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그럼에도 거듭 강조하는 글쓰기의 이유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글쓰기-14편]

조연호 전문위원 승인 2020.04.21 11:55 의견 0

첫째, 글쓰기 하면서 행복해져야 합니다.

지금 한 이 말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글쓰기 자체가 힘든 일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10대 청소년 중에는 글쓰기와 담쌓고 지내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학교에서 글쓰기 숙제라도 받으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갖춰야 할 글쓰기 조건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글은 형식을 보기보다는 내용을 우선 봐주는 게 중요합니다. “고등학생이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이게 뭐니?”라는 질책하기 전에 그 내용의 참신성과 진솔함을 봐줘야 합니다.

얼마 전에 필자는 10대 청소년 5명과 함께 글쓰기 모임을 구성해서 3개월 정도 진행해 보았습니다. 매번 다른 주제와 소재, 그리고 새로운 글쓰기를 연습했는데, 모두 자기 생각을 진솔하게 정리했습니다. 좀 더 많이 쓴 학생도 있고, 한 줄 한 줄 쓰는 게 어려운 학생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글쓰기 시간이 끝나고 나서 함께 읽어 보면, 모두 각기 다른 생각을 글 속에 담았습니다. 얼굴만큼이나 모두 다른 생각, 다른 문체로 자기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글쓰기 시간은 20~30분 정도로 한정해 그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글을 쓰고, 자기만의 생각과 느낌을 적었습니다. 자신의 관점을 조금씩 형성해 가는 청소년들에게 글쓰기 시간은 어떤 사물이나, 주제에 조금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과 쓴 글을 인정 받는다면, 글쓰기 시간은 두려움과 부담이 아니라 해볼 만한 시간, 나아가서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나를 위해서 써야 합니다.

앞에서도 계속 말했다시피, 우리나라의 글쓰기는 ‘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남’이 중요한 글쓰기입니다. 평가, 경쟁, 점수 등에 얽매여 있다 보니 필자는 쏙 빠지고 그 글을 평가하는 사람이 핵심이 됩니다. 여기서 평가자는 완벽한 객관적인 로봇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기준은 있으나, 그 기준을 해석하는 가치관과 주관이 있는 사람입니다. 사실, 이런 평가자의 기준에 맞춰서 글을 쓰고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해서 글의 ‘질’이 크게 향상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평가로 인해서 글쓰기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글은 결국 ‘나’의 글을 쓰지 못하는 원인입니다. 시험과 같은 상황이 주어져서 잠시 글쓰기 준비하는 걸 제외하면, 작가가 아닌 이상 글쓰기를 꾸준히 할 사람은 없습니다.

글쓰기가 보편적인 개인 활동이 되기 위해서는 ‘나’를 위한 글쓰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정해진 형식 없이 내 감정을 토로하는 일기라든지, 책을 읽고 난 후 그대로 정리하는 독후 활동, 지나가다가 예쁘게 핀 꽃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읊어대는 시 등이 ‘나’를 위한 글쓰기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좋으면 되는 게 중요합니다.

성인이 돼 어린 시절에 썼던 일기장을 찾으면 참 반가운 마음에 한참 읽게 됩니다. 분명 내가 쓴 글인데, 다른 사람의 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미소도 짓게 됩니다. 당장 아무렇게나 정리한 글들이 모여서 한 권, 두 권 늘어나면, 훗 날 추억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앨범이 됩니다.  (계속)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