경제’라고 말하면서, 경제적 민주주의가 실현될 세상을 예언합니다. 물론, 현실은 여전히 ‘돈’이 없는 경우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하다못해 ‘스타벅스’ 커피를 한 잔 마시려 해도 돈이 있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과거에는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비용이 발생했던 분야에서 디지털화로 인해서 무료 혹은 거의 제로로 이용하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스트림 서비스입니다. 음악, 영상, 영화, 도서 등은 디지털화가 되면서 비용을 아주 적게 들여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다양한 콘텐츠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정치적 차원입니다. 먼저, 정보의 투명성입니다. 물리적 시공간이 중요했던 시절, 현장에 없었던 사람들은 1차 정보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한 번 해석된 혹은 왜곡된 정보를 접해야 했죠. 하지만, 현재는 1차 정보를 그대로 접할 수 있습니다. 글로 올린 것은 관련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읽으면 되고, 영상은 라이브 혹은 녹화본을 볼 수 있습니다. 정보의 투명한 공개로 밀실 야합이 줄어들었습니다.

잠시 20대 대선을 살펴보겠습니다. 과거 같았으면 후보나 후보 아내의 전화 통화 내용을 일반 국민이 방송을 통해 들을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지상파 방송국에서의 방송은 다소 제한된 상태이나, 다른 채널에서는 훨씬 투명하고 여과 없이 전파합니다. 편집자의 시각을 거치지 않고 원초적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과거였다면, 일부에게만 허용된 밀실 정보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장두노미(藏頭露尾)’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감추려 해도 결국,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탈중앙화와 더불어 분권화, 민주화가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일부만 누렸던 정보 독점이 사라지면서 대중이 정보를 공유하게 된 것이죠. 적어도 정보를 접촉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이 어느 정도 이뤄지게 됐습니다. 또한 정보에 접근하고 이용하는 비용이 거의 제로에 수렴함으로써 자원(자본 등) 부족으로 인한 불평등, 혹은 주종관계가 종식될 것입니다.

앞으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눈치를 덜 보게 될 것이고, 국제 사회의 ‘약육강식(弱肉强食)’현상도 희미해질 거로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최근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활성화된 암호화폐의 출발점도 금융의 중앙 집중화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등장한 것이죠. ‘떡락’, ‘투기’등으로 좋지 않은 이미지가 심어졌지만 실제로는 금융 분야의 탈중앙화와 민주화를 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습니다. 특히, 암호화폐가 채굴되는 시스템을 ‘블록체인’이라고 하는데, 블록체인은 특성상 개방·투명·민주화를 추구하고 있어서 미래의 각광 받는 기술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부분은 가상세계 속에서 이뤄지는 직접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세계의 대다수 국가는 대의 민주주의 체제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제한된 버전입니다. 여러 방법을 제도화해서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가미하고 있지만, 그 한계는 계속 지적되고 있습니다. .

그런데, 디지털화의 발전으로 전자 민주주의가 가능해지고 가상공간에서는 국민의 정치 참여도 이슈별로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국민 청원코너가 있습니다. 기존 제도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나 억울한 사연 등을 게시해서 일정 수의 동의를 얻으면 국가가 해결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이런 청원은 글로 작성돼 있고, 홍보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억울한 사연을 담아 장문의 글을 써서 올렸다고 하더라도 청원자의 간절한 호소가 무시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메타버스의 요소인 가상세계를 통한 청원은 실제로 청원자가 등장해서 호소할 수도 있고, 다양한 채널을 이용해서 본인의 사연을 알릴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청원자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청원 내용을 더 분명하고 실재감 있게 확인할 수 있고요. 아울러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도 새로운 조례 등을 제정하고 큰 사업을 진행할 때, 현재는 거의 비공개로 선출직들만 모여서 진행하는 데, 앞으로는 메타버스를 활용해서 공공 논의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시민이 모일 수 있는 광장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상공간에서는 가능합니다. 직접 민주주의 실현의 장애로 여겨졌던 물리적 시공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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